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세계 최초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개봉'이라는 점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 그동안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공개하다 보니 '옥자'의 등장에 기존 틀을 고수해왔던 영화산업이 발칵 뒤집혔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로 소문난 칸 국제영화제는 봉준호 감독과 '옥자'를 초대했지만, 이들이 극장상영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내년부터 초청작을 프랑스 현지 극장 상영하는 작품에 한정에 초청하겠다는 규정을 부랴부랴 신설해 새로운 플랫폼을 변화보단 전통을 고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한국 극장가에서도 '옥자'를 맞이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 영화산업을 움켜쥐고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관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옥자'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주장하는 이유는 "'옥자'가 영화 생태계와 유통질서를 망친다"는 점이다.

▲ ⓒ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옥자'를 황소개구리나 배스 취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홀드백 기간(한 편의 영화가 극장 상영 뒤 IPTV와 케이블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최소 상영 기간)을 설정해 질서체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옥자'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199개국에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공개된다. 즉, 홀드백 기간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옥자'를 상영하겠다고 두 팔 걷고 나선 개인 운영 극장 66곳의 입장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멀티플렉스 측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의 주도권을 넷플릭스에 빼앗길까 봐 견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멀티플렉스의 강경한 태도에 넷플릭스는 손해를 입기보단,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있다.

▲ ⓒ 넷플릭스

1997년에 설립해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한 넷플릭스는 어느덧 199개국에서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을 만큼, 그들이 세계 곳곳에 뻗치는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하지만 한국만큼은 예외였는데, 한국 가입자들이 찾을만한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없었던 점이 가장 컸다. 그런 와중에 한국 콘텐츠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봉준호 감독과 손잡으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옥자'였다.

'옥자'를 통해 국내에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한 넷플릭스. 때마침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옥자' 상영을 거부하면서 자연스레 넷플릭스라는 이름은 자연스레 대중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옥자'를 보기 위해 한국 관객들도 넷플릭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옥자' 덕분에 넷플릭스는 그렇게 뚫기 힘들었던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넷플릭스로 유입될 한국 관객 수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관객들이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횡포에 환멸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은 생태계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자기네들이 한국영화 생태계를 파괴해왔다. 특히, 자신들이 제작/배급 맡은 특정 영화들의 홀드백 기간을 어떻게든 늘려 수익을 챙기기 위해 교묘하게 상영 횟수를 바꾸는가 하면, 단독 개봉한다고 알린 영화들의 상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으로 관객들의 영화 볼 기회를 손쉽게 박탈해왔다.

▲ ⓒ 넷플릭스

멀티플렉스는 '옥자' 상영을 거부하면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넷플릭스로부터 지켜냈다고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들의 방어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관객들은 이미 넷플릭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넷플릭스는 '옥자'를 기점으로 한국형 맞춤 콘텐츠 만들기에 돌입했다.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협업하는 '킹덤'과 웹툰 원작 드라마인 '좋아하면 울리는'이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며, 제2의, 제3의 '옥자'도 등장할 기미도 보인다. 벌써 흐름은 알게 모르게 바뀌고 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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