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김가현 cherishkkh@mhns.co.kr 아나운서부터 PD까지, 방송을 사랑하는 김가현입니다. 콘텐츠를 통한 당신과의 만남이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콘텐츠를 만듭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가현]'나만 알고 싶은 맛집', '나만 알고 싶은 가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밴드 '혁오'와 '자이언티'가 무한도전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나만 알고 싶은 가수'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나만 알고 싶은 가수'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싫은 '나 혼자 알고 싶은' 뛰어난 가수를 일컫는 말이다. 이후에 나만 알고 싶은 맛집, 나만 알고 싶은 향수 등 '나만 알고 싶은' 무언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소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과 공유를 하는 성격이라 처음에는 새롭게 생긴 저 단어를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나만 알고 싶다는 건 대체 무슨 감정일까, 그러던 내게도 '나만 알고 싶은 곳'이 생겼다.

사실 나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려서 이어폰을 살 때도 그저 눈에 보이는 것, 저렴한 것 위주로 사는 편이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음질 좋은 이어폰'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딱히 필요성을 느낀 적도 없다. 가끔 브라운관을 통해 나오는 고가의 스피커를 수집하는 컬렉터들을 볼 때면 나랑은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넘겼다. '음악 듣는 건 다 똑같은 건데, 음질이 달라 봤자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시큰둥한 마음이 가장 컸던 것도 같다.

 

스트라디움의 루프탑카페

그러면서도 마냥 음질 좋은 장비에 대한 호기심이 없지만은 않았는지, 지나치듯 읽은 '음악감상공간 스트라디움에서는 2억 원대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라는 기사 속 한 문장이 머리에 계속 맴돌아, 즉시 스트라디움으로 발길을 옮겼다.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키므로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스트라디움을 들어서자 음악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글귀들이 나를 반겼고, '그때 그 음악', '세계로 여행하는', '비 오는 날' 등의 테마에 따라 선곡된 청음 테이블들은 자석처럼 나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압축을 거치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그대로의 음원과 같은 고해상도의 음원을 고품질의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라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는 마침 평소 즐겨듣던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가 리스트에 있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음악이 나온 순간 그동안 내가 듣던 챠우챠우는 챠우챠우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중학생 때부터 한 곡 반복으로 하루 종일 들을 정도로 수없이 들었던 노래인데도, 그날 만난 챠우챠우는 생애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것이었다.

스트라디움 내의 루프탑 카페에서 잔잔한 햇살과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과, 뮤직룸에서 홀로 음악을 듣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기분이 들어 그 뒤로도 종종 혼자 발걸음을 하거나 가끔가다 소중한 사람 한두 명 정도만 데려가곤 했었다.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 즐기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트라디움은 내게 '나만 알고 싶은 곳'이 되었다.

 

스트라디움에서 음악을 즐기는 필자

하지만, 나만 알고 싶은 곳은 사실 나만 알고 싶어서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얼마 안 가 깨닫게 됐다. 스트라디움이 운영난으로 존폐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그때, 정말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만 알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중한 공간이었다면 조금 더 알리고 다닐걸, 친구들에게 추천하면서 "나중에 꼭 같이 한 번 가자"라고 말할 게 아니라, 정확한 날짜를 잡고 데려가볼걸. 끝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다행히 스트라디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온전히 음악만을 감상했던 음악감상공간에서 모임공간, 스터디룸 등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의 모습으로만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예전의 그 스트라디움을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여전히 마음 한편이 씁쓸해져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하다.

인디가수 카더가든은 한 인터뷰에서 '나만 알고 싶은 가수'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너무 좋지만 다 알았으면 좋겠다"고.

그의 말이 더욱 크게 와닿는 지금이다.

 

스트라디움 사운드 갤러리의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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