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젊은 연극제 참가작 세명대학교 공연영상학과 크루써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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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제23회 젊은 연극제 참가작, 세명대학교 공연영상학과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작, 강재림 지도교수, 이현욱 연출의 <크루써블(The Crucible)>을 관람했다.

아서밀러(Arthur Miller)는 1915년 뉴욕에서 출생,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에 쓴 몇 편의 희곡으로 상을 받고, 졸업 후 라디오 드라마를 쓰고, 희곡 창작을 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대립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로 비평가와 관객의 칭찬을 받았다. 이어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평범한 샐러리맨의 꿈과 현실과의 괴리(乖離)에 부자(父子)간의 사랑을 곁들여, 회상형식의 교묘한 무대처리로 현대의 불안을 강렬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밀러는 이 작품으로 전후 미국 연극계의 제1인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도가니(가혹한 시련) The Crucible>(1953)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미국전체를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류(諷喩)한 희곡이다. 그 후 여배우 M.먼로와 두 번째 결혼을 했으나 이혼했다(1960). 그밖에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라디오 드라마·평론이 있다. 그는 T.윌리엄스와 함께 미국 연극의 발전과 실험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은 대부분 미국인의 공통된 비극적 생활을 주제로 삼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으로<행운을 잡은 사나이>(The Man Who Had All the Luck, 1944)<모두 내 아들>(All My Sons, 1947)<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1948)<도가니> (The Crucible, 1953)<다리에서의 조망>(A View From The Bridge, 1955)을 썼고, 이어서 M.몬로의 일대기<전락 이후>(After the Fall)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잔혹상을 묘사한<비시에서 생긴 일> (Incident at Vichy)을 썼다. 1968년 봄에는 <프라이스>(The Price) 1972년 가을에는 <천지창조와 다른 일들> (The Creation of the World and Other Business)을 완성 공연했다.

<시련>(1953)은 1692년 메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실제로 있었던 전대미문의 ‘마녀 재판’사건을 모티브로 1950년대 미국에 몰아친 메카시즘의 집단적 광기와 폭거에 의해 자행되었던 개인의 인권유린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제작이다.

실제로 아서 밀러는 주인공 존 프락터와 마찬가지로 매카시 광풍의 희생자였다. ‘非 미 활동 조사위원회 (The House Committee on Un-American Activities)의 조사를 받으러 청문회에 소환되어 다른 혐의자의 이름을 댈 것을 강요받았으나 거절했고, 그 결과 1차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일럼의 ‘마녀 재판’은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인간 본능이 철저하게 통제받는 청교도적 신권통치의 작은 마을인 세일럼에서 어느 날 밤 숲 속에서 어린 소녀들이 발가벗고 춤을 추며, 주술을 외우고 혼령을 불러내는 금기된 놀이를 벌인다. 패리스 목사에게 발각된 소녀들은 처벌이 두려워서 악마에 사로잡힌 듯 연극을 하게 된다. 거짓 연극을 하고 있는 소녀들을 본 주민들은 이성을 잃고 정말 마을에 악마가 있다고 믿어버린다. 억제된 청교도적 규범 속에서 거친 환경을 상대로 투쟁하듯 살아야 했던 마을 주민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오랜 앙금과 현실적 이해관계가 폭발 직전에 다다라 있었다. 오랫동안 억압되어 온 욕구불만은 악마와 대항해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추악한 속내를 드러내며, 잔인하고 비열한 복수심은 정당화된다. 소녀들의 금기된 장난으로부터 시작되어 마녀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위장한 고소, 재판, 급기야 교수형에 치닫는 극한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평소에 품고 있던 욕망과 질시, 불만, 이기심 등 악의 요소를 드러내 보인다.

초기의 희생자는 거지나 술주정뱅이처럼 힘없고 평소 마을의 골칫거리들이었으나, 점차 집단적 광기가 가열되며 개인적인 이권이나 원한에 얽힌 사람들이 고발되기 시작한다. 이미 명분은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재판 또한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죄를 묻는 재판이 아니라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재판으로 변질되고, 정의를 상실한 힘은, 누구라도 처형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처형되었고, 권력의 편에서 폭거를 자행하던 자들마저 공포에 휩싸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소된 사람을 구명하려는 명분을 다시 날조하려 들지만, 무릇 정의의 편에 섰던 인간상들이 보여주었듯 그들은 타협을 거부하고 정의로운 증인으로서 명예로운 죽음의 길을 택하게 된다.

<시련>의 서두 작가 노트에서 아서 밀러는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상의 역할과 유사한, 어떤 경우에는 아주 똑같은 역할을 한다."며, 그래서 관객들은 "이 연극 속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괴이하고 또 가장 무서운 사건들 중의 하나가 갖는 본질을 찾아내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적어도 이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 중 하나는 인간사회에서 시대나 상황에 따라 빌미가 되는 명분은 다를지라도 정의가 없는 힘의 폭거는 저질러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환기이며 양심에의 부르짖음일 것이다.

무대는 정면에 아래 위층으로 된 장치가 있고, 아래층은 패리스 목사의 집 거실과 존 프락터와 엘리자베스 부부의 거실로 사용되고, 이층은 하녀 방과 법정장면에서 판사석으로 사용된다. 무대 하수 쪽에서 이층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이 있고, 무대 상수 쪽에는 배경 막 가까이 등퇴장 로가 있고, 벽에는 창문이 있다. 장면변화에 따라 상수 쪽에 침상이 놓이거나, 무대 중앙에 긴 벤치가 놓인다.

연극은 도입에 마을 목사 패리스의 딸 베티가 원인 모를 병을 앓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침대에 누워 꼼짝 않고 있는 모습에서 출발한다. 연극의 진전에 따라 베티의 병은 소녀들의 수장 격인 애비게일이 동네 소녀들을 불러 모아 한 밤중에 숲 속에서 춤을 추며 악마의 의식을 거행하는 놀이를 하며 즐겼는데, 이러한 모습을 마을의 패리스 목사가 보게 되자, 소녀들은 숲속에서 악마의식을 하고 놀았던 사실이 탄로나 벌 받을 것이 두려워, 주모자 애비게일은 베티가 악마를 보고 충격을 받아 기절한 것으로 가장을 하도록 계략을 짜고, 소녀들에게도 누가 물으면 악마를 보았다는 대답을 하도록 이른다. 에비게일은 프락터의 집 가정부 노릇을 한 일이 있고, 프락터의 부인인 엘리자베스가 몹시 아파 누어있을 때, 은밀히 프락터를 유혹해 몸을 밀착시킨 일이 있기에, 그 사실을 안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쫓아내자 앙심을 품고 앙갚음을 할 기회를 노리다가 이번 일을 기회로,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몰아가는 복수극을 펴게 된다. 에비게일은 엘리자베스에게 베티를 보내, 인형을 선물하도록 하고, 인형 속에 바늘을 넣어, 심령을 바늘로 찌르는 악마적인 주술로 살인을 시도하려 한다는 억울한 누명을 씌워 엘리자베스를 법정으로 붙잡혀 가도록 만든다.

프락터는 자신의 아내를 비롯해 마을의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위기에 처하자 프락터는 애비게일과의 과거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법정에서 고백하며, 주모자 애비게일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미 잘못된 판결을 내린 부지사 댄포스와 판사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판결을 번복하지 않는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성난 민심을 걱정한 재판부와 생명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헤일 목사는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프락터에게 거짓 자백을 해서라도 목숨을 건지라고 종용하지만, 법관이 거짓 자백을 문서로 남겨 진실인양 호도하려고 프락터에게 서명을 하라고 명하니, 프락터는 서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양심과 자존을 지키려고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사형장으로 발을 옮기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박용진, 김도연, 오기택, 김선진, 김명현, 서명균, 원서연, 김아름, 구하은, 전창진, 김한솔, 이미정, 윤준희, 김지은, 윤영진, 감한정 등 출연자 전원의 열정적인 연기가 무대를 <도가니(The Crucible)처럼 달아오르게 한다.

학생연출 이현욱, 조연출 이대현, 조명 천세영·신연주, 음향 노영섭, 조명 의상 분장 소품 고영현·박별이, 무대디자인 장하다. 무대 서보영·허용범·유현지, 무대작화 이다영, 무대감독 함창도, 조명팀 최성민·정민채·박순기·양유진·강필진·김민지, 음향팀 이수진·신동현, 도움주신분 이정하 교수, 영상 이민수·박원무, 박준현, 김진경, 15학번 1학년 친구들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세명대학교 공연영상학고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작, 강재림·이정하 지도교수, 이현욱 학생연출의 <크루써블(The Crucible)>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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