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Before Sunrise', 해돋이가 주는 기운은 늘 고요하면서도 웅장하다. 문화뉴스가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역시 붉은 태양처럼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예술가다. 이들의 예술혼을 앞으로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의 온몸에 전하고자 한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시즌4에 출연 중인 김소정 배우와 만났다.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20년 넘게 이어진 장수 뮤지컬로 7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동생 동현과 결혼한 여동생들 뒷바라지에 바쁜 동욱의 형제애를 그린 작품이다. 김소정 배우는 출근 하루 만에 잘린 인턴 '유미리' 역으로 출연한다. 미리는 동욱과 동현 사이에 엉뚱하게 끼어들었다가 둘의 화해를 돕는 역할이며 불안하고 외로운 20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작품 속 미리와 같이 25세의 나이로 대학을 졸업 후 배우의 길에 뛰어든 그녀는 미리를 연상케하는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햇볕이 유난히 좋았던 날 만난 그녀와의 이야기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저는 25살 뮤지컬 배우 김소정입니다. 현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에 출연 중이고 이제 막 시작한 신인이에요.

데뷔 작품인가요?

ㄴ 데뷔는 14년에 '달빛요정과 소녀'라는 뮤지컬로 했어요. 이후 대학로에서 '안녕 파이어맨', 논산에서 '정글라이프' 등을 공연하고 '사비타'에 합류했습니다.

25살이면 유미리와 동갑이다. 미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 같은데.

ㄴ 저는 목소리가 낮고 허스키한 면이 있어서 학교에서도 섹시하고 성숙한 역을 많이 했는데 사실 성격이 비슷해서 이번에 미리를 맡으면서 저와 비슷하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20대라면 공감할 수 있는 취업 이야기도 있고요. 같이 연습하는 선배님들이 '너는 왜 평소에도 유미리냐'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사비타'에 합류하게 된 과정과 소감이 궁금하다.

ㄴ 저는 처음에 '사비타'를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결혼 축하해요' 넘버가 유명해서 영상 등을본 적은 있었어요. 그래서 해보고 싶다. 재밌겠다 생각했고 시즌3 때 오디션을 봤지만, 다른 작품과 겹쳐서 못하다가 이번 시즌에 합류하게 됐어요.

오디션 때 심사 측의 반응은 어땠는지.

ㄴ 저는 그동안 본 오디션 중 처음으로 재밌게 봤었어요. 준비도 많이 했고, 밝은 노래와 연기를 준비하면서 저 자신도 즐거웠고요. 저 오디션 볼 때 MR도 안 나와서 '시작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시작했었는데 반응도 좋았던 것 같아요. 아닐 수도 있고요(웃음).

 

실제 말투 등도 미리와 비슷한 것 같다. '사비타' 공연이나 준비 과정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ㄴ '사비타'가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공연이더라고요. 연습 중엔 핸드폰으로 선배님들을 맞춘 적도 있고요. 정신이 없으니까 폭죽이 안 터지거나 다른데 걸려있고 신발도 날아가고 미끄러지고, 핸드폰을 아예 너무 세게 던져서 무대 뒤로 날아간 적도 있어요. '죄송해요' 하면서 더 펑펑 울었죠(웃음). 그래선지 배우들끼리는 더 재밌는 것도 있어요. 미리 자체가 실수를 많이 하는 캐릭터니까 해결하기 쉬운 편이기도 해요. 폭죽이 계속 안 터져서 끙끙댄 적도 있는데 관객들은 연기로 아시더라고요. 오늘도 무슨 실수할지도 몰라요(웃음).

'사비타' 공연 중인 소감은 어떤지. 첫공 때는 기억 나는지.

ㄴ 벌써 두 달 정도 됐는데 많이 불안했었어요. 제가 생각한 유미리는 아이같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목소리도 안 어울린다는 생각에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했었죠.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은 불안감도 있고요.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제가 더 즐기면서 하고 편해지는 것 같아요. 제게 잘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요. 미리를 만나게 돼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처음 생각한 것과 달리 연습이나 공연을 하며 느꼈던 유미리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ㄴ 미리는 밝고 순수한 면도 있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어리버리한 면이 있어서 실수와 사고가 겹치는데 그게 무척 사랑스러워요. 25살 또래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도 담겨있고요. 처음에는 '사랑스러움'을 연기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열심히 하는 와중에 실수를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거지. 굳이 연기할 필요는 없더라고요.

정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도 있겠다. 배우들도 늘 취업준비를 반복하는 입장이니까.

ㄴ 그래서 저도 미리가 과장된 표현을 많이 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취업 이야기나 미래에 대한 고민 같은 부분에 있어 정말 제 자신의 마음을 담으려고 해요. 그 연기를 하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요. '나는 뭘 잘하지?' 하고요. 저도 늘 그런 고민이 밤마다 오거든요. 누가 '스물다섯부터 잠이 안 오고 고민이 많아지는 나이'라고 하더라고요.

 

뮤지컬 학과를 나왔고 '2013 H스타 페스티벌' 연기상을 받는 등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고, 계기가 무엇인지 등이 궁금하다.

ㄴ 저는 제가 기억이 날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늘 엄마에게도 '나 가수 될 거야'라고 했었고, 사촌 언니랑 가족들을 모아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했죠. 중학생 때도 노래방을 엄청 다녔고요.
우연이라면 우연인데 제 담임선생님이 음악 선생님이 많았어요. 중2, 3학년 때도 담임선생님이 음악 선생님이었는데 뮤지컬을 좋아하셨어요. 비디오로 '오페라의 유령'을 보여주셨는데 거기에 꽂혔죠. 그때는 제가 '크리스틴'처럼 노래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웃음).
그때부터 뮤지컬에 관해 찾아보게 됐죠. 그때는 지식인에 검색해보니 성악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성악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고 그랬었죠. 그러다 고1 무렵에 뮤지컬을 접해보고 싶은 친구들을 모아서 워크숍을 하는 곳이 있었어요. 거기에 지원했는데 붙어서 뮤지컬을 배우게 됐죠. 그 때 확실히 느꼈어요. 매일매일이 기다려지고 뮤지컬을 배우는 게 너무 재밌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거구나'라고 느꼈거든요.
덕분에 대학교까지 가게 됐죠. 학교에서도 공부에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중간에 방학일 때 시기가 맞아서 '달빛요정과 소녀'로 데뷔도 했고요. 그땐 욕심이 많았어요. '난 옥주현 선배님처럼 될 거야'하고요(웃음).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기상은 어떻게 받게 됐는지.

ㄴ 연기상은 학교 2학년 때 정기 공연으로 뮤지컬 '렌트'를 했어요. '미미' 역을 맡았는데 그 역이 워낙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역이거든요. 그런데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전 힐도 제대로 신어본 적 없는데 힐을 신고 춤도 춰야 했거든요. 무척 어려운 역이다 보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상을 받은 것도 제가 잘해서라기 보단 열심히 했던 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아직도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도 계속 레슨 받으면서 공연하고 있고요. 제대로 어릴 때부터 노래를 못 배우고 공연에 들어가서 음이탈 같은 실수를 한 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목소리에 관해 자신이 좀 없어요.

음이탈은 '사비타'에서도 위험한데. 미리가 체력이 필요하기로 이름난 캐릭터다.

ㄴ 무용 같은 안무가 아닌데도 워낙 뛰어다니니까 정말 힘들어요. 처음 연습 때는 이번 시즌 세 명의 미리 모두 노래 끝나고 대사를 못 했어요. 정말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됐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계속 보강해야 하는 것 같아요.

 

시즌제로 이어지는 작품이지만, 배우들이 거의 교체돼서 새로운 작품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ㄴ 배우들도 많이 변했고, 서인숙 안무감독님에서 신선호 안무감독님으로 변해서 거의 새로운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저희끼리도 동선이 정해져 있지 않고 우선 연습을 해보고 새롭게 정했고요. 후기를 읽어봤는데 전체적으로 이전과 다른 느낌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미리 캐릭터 역시 그렇고요.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는지.

ㄴ …소정 배우 사랑스럽다(웃음). 그런 거 너무 좋아서 캡쳐하고 그래요. 그 외에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또 세 명이 워낙 다른 것도 있고요. 연출님이 제약을 두기보단 저희가 하려는 느낌을 배려해주시거든요. 미리 외에도 동현, 동욱 역시 마찬가지로 배우마다 느낌이 다들 달라요.

 

그럼 세 명의 미리 중 본인이 좀 다른 점은.

ㄴ 제가 좀 더 바보 같아요(웃음). 김지현 언니는 통통 튀는 느낌이라면 저는… 바보 같아요. 한 번은 연출님이 저보고 '미리가 바보는 아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노래도 잘 부른다기보다는 변화나 표현에 중점을 두려 했어요. 제 목소리가 낮다고 했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밝은 곡이나 화내는 장면, 재즈 느낌의 곡, 잔잔한 발라드 풍. 노래마다 다른 느낌을 주려고 해요.

좋아하는 넘버가 있다면.

ㄴ '실수투성이'나 '언제나 그땐' 등이 기억에 남아요. '실수투성이'는 처음에 무척 어려운 노래였는데 이젠 제가 하면서 재밌어 하는 넘버에요.

배우들이 많이 교체됐는데 분위기는 어떤지.

ㄴ 제가 좋았던 건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친해지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이도 다른 셋이 유미리를 닮아서 그런지 친하게 지내는 거에요. 단톡방도 셋이 따로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누고요. 어려운 게 있으면 도움도 받아요. (김지현)언니가 무용을 전공해서 안무 선이 정말 예쁘거든요. 동현, 동욱 역 선배님들도 좋아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고 오빠들이 저희를 잘 챙겨주시고요. 지금도 만나면 너무 웃겨요(웃음).

다른 미리 역 배우들의 차이점이나 특징이 있다면.

ㄴ 세미는 노래를 참 잘해요. 관객이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주죠. 표현력도 참 좋아서 연습할 때 '어떻게 저런 반응을 하지?' 싶은 게 많아요. (김)지현 언니는 춤 선이 이쁘고 통통 튀는 느낌이에요. 귀엽고 웃긴 느낌이죠. 저는 제 공연을 못 봐서 모르겠어요(웃음).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건 표정이 다양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제 칭찬을 하려니 부끄럽네요(웃음).

 

취미는 뭔가요?

ㄴ '글라스데코'라는 게 있어요. 그림을 그리면 그게 스티커처럼 돼서 유리창에도 붙일 수 있고 그런 건데 제가 손으로 이것 저것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리도 좋아해요.

자신 있는 요리는?

ㄴ 라면? 계란말이? 파스타요. '잘'이 아니라 좋아해요(웃음). 어릴 적엔 설날 용돈 모아서 미니 오븐을 사서 집에서 과자를 굽곤 했어요. 그런데 바닥에 매번 기름칠을 해놔서 어머니한테 혼나서 이제 안 하고 있어요(웃음). 꼭 실수를 하더라고요. 특기가 아니라 취미니까 괜찮지 않을까요?(웃음)

그렇다면 특기가 있다면.

ㄴ 저 랩 잘해요(웃음). 노래방 가서 하면 사람들이 잘한다고 다들 인정했어요. 대학교 들어가서도 장기자랑을 하면 랩을 하곤 했어요. 랩을 할 수 있는 뮤지컬이 더 나와서 제가 공연하게 되면 좋겠어요. 여전히 랩에 욕심이 있어요(웃음). 노래가 특기라고 하기에는 뮤지컬 배우는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럼 가장 최근의 휴일에는 뭘 했는지.

ㄴ 집에 있었어요. 공연하고 연습하다 보면 가족과 같이 있질 못해서 일부러 집에 있었죠.

 

롤모델이나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게 있는지.

ㄴ 이런 게 가장 어려워요. 제가 누구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좀 더 관객들과 가까이서 만나고, 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큰 공연에서 제 연령대의 캐릭터는 대부분 예쁜 소녀나 공주 같은 역할이라서 제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은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을 많이 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사비타'가 참 오래된 작품이잖아요. 국민 뮤지컬이란 말도 있고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에도 배우들이 열심히 재밌게 하고 있으니까 보러 오셔서 웃음과 감동을 얻어가시면 좋겠어요. 저도 열심히 한 단계씩 올라가서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관객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많이 보러 오세요. '사비타' 짱!(웃음)

 

직접 만나본 김소정 배우는 차근차근 성장 중이었다.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관객과 만나며 행복과 공감을 전해줄 수 있는 배우로 자라나길 기대한다. 김소정이 선보일 '정말 유미리다운' 미리를 보려면 동양예술극장 2관으로 가면 된다.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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