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집' 특제본의 입수는 우리나라 근대변혁기의 소중한 지적문화유산인 근대문학 자료를 수집·보존,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자 지난해 10월 설립한 근대문학정보센터의 자료기반 확충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941년 오장환에 의해 남만 서고에서 간행된 '화사집'은 그 판본이 다양하게 구성된 것으로 유명하다. 내재지 다음 쪽에 '100부 한정 발행이며, 1~15번은 저자 기증본, 16~50번은 특제본, 51~90번은 병제본, 91~100번은 인행자(발행인) 기증본으로 본서는 그 중 ○번'이라 명시하고 각각의 번호를 매겨 놓았다.
이 가운데 저자기증본, 병제본은 현존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확실히 알 수 있었으나, 특제본은 학계에 간간이 떠도는 얘기만 있을 뿐 실물을 확인한 사람이 드물었다. 다만 미당이 살아생전 그 모습을 복원해 만든 복각본이 남아있을 뿐이다. 다른 판본들의 표지가 황갈색 능화판 하드커버로 된 것과 달리 특제본은 그 표지가 유화 캔버스로, 책등은 비단으로 장식돼 있으며 책등의 서명은 붉은색 실로 수를 놓아 만들었으니 말 그대로 호화 장정의 특별 제작 판본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미당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미당은 우리의 고유 정서를 현대화한 위대한 시인이지만 말기의 부분적 친일행적으로 인해 얼룩진 부분이 없지 않은 문학인이다. '화사집' 특제본의 발굴을 계기로 1930~40년대 문화 현실과 출판문화 그리고 미당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