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없는걸까요?"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예로부터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일컫는다. '잘해주면 은혜를 갚고 해코지하면 복수 당한다'는 이야기가 그 예이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은 고양이를 제대로 접해보지 않은 채, 그들을 미워하고 두려워한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

제4회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길고양이 로드무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감옥 조은성)가 8일 개봉했다. 한국, 일본, 대만을 오가며 3國냥生을 다큐멘터리로 그린 영화는 일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문장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나레이션은 두 마리의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씨엔블루 강민혁이 재능기부 하였다.

 
 

천만 인구가 사는 서울에는 길고양이가 약 20만 마리 이상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은 주택가 좁은 틈이나 빌딩 주차장과 보일러실에 숨어 지내기도 하고 추운 겨울엔 자동차 보닛 안에 있다가 시동이 걸리고 달리면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요즘은 음식 수거함이 생기면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굶어 죽기 일쑤이다. 그런 그들을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잔인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초반에 들려주는 '해운대구에서 일어난 새끼고양이 세 마리의 두개골 산산이 조각난 사건',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에서는 고양이들이 다니는 통로를 막아 굶주리게 한 사건'과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고양이들에게 불을 붙이거나 개를 물리게 한 뉴스' 외에도 '머리에 못 박힌 고양이', '벽돌 캣맘 사건', '주차장 펜스 처형', '캣쏘' 등 사실은 말도 못 할 사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일어난다.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관객은 서울에서의 신문 배달을 하면서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고 사진을 찍는 애묘(愛猫)인을 중심으로 고양이를 보호하고 구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본의 고양이 섬 '아이노시마'와 마네키네코 작업실 등 사람들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모습,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대만의 탄광촌인 '허우통'이 고양이 마을로 변화한 이야기에 대해 접할 수 있다. 오래전 고토쿠지 절에서 고양이가 손짓하여 행인을 들어오게 해 천둥과 폭우를 피하게 해주어 행운의 상징이 되고 마네키네코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그러한 일본에서도 아직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만은 한국과 비슷하게 무서워하거나 매정하다고 여겨서 개를 더 좋아한다.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한국냥, 일본냥, 대만냥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교를 보면서 매력에 푹 빠져 웃다가도 그들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보며 미안한 마음과 함께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고양이 별에서 온 고양이 세계에서 국적은 무의미하다. 사람들을 위해선 묘상권 따위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해주지 않아도 좋다. 하나의 생명체인 그들의 존재를 존중해주고 공존해간다면 얼굴 찌푸리는 일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러닝타임 90분. 전체 관람가.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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