▲ (왼쪽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 정재일, 신지아, 성민재, 지용이 오는 6일부터 '디토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31세에 요절했지만, 노래의 왕으로 남은 천재가 있다. 삶 전체가 방랑하는 청춘이었던 슈베르트를 따라 그의 뜨거운 노래에 빠진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더 많은 관객에게 실내악을 소개하고자 2009년부터 시작한 '디토 페스티벌'. 매해 여러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바흐,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젊은 연주자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올해는 슈베르트를 주제로 해 '슈베르트의 밤'이라는 뜻의 '슈베르티아데'를 주제로 진행한다. 슈베르트는 보헤미안적 삶을 살았지만, 그의 주변엔 항상 그를 이해하고 후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매일 저녁 모여 곡을 연주하고 시를 읊으며 청춘을 함께한 그들의 모임이 '슈베르티아데'다.

곡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고, 탄생의 순간을 음악으로 영원히 정착시킨 슈베르트. 그리고 그를 아낀 친구들을 통해 알려진 아름다운 음악들이 '2015 디토 페스티벌'이 주목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과 앙상블 디토 등 참가 음악가들의 이력도 수준급인 이번 행사는 오는 6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과 LG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를 알리기 위해 3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피아니스트 지용,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작곡가 정재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재가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신지아는 슈베르트의 '안 디 뮤지크(음악에)'를, 지용은 슈베르트의 '그대에게 인사를'을 연주해 박수를 받았다. 그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이번 디토 페스티벌의 의의, 슈베르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그 순간으로 떠나본다.

   
▲ 리처드 용재 오닐이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연주하고 있다.

자신이 진행하는 공연을 소개해 달라.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비올라, 피아노, 기타 2대 구성으로 '겨울 나그네'를 전곡 연주할 예정이다. 8년 전, 녹음했던 음반을 다시 무대에 올리게 된다.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음반이라 큰 기대가 된다. 여기에 20일 앙상블 디토 시즌9의 디프런트 디토 행사로 '추락천사' 프로그램이 LG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 등이 열린다. 또한, 30일엔 '슈베르티올로지' 현악오중주 공연 등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슈베르트는 음악사에서 중요했을 때 빈에 거주했던 작곡자다. 매력이 없어 보이고, 보헤미안적 기질의 사람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종이에 곡을 끄적끄적 써 발표했지만, 돈도 별로 벌지 못했다. 연주도 연주자들에게 종종 거절도 당했다. 게다가 31세까지밖에 살지 않았다. 하지만 훌륭한 곡을 남겼다. 그리고 단순한 선율이나 코드로 관객을 천국으로 이끈 훌륭한 작곡가라 생각한다.

정재일 : 19일 LG 아트센터에서 지용과 성민재, 그리고 저까지 합쳐서 '언타이틀드'를 진행하게 됐다. 비전공자로 훌륭한 분들 사이에 있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셋이서 슈베르트의 작품을 즉흥적인 요소를 넣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마왕'을 자기 스타일대로 하게 된다. 저는 앙상블을 만들어서 한국 전통 성악과 텍스트를 한국어로 바꾸려 한다. 전통 타악기, 스트링 콰르텟,그리고 제 일렉트로닉 사운드까지 넣어 제가 클래식하지 않은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슈베르트의 '마왕'을 바리에이션 하려 한다.

성민재 : 저희 세 명이 다 비슷한 마음으로 미팅을 처음에 했다. 슈베르트 심포니를 마지막 레퍼토리에서 뭉쳐서 하며 처음 호흡을 하게 됐다. 기대가 많이 된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매력있는 공연인 것 같다. 특별히 맞출 수 있는 마지막 슈베르트 심포니 9번이 기대된다. 각자가 좋아하는 파트를 모아서 퍼즐처럼 맞춰 음악을 만들어갈 작업을 할 예정이다.

지용 : 성민재, 정제일 두 분을 지난주에 처음 봤다. '마왕'을 같이 작업해서 기대가 크다. 4년 전에 리스트의 편곡 버전을 진행했는데, 이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시간 동안 스스로 발전하면서, 발견해 온 모습을 이번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뉴욕에 있는 친구들과 영상 작업을 하면서 이번 작품에 넣게 됐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주요 가치관에서 멀어져가거나 무너져가는 과정, 내 안에 악마와 같은 모습을 마주하는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결국엔 다 잘 될 것이라고 스스로 마음에 평안을 찾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 지용이 슈베르트의 '그대에게 인사를'을 연주하고 있다.

신지아 : 13일 오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세레나데' 리사이틀을 공연하게 됐다. 처음에 프로그램을 짤 때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슈베르트가 현악기 곡을 많이 남기지 않았을뿐더러, 디토 페스티벌에 걸맞은 곡을 하자니 전통 클래식으로 가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1부는 디토 스트링스와 함께할 수 있는 곡과 성악 가곡을 편곡해서 들려드릴 것이다. 2부는 슈베르트의 꽃인 판타지를 준비하고 있다.

슈베르트를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프로그래밍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한 점은 간단하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곡을 고르자고 했다. 클래식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슈베르트는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가장 오래된 작품과 작곡을 남긴 사람 중 한 명이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었지만, 대단한 곡을 쓴 작곡가였다고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슈베르트는 그 대신 남다른 깊이가 있다고 본다. 콘서트장에 가면 객석들이 조용하게 앉아 있고 무대 연주자가 걸어 나와 곡이 시작되는데, 슈베르트의 곡은 너무나 간단한 코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법 같은 순간이라 본다. 베토벤보다 그런 면에서 더 훌륭하다고 본다. '디토'의 목표는 사람들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모으는 것이다.

음악은 정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종교가 있다면 음악이라고 말할 것 같다. 초등학생 같은 어린이들에게 음악은 큰 영향력을 준다. 세월호처럼 한순간 다 괜찮았던 것들이 세상이 뒤집어지듯이 큰일이 날 수 있다고 어린이들한테 어른으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한다. 사람이 한순간 죽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어둠이 있다는 것을 말할 때, 음악이 우리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통해 우리는 하나로 통합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과정은?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좋아하는 음악을 어떻게 하면 더 보여줄 수 있을까 항상 생각했다. 그래서 브람스의 피아노사중주처럼 했던 프로그램을 반복하려 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항상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내년 디토 페스티벌 프로그램 계획도 머릿속에서 하고 있다. 첫해 당시 슈베르트의 피아노삼중주의 한 악장을 연주했다. 모든 사람이 알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나 작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슈베르트는 언어와 목소리가 가장 강력한 악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슈베르트는 단어를 음에 딱 달라붙게 배치하는 대단한 능력이 있는 작곡가다. 슈베르트만이 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언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올해 하게 됐다.

작곡가로 슈베르트의 이미지를 어떻게 투영했는가?
ㄴ 정재일 : 교육을 받지 못해, 많은 사람이 당연히 알고 있는 작품을 알지 못했다. 슈베르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슈베르트의 작품 전체를 듣기 시작했다. 저는 연주자분들께 죄송하지만, 사람 목소리가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슈베르트는 목소리를 위한 곡이 많았고, 그 텍스트도 강력한 것이 많았다. 새롭게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그 중 '마왕'은 드라마가 있는 곡이다. 그런 것을 드라마가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삼식 극작가님과 얘기를 하면서, 독일어로 하는 성악 클래식 창법은 다른 분들이 훌륭하게 해서 우리의 성악도 될 수 있겠다고 봤다. 국악기들은 슈베르트의 고유한 선율들을 표현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편곡이라도 할 수 있다. 악기 편성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듬은 다이내믹을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봤다. 스트링 콰르텟은 하모니를 표현하기 적합했다. 여기에 성악가들과 같이할 수 있는 솔리스트를 생각하다 보니 한국 전통악기에 눈을 돌리게 됐다.

   
▲ 19일 LG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언타이틀드' 공연에 참여하는 (왼쪽부터) 정재일, 성민재, 지용이 단체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전통 성악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ㄴ 정제일 : 창극단에서 활발하게 판소리 활동을 하신 정은혜 씨와 함께한다. 판소리가 기본 창법이겠지만, 그분은 서양적인 소리도 낼 수 있다. 자기만의 소리가 있기 때문에, 판소리를 베이스로 한 여러 목소리가 들어갈 것 같다.

앙상블 '디토'의 전 멤버였다. 올해는 게스트로 참가를 하게 됐다.
ㄴ 지용 : 17살 때부터 22살 때까지 5년 동안 앙상블 디토를 했다. 디토를 떠난 후 지난여름에 한국에 있지 않은 것이 낯설고 그리웠다. 리처드 용재 오닐 씨 같은 분들 덕분에 성장했다. 이 친구들을 음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잘하고 있어서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올해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바로 승낙을 하고 연주를 하게 됐다.

'디토 페스티벌' 첫 참가를 하게 된 계기는?
ㄴ 성민재 : 항상 예전부터 디토 페스티벌을 봐왔다. 독일에 있었을 때도 늘 하고 싶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언젠가는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다 멋진 제안이 와서 참여를 하게 된 것 같다. 더블 베이스의 연주자로 기쁘다. 더블 베이스가 비인기 악기인데, 더블 베이스 콰르텟 공연을 하게 된다. 그만큼 더블 베이스를 집중적으로 대중분들께 들려드릴 기회인데 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KBS '더 콘서트'의 MC를 맡게 됐다.
ㄴ 신지아 : '더 콘서트'는 전통 클래식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신인 아티스트도 많이 소개하는 자리다. 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내용과 인터뷰로 프로그램 진행을 했다. 첫 방송을 오늘(3일) 오후 11시 40분에 하게 된다. 많이 기대되고 있고,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행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클래식을 많은 분이 보편적으로 봐주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젊은 클래식 아티스트가 한 번에 등장해서 주목받는 페스티벌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ㄴ 신지아 : 어렸을 때부터 연주 활동을 많이 해왔다. 연주자들은 이런저런 곡을 연주하다 보면 뚜렷한 주제나 목표가 없이 이 곡 저 곡 연주하게 된다. 바흐, 모차르트 등 디토 페스티벌을 할 때마다 매년 주제를 정해서 하니, 그 작곡가에 대해 더 깊이 공연 준비를 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 신지아가 슈베르트의 '안 디 뮤지크(음악에)'를 연주하고 있다.

비전공자로 슈베르트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ㄴ 정제일 : 한 작곡가의 작품을 샅샅이 찾아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좋은 것만 찾아서 들었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말이 가장 정확하다. 성악은 엄청나게 강력한 음악이고, 매우 간단한 음악이다. 그래서 감동을 많이 줄 수 있는 것을 느꼈다. 특히 슈베르트의 곡을 들을 때 신기하고 존경스러웠다.

최근 케냐를 다녀오고 마라톤도 완주했다.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운 좋게도 MBC와 '안녕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러브 챌린지'라는 기금 마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4월에 한 달 동안 케냐를 방문했다. 지구 온난화와 가뭄으로 큰 영향을 받아 힘든 지역을 방문했다. 빈곤율이 90% 이상인 곳으로, 마실 물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어린이와 가족들을 만나고 왔다. 지난주에 '러브 챌린지'의 방송 과제로 마라톤을 완주했다. 오는 11일 방송 예정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그런 면에서 크레디아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프로젝트를 믿고 저와 지용 씨 등 다른 연주자들을 지원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클래식 공연에 주로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나이가 좀 있다. 한국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열정적인 관객들이 공연장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더 많은 사람이 와서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여러 해 거듭해서 와주신 분들을 통해 저희도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 같다. 다양한 예술 형태를 페스티벌에 접목하면서 보여드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공유할 수 있는 것 같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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