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사집 특제본 표제지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국립중앙도서관이 미당 서정주의 첫 번째 시집인 '화사집'의 다양한 판본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특제본을 구매·수집했다고 밝혔다.

'화사집' 특제본의 입수는 우리나라 근대변혁기의 소중한 지적문화유산인 근대문학 자료를 수집·보존,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자 지난해 10월 설립한 근대문학정보센터의 자료기반 확충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941년 오장환에 의해 남만 서고에서 간행된 '화사집'은 그 판본이 다양하게 구성된 것으로 유명하다. 내재지 다음 쪽에 '100부 한정 발행이며, 1~15번은 저자 기증본, 16~50번은 특제본, 51~90번은 병제본, 91~100번은 인행자(발행인) 기증본으로 본서는 그 중 ○번'이라 명시하고 각각의 번호를 매겨 놓았다.

이 가운데 저자기증본, 병제본은 현존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확실히 알 수 있었으나, 특제본은 학계에 간간이 떠도는 얘기만 있을 뿐 실물을 확인한 사람이 드물었다. 다만 미당이 살아생전 그 모습을 복원해 만든 복각본이 남아있을 뿐이다. 다른 판본들의 표지가 황갈색 능화판 하드커버로 된 것과 달리 특제본은 그 표지가 유화 캔버스로, 책등은 비단으로 장식돼 있으며 책등의 서명은 붉은색 실로 수를 놓아 만들었으니 말 그대로 호화 장정의 특별 제작 판본이라 할 수 있다.

▲ 화사집 특제본 면지
1930~40년대에는 화가와 시인들이 자신들의 분야를 넘나들며 서양문화를 함께 누렸는데, 그 가운데 남만 서고의 주인 오장환은 더욱 특별한 존재였다. 김만형, 최재덕 등 당대 신진 화가들과의 교유는 물론 출판 미술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헌사'(80부 한정), '와사등'(100부 한정), '화사집'(100부 한정)을 예술성이 높은 장정으로 출판했다.

올해는 미당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미당은 우리의 고유 정서를 현대화한 위대한 시인이지만 말기의 부분적 친일행적으로 인해 얼룩진 부분이 없지 않은 문학인이다. '화사집' 특제본의 발굴을 계기로 1930~40년대 문화 현실과 출판문화 그리고 미당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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