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랑] 영화vs영화_두 소녀의 성장기, '도희야', 그리고 '엑스맨
  • 해랑 아띠에터 칼럼니스트 그룹
  • 승인 2014.06.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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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송새벽, 배두나만으로도 기대를 했다. 예고편도 보지 않았다. 그냥 주말 아침 눈을 뜨자마자 도희를 만나러 갔다. 배두나가 도희인지, 김새론이 도희인 줄도 모르고 극장 카페에 주문해 놓은 커피도 잊은 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배두나가 도희를 부를 때마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조조영화로 도희를 만나고 와서 어떤 글을 쓸까.. 구상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심야영화를 보자고 한다.

화제작 엑스맨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돌연변이들을 보고 있었는데, 배두나가 도희를 부른 것처럼, 난 레이븐(미스틱)을 부르고 싶었다. 또 우연히 두 편의 영화를 본 하루는, 또 우연치 않게 소녀들의 성장기에 초점이 맞아버렸다. 어쩌면 조금 더 나이가 있는 레이븐이 도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도희야, 세상은 혼자 헤쳐나가는 거란다….'

영화의 끝 무렵 파출소의 권순오 경찰(공명)은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가끔 도희를 보면 괴물 같아요….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지 말입니다.'

권 경장의 대사를 듣는 순간, 영화를 보는 내내 도희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줄 몰라 당황하고 있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괴물…

지극히 개인적인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이 결국 도희를 다시 부르러 간 이유는 영남 역시 이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름의 상처를 가진 영남이 도희를 보살피게 된 것은 단지 아이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고, 자신은 그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어른이자 경찰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도희의 상처, 도희의 행동을 보면 볼수록 도희는 단지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아니라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료해줘야 할 아이였다. 그래서 영남은 도희를 혼자 남겨두지 않고, 도희를 다시 부르러 돌아간 것이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대우를 받아본 적 없는 도희는 영남에게 매우 집착한다. 그리고 영남을 구하기 위해 영악한 머리를 쓴다. 영악하다고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지만, 도희는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연기를 하고, 어떤 말을 하면, 그것이 효과적으로 어른들에게 수용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상처들이 도희는 세상에 상처를 받으면서, 동시에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상처만큼 세상을 이용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도희는 보호받고 치유하여야 한다. 세상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 상처가 분노가 되어 도희 자신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남은 그런 도희를 버리지 않고, 도희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민다. 하지만, 난 그 순간 생각했다.

도희야, 외로워도 슬퍼도… 세상은 혼자 헤쳐나가는 거란다. 지금 영남이 내민 손을 잡는다 해서, 영남이 지금은 너를 치유해줄 수 있다고 한들…. 너도 어른이 될 거고, 영남은 너를 100%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 세상엔 너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 될 텐데…. 그때가 되어서 네가 더 단단하게 서 있으려면, 네 상처도 네 스스로 치유해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단다. 도희야 영남이 내민 손을 지금은 기쁘게 잡지만, 매일같이 깊이 생각해 보렴. 네 스스로 너를 치유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너를 치유할 수 없단다. 그러니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렴.

물론 상처받은 도희 옆에 영남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도희에게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희가 조금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대가 될만한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우리들이 힘든 순간마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도희에게도 그럴 능력을 길러가는 것이 필요하다. 영남에게 집착하고 의지하는 도희가 아니라 영남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그로부터 다른 이들과도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도희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중에는 도희도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면서 극장을 나왔다.

   
 

▶ '미스틱, 단 한 순간도 너의 선택이 아닌 적은 없었어.'

다시 찾은 극장에는 어른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 미스틱(레이븐: 제니퍼 로렌스)이다. 인류의 운명이 달린 일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도, 자신을 어린애 취급한다며 자리를 떠버리는 미스틱이 답답했다. 결국, 해결은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 패트릭 스튜어트)가 "그래, 너 어른이다. 그러니까 네가 선택해라"라고 하면서 모든 일이 해결된다.

물론 영화에서는 매우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장면들로 이 모든 과정들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사실 이번 엑스맨은 인물들 간의 심리적인 갈등이 핵심이 아니라 정말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핵심이다. 하지만, 오전 중에 도희를 만나고 온 나는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레이븐에게 눈길이 갔다. 도희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그리고 도희처럼 어린 시절에 상처를 입은, 그리고 다행스럽게 자비에를 만나 상처를 치유해 온 레이븐은 어쩌면 도희에게는 좋은 롤모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도희에게 세상은 혼자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레이븐은 독립을 꿈꾼다. 그 독립은 단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다. 하지만, 레이븐이 간과한 것은 자비에와 함께해도 정신적인 독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치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키우는 것처럼 자비에의 입장에서 레이븐은 조금 더 보호해주고 싶은 가족이었고, 레이븐에 입장에서 자비에는 자신을 늘 어린애로만 아는 권위적인 가족이었다.

결국, 이번 엑스맨의 Key player는 레이븐이었고, 그 레이븐의 결정에 따라 인류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었고, 엑스맨답게,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답게 레이븐의 결정은 마지막에 가서야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해결책은 자비에가 레이븐에게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었다. 사실 자비에는 레이븐에게 단 한번도 선택권을 빼앗은 적이 없다. 단지 레이븐이 그렇게 느꼈을 뿐… 자비에가 레이븐에게 어른으로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명시함으로서 레이븐은 자신이 하나의 성숙한 객체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나름의 현명한 선택을.. 그리고 인류에게는 희망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공고히 독립을 결정한다. 결국 레이븐은 세상은 혼자서 책임지고 나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러한 삶에서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이 뒤따르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엑스맨에서 레이븐(미스틱)이 또 어떤 결정을 내려 어떤 행동을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레이븐은 현명하게 잘 성장하고 있는 소녀였다. 그러한 측면에서 도희도 레이븐처럼 현명하게 잘 성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기 다른 장르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두 영화에서 만난 두 소녀의 성장기가 매우 흥미진진했던 주말이었다.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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