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21일 오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이하 술눈지)'가 프레스콜을 통해 작품을 공개했다.

이번 프레스콜은 8명의 배우들이 교차하며 선보인 전막 시연과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으로 이뤄졌다.

연극 '술눈지'는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지킬 박사가 선악을 분리하는 약을 만드는 실험에 실패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자신과 체격이 비슷한 무명배우 빅터를 고용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지킬 박사 역은 윤서현과 김진우, 지킬의 약혼녀 이브 댄버스 역에 박하나와 스테파니, '하이드'를 연기하는 무명배우 빅터 역에 정민과 장지우, 지킬 박사의 조수 풀 역에 박영수와 장태영이 출연한다.

 

이날 선보인 전막 시연은 미타니 코키 특유의 재치가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초반에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느낌에서 점점 이야기를 쌓아가서 뒤로 갈수록 잔잔하면서도 세련된 웃음이 터진다. 진지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주기에 관객에겐 쉽고, 배우에겐 어려운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이던 배우들인데도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술눈지'의 유머 코드를 잘 살려 기대감을 키웠다.

시연이 끝난 뒤 정태영 연출과 8명의 배우가 모두 참여한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 좌측부터 정태영 연출, 박영수, 장태성, 박하나, 윤서현, 김진우, 스테파니, 정민, 장지우

간단하게 작품을 소개한다면.

ㄴ 정태영 연출: '술눈지'는 유명 소설인 '지킬앤하이드'를 원작으로 해 지킬 박사가 실험에 실패한다는 상황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이다. 미타니 코키의 진지하면서 우스운 성향을 잘 살린 이야기다. 저희는 이번에 6주간 연습했고 관객과 잘 소통할 수 있을거란 믿음으로 어제(20일)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극으로 돌아왔다. 연극의 특별한 매력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지.

ㄴ 윤서현: 방송과 다르게 연극은 배우의 성취감이 크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여러가지 기계적인 면이나 연출력, 카메라, 조명 등이 저를 제가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잘 나오게 할 수 있는데 무대에선 배우가 하는 것 이상이 나올 수 없다. 그 맛을 보러 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진중한 캐릭터를 맡았다. 이번 연극에서 어떤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지.

ㄴ 김진우: 저는 원래 데뷔무대가 연극이었다. 이번 작품을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연습기간 내내 행복하게 기쁘게 열심히 했다. 이렇게 다시 무대로 돌아오니까 제가 그동안 관객과의 호흡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7년간 묵혀온 그것이 이번 공연에서 터질 것 같다. 그동안 스크린 너머 관객을 만났다면 이번엔 살아 있는 호흡, 디테일을 한시간 반 내내 객석에서 관객들이 바라봐주신다는 것이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스' 이후 오랜만의 무대다. 이번 연극에 도전한 이유가 무엇인지.

ㄴ 박하나:  제가 '그리스' 했을 때가 꽤 예전인데(2010년) 그때도 정태영 연출님이셨다. 당시 아무것도 아닌 저를 믿고 뮤지컬에 기용해주셨다. 제가 요즘 드라마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스킬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대사를 외워야 하고, 촬영 현장이 힘들어서 한 씬, 한 씬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쯤 드라마를 쉬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통해 디테일한 연기를 하고 싶었다. 연극은 매일 생방송이지 않나. 저를 매진하는 느낌으로 왔다. 절실하게 제 연기의 업그레이드를 원해서 연극을 준비하려던 차에 연락을 받아서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지킬앤하이드'와 달리 이 작품에선 남자들이 다들 갇혀 있고 여자인 이브만 열려 있다. 배역 중 유일하게 극을 통한 카타르시스가 있는 인물인데 대부분의 다른 작품 속 여자 캐릭터와 비중이 달라보인다. 소감이 어땠는지.

ㄴ 스테파니: 제가 '연극'이 두 번째인데 처음은 '인간'이란 2인극이었다. 뮤지컬도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한 번 했다. 그때도 여자 캐릭터가 비중이 적은 개념은 아니었다. 그런데 뮤지컬과 비교하면 거기에선 지킬이 하이드가 되는 건데 우리는 이브가 하이디가 되는 게 중점이다. 그 이후 이브로 다시 한 번 성장해서 퇴장하는데 마치 남성 캐릭터가 이브의 성장을 위한 구조라 느껴져 신선했다. 제가 별명이 '다중인격자'긴 한데(웃음) 무대에서 두 캐릭터를 오간다는 점에서 무척 즐기고 있다.

 

스테파니의 연기를 봤을때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

ㄴ 박하나: 이브가 약을 먹고 하이디로 변한다. 저도 거기서 무척 희열을 느낀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도 아니고 제 평소 모습도 그런 적이 없다. 이브와 하이디라는 역을 비교하면 저는 평소 이브에 가깝고 스테파니가 하이디에 가까워서 참 캐스팅이 잘된 것 같다(웃음). 서로 보고 배우란 의미 같다. 저는 처음에 와일드한 편이 아니라 하이디가 엄청 어색했다. 그런데 스테파니는 너무 잘 해내서 닮아야겠다 했고 연습하다보니 닮아가지 않았나. 많이 자연스럽지 않나 싶다. 오늘 처음 관객을 만나는데 한 번일지 여러 번일지 어떻게 희열을 느낄지 기대하고 있다.

ㄴ 장지우: 조금 보태자면 두 분 다 함께 생활해 보니 두 인물을 다 가지고 있다. 박하나 배우는 사랑스러워보이지만 강한 면이 있고 스테파니 배우는 와일드해보이지만 무척 여성스런 면이 있다. 표현은 좀 다르지만, 둘 다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원작과 비해 어느정도 각색했나. 전 시즌과 달라진 게 있나. 다른 배역보다 지킬 역 두 배우가 연기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캐스팅 컨셉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빅터가 이 위험한 실험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의 동기가 잘 안풀렸다. 설명을 보탠다면.

ㄴ 정태영 연출: 이 '술눈지'는 미타니 코키 작가가 쓴 게 99%다. 애드립이 거의 없다. 우리 언어로 잘 안 통하는 부분만 살짝 고쳤다. 이번이 세 번째다. 동숭홀에서 초연이고 작년엔 자유극장. 이번이 제일 큰 극장인데 이 작품은 중극장 규모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일본 작품과 저희의 다른 점은 일본 공연은 미타니 코키 작가가 직접 연출했는데 음악이 라이브 연주에 가부키 형식이 좀 들어있던 것으로 봤다. 저희는 국내에서 '지킬앤하이드' 뮤지컬이 너무 사랑받고 있기에 뮤지컬 음악을 차용했다. 그래선지 처음엔 관객들도 비장하게 보더라(웃음). 마음을 열지 않고 보다가 점점 쌓여서 나중에 터져간다.
지킬 뿐만 아니라 8명 배우 모두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빅터가 실험에 참여하는 건 미타니 코키 작품을 깊게 분석하는 건 더 수렁에 빠지는 일이다. 웃음 자체에 목적을 뒀다는 작가의 글도 있듯이 그런 부분을 파고들 필요는 없지만 제 생각에 빅터는 배우의 자존감은 있으나 초년 배우고 행인 1 역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은 빅터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가 지킬 박사의 실험실을 왔다간 거로 생각됐고 그중 착한 빅터가 걸린 거라고 생각한다.

 

빅터 중 누가 더 과격한 하이드를 먼저 만들었는지. 상대방 연기 본 소감은.

ㄴ 장지우: 연습하면서 연기적으로 굉장히 유연하고 과격한 건 정민형이고 거친 부분은 제가 있던 것 같다. 오늘 공연 보시며 느끼지 않았을까 싶은데 정민형이 저보다 선배인데도 유연하고 연기적으로 잘 흘러가게 브릿지를 잘 표현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형을 보면서 제 과격함, 거침을 좀 부드럽게 했다.

ㄴ 정민: 사실 많이 거칠게 하고 싶었다. 사악이란 단어가 떠오를 수 있는 하이드가 하고 싶었는데 (장)지우의 하이드 보며 많이 부러웠다. 결국 유연함은 제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고 그런 면을 의도했다. 사실은 하이드를 정석적으로 하고 싶었다. 재미보단 무게감 있고 진지한 악도 생각했는데 연출님이 말씀하시길 웃음을 주는 공연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생각하다 결국 오늘의 모습이 나왔다.

ㄴ 장지우: 추가로 연출님이 저희에게 주문하신 게 하이드로 변할 때 코믹한 게 많지만 처음부터 웃기게 가면 안 된다. 처음엔 하이드를 보여주고 뒤로 갈수록 유연하고 노련하고 유쾌한 빅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하셨다.

풀이란 캐릭터의 어떤 면에 방점을 두고 연기했나.

ㄴ 장태성:  저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찌 보면 작품의 키를 가진 역할이기에 코미디지만, 제가 먼저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은 대사를 더 재밌게 하거나 내가 웃기고 싶어하는 게 있는데 그걸 참느라 힘들었다. 꼭꼭 눌러왔고 폴이 그냥 방관자같지만, 저는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했다. '풀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로 생각했다(웃음). (스테파니: 풀과 이브와 지킬앤하이드다)

ㄴ 박영수: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힘이 들어가면 연출님이 잘 잡아주셨고 작품이 워낙 웃기니까 하다 보면 웃기려는 욕심도 생기고 하는데 오히려 작품이 순리대로 가야 웃기고 개인기로 웃기면 안된다는 것도 배웠다.

ㄴ 장지우: 연습하면서 두 형님들이 힘들다고 하신 게 풀은 극이 시작부터 끝까지 하는 역할이 많다. 동선도 많고, 퇴장도 없고, 소품도 챙기고, 인물간의 브릿지 역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없어선 안 될 존재라 생각하고 배우들도 이런 이야기 많이 한다.

 

작품은 재밌는데 작년에 별세한 홍기유 대표의 유작 중 하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출을 맡았는데 마음가짐을 어떻게 했는지.

ㄴ 정태영 연출: 사실 처음엔 이게 다시 공연될 지 몰랐다. 작년에 공연을 멈추고…(*답변 중단)

오늘 첫 공인데 소감이 듣고 싶다.

ㄴ 박영수: 첫공이면 떨리고 관객만나는 설렘도 있는데 전 떨리고 두려움이 많다. 다른 팀 첫공 보니 참 좋으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그냥 재밌고 편안하게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ㄴ 박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코미디라 웃겨야 하나 했다. 재밌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미타니 코키 작가가 쓴 한 줄이 있었다. '관객이 감동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대본에 충실히 하면 웃고 가실수 있을거라 생각됐다. 마치 망치를 맞은 기분이었다. 반응에 '오바'하고 웃기려 하지 않고 진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그 모습에 관객이 웃지 않을까 싶다.

공연 보러올 관객에게 한마디.

ㄴ 김진우: 명품코미디에 목마른 관객들께 보여드리기 위해 저희 8인이 6주간 열심히 했다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 즐기시고 마음 터놓고 공연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

ㄴ 윤서현: 이 대본이 참 쉬운데 선을 잘 타는 게 배우들이 보면 어려울수도 있다. 그런데 저희 배우들은 그 선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관객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여러분 반응을 알고 플레이하고 있으니 노는 공간이란 마음으로 관객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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