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전형적이다. 

   
 

드라마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연상연하 로맨스의 전형을 벗어난 적이 단 한 장면도 없다. 여자주인공은 나이가 많고, 프로패셔널하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독하다고 욕을 먹는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여리디 여린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더욱 독하게 사는 것이다. 그 모습에서 시청자는 여자주인공을 연민 한다. 남자주인공은 나이가 어리고 마음이 따뜻하다. 세상에 대한 열정이 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여자주인공과의 관계에서 미묘하게 주도적이다. 어리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만 중요한 포인트에서 그는 늘 관계를 리드하고 있다. 그 모습에 시청자는 설렌다. 그런데 과거의 남자가 나타난다. 서브 남주는 능력 있고, 잘생겼다. 여자주인공과 함께 한 추억이 있고, 여자주인공을 떠나야만 했던 정당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묘하게 남자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밀리는 느낌이다. 모든 연상연하 로맨스가 이 공식을 따른다. 이렇게 전형적인데, 왜 반지연과 윤동하는 이리도 매력적일까? 왜 마녀의 연애는 우리들의 마음에 다가오는 걸까?

처음에는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의 연출력, 작가의 글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녀의 연애 11회와 12회 예고를 보면서 느꼈다. 마녀의 연애는 연상연하 로맨스가 지니는 틀에 박힌 전형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그 전형성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사실 많은 드라마가 식상함을 이유로 요리조리 스토리나 캐릭터를 비틀곤 한다. 그러나 마녀의 연애는 대사 하나까지도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런데 그 전형적인 캐릭터와 전형적인 대사가 우리를 감동시킨다.

11회에서 배신자는 고민하는 반지연에게 말한다. 잘 생각해보라고, 네 마음을 잘 들여다보라고.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12회 예고에서 반지연의 엄마는 반지연에게 말한다. 네가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진짜 노시훈이 맞냐고.

현실적으로 39살 노처녀가 주변에서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23살 아가씨라면 주변의 누구라도 저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모레 40살인 아가씨에게 능력 있고, 멋진, 심지어 과거의 추억까지 공유한 남자가 진짜 내 마음에 있는 것이 맞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저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현실적으로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복 받은 줄 알아 이 기집애야, 니 나이에 그냥 남자랑 결혼하는 것도 기적인데, 저런 남자를 어디서 찾니? 정신차려!!', '야 14살 어린애 만나면, 너 걔랑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 정신 차려, 너 걔 만나면, 이제 42살에 헤어지고 또 질질 울고 짤래??’가 더욱 현실적인 말일 것이다.

   
 

그런데 반지연의 친구도, 반지연의 엄마도 반지연의 방황하는 마음을 너무나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현실에서 들을 수 없는 이상적인 충고들이 사실은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드라마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전형적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마녀의 연애는 그 결론마저 뻔하다. 그런데 이 뻔한 진행이 지루하지도 않고, 그 뻔한 결론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을 반지연이 이루어내면서 나의 이상이 그렇게 비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 그리고 아직 세상이 살만 하다고 반지연과 그녀의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확인받고 싶다. 드라마라서 할 수 있는 너무 뻔한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엄정화와 박서준, 라미란, 양희경을 통해 전개된다. 너무도 뻔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찡~하고 울린다. 그리고 우리의 머리를 띵~하게 한다. 과연 내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저런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만약 내 나이 39살에 반지연과 같은 상황이라면, 솔직히 엄마에게는 저런 말을 하게 할 수 없다. 아마도 부모님 마음은 그런 고민을 하는 딸이 안쓰러우면서 속상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며칠 전 친구에게는 부탁을 했다. 내가 39살에 결혼을 하건 42살에 결혼을 하건 32살에 결혼을 하건, 내가 혹시 결혼 직전에 결혼을 망설인다면 나에게 물어봐 달라고…

지금 네가 결혼 약속을 한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거 맞니? 네 마음을 잘 들여다 봐…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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