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산아트센터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풍부한 언어와 소리로 전달하는, 타고난 이야기꾼 이자람을 토크 콘서트로 만나보자.

예술의전당이 클래식 연주자뿐 아니라 국악, 무용,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진솔한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손범수, 진양혜의 TALK & CONCERT' 시즌5의 주말 공연으로 이자람을 선택했다.

'이 시대 최고의 판소리 스타', '판소리계의 모차르트', '창작 판소리의 아이콘', '국악계의 미래'는 소리꾼 이자람이 몰고 다니는 다양한 수식어들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판소리로 동시대를 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볼 순 없겠느냐는 문제의식과 열망에서 시작한 이자람의 작업은 정통판소리 완창과 창작판소리,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창작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대본, 작창, 연기, 소리꾼까지 모두 해내는 공연으로 관객, 평단, 언론을 모두 사로잡으며 매회 모든 자리 매진과 기립박수를 끌어낸 천재 예술가 이자람. 프랑스, 루마니아, 우루과이, 브라질, 뉴욕, 런던, 폴란드, 호주 등지를 돌며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판소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6월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 콘서트 무대를 통해 판소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운명과도 같았던 스승과의 만남, '사천가', '억척가' 등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에 담긴 에피소드 등 이자람이 판소리와 인생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일인다역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이자람. 이자람의 판소리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관객들은 서로 다른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드는 이자람과의 '약속들이 걸리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한다. 목소리가 근엄해지고 이마에 주름이 생기면 대통령, 눈을 날카롭게 흘기면서 쏘아보듯 쳐다보면 라사라 등, 이렇게 하면 누구, 이렇게 하면 누구라는 무언의 약속을 무대 위의 이자람과 객석의 관객들은 공유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자람이 무대 위에서 구현해내는 수많은 캐릭터에 진실성이 부여되는 순간, 관객들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환상에 빠진다. 눈물을 짓거나, 웃음을 터뜨리거나,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진다.

   
▲ ⓒ 두산아트센터

이자람이 가진 탁월한 서사적 능력과 뛰어난 연기력, 청량한 소리의 조합이 만들어낸 판소리가 오늘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잘하는 판소리로 동시대 사람들,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고 말하는 이자람이 풀어내는 판소리와 인생 이야기가 IBK챔버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판소리, 연극, 밴드 음악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소리꾼, 배우, 그리고 작가와 예술감독의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는 이자람의 음악적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번 콘서트에서 이자람이 선보일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통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 상봉 대목이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춘향가는 남원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과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의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단옷날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춘향과 몽룡은 백년가약을 맺지만, 이몽룡 아버지의 근무지 이동으로 예기치 못한 이별을 하게 되고, 남겨진 춘향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옥고를 치른다. 이때 과거에 급제하여 어사가 된 이몽룡이 나타나 죽음 직전의 춘향을 구하고 사랑의 승리를 거둔다는 줄거리로,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서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어사 상봉 대목은 어사가 된 이몽룡이 걸인의 행색으로 춘향의 집을 찾아가 춘향의 모친인 월매와 재회하는 장면을 그린 대목이다. 옥고를 치르는 춘향을 걱정하며 시름에 빠져있던 월매는 걸인 행색을 하고 나타난 사위 이몽룡을 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이를 재미있게 여긴 이몽룡은 자신이 누구인지 바로 밝히지 않고, 월매에게 자신을 정말 모르겠느냐고 여러 번 묻기만 하는 장면이다.

두 번째는 전통판소리 '심청가' 중 젖동냥 대목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또 하나인 '심청가'는 효녀 심청이 눈먼 아버지의 눈을 띄우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목숨을 바쳤다가 용왕의 도움으로 환생하여 효심으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내용이다. 심청의 탄생, 심청의 성장, 눈먼 심봉사의 사고, 인당수 제물로 팔려가는 심청, 심청과 심봉사의 이별, 심청의 죽음, 심청의 환생, 심청과 아버지의 재회, 심봉사 눈을 뜨는 대목 등으로 전개되는 심청가는 여러 명창의 더늠으로 짜인 뛰어난 소리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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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동냥 대목은 심봉사가 일찍이 어미를 여의고 젖을 먹지 못하는 심청을 안고 동네 부인네들에게 젖동냥을 하러 다니는 내용이다. 배가 고파서 울기만 하던 심청이 온종일 봉사 아버지의 노력으로 동냥 받은 젖을 먹고 울음을 그칠 때까지 마음을 졸이고 애를 쓰며 동네를 다니는 심봉사의 부정을 잘 그린 대목이다.

세 번째로 창작판소리 '사천가' 중 분식집 대목이 진행된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원작으로 한 사천가는 소리꾼 이자람의 첫 작품으로 판소리의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공연이다. 작창 외에도 1인 15역을 소화하며 무대를 누비는 이자람의 연기와 소리는 2007년 발표 이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프랑스, 루마니아, 폴란드, 뉴욕 등)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극 속에서 가상으로 등장하는 대한민국 '사천'이라는 도시에 사는 뚱뚱하고 착한 여자 '순덕'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착하게 살고 싶지만 착하게 살 수만은 없는 세태'를 판소리로 유쾌하고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뿐 아니라 판소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첫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평단에서는 사천가를 "오래된 예술양식의 박물관적 재현이나 서구 작품의 단순한 번역극이 아닌 동서양, 전통과 현대, 연극과 서사 사이의 훌륭한 실험과 만남"으로 소개한 바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세 명의 신이 "착하게 살라"는 말과 함께 순덕에게 돈을 건넨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순덕은 동네에 작은 분식집을 차리고, 이 소식을 들은 못된 '뺑마담'은 염치없이 순덕에게 빌붙기 위해 찾아온다. 분식집 대목에서는 뺑마담이 순덕을 찾아와 뻔뻔하게 머물 곳이 없다며 백 명도 넘는 식구들을 불러들이는 장면을 재미있게 담고 있다.

끝으로 전통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이 선보여진다. 용왕의 도움으로 목숨을 살리고 황후가 된 심청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아채고 용왕은 전국각지의 봉사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봉사잔치'를 연다. 이 소식을 듣고 잔치에 참여한 심봉사는 거주성명을 이르고 나서 영문도 모른 채 황후 앞에 가게 된다. 황후가 된 심청이 심봉사와 재회하고 감동해 아버지를 부르니 심봉사가 자신은 가족을 잃은 지 오래라며 고개를 젓다가 이내 마주한 황후가 심청인 것을 확인한다.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은 삼 년 만에 만난 딸을 간절하게 보고 싶어 하던 심봉사가 눈을 꿈쩍거리다가 부정을 통해 눈을 뜨게 되는 감동적인 대목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광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꾸미는 토크 앤 콘서트는 20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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