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내가 만든 1편과 2편을 존중해줬다. 3편이라고 부를만하다."

1984년 1편과 1991년 2편을 통해 20세기 최고의 SF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창조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비록 창조자가 직접 만든 그것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31년간 계속되어온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의 명성을 이어가는데 충분한 작품이었다. 극 중 로봇군단 스카이넷이 작동하기로 예정되었던 1997년 이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2003년 3편인 '라이즈 오브 더 머신', 2009년 4편인 '미래전쟁의 시작'을 통해 안타까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3편과 4편이 깔아놓은 설정보단 1편과 2편의 설정을 가져오면서 터미네이터의 창조자인 제임스 카메론이 미처 만들지 못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느낌이 강했다. 이 작품은 2029년 '존 코너'(제이슨 클락)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를 담은 부분이 먼저 등장한다. 이 부분은 1984년의 '터미네이터' 장면과 유사하다. 그리고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구하기 위해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를 구하기 위해 1984년으로 돌아가는 장면 또한 '터미네이터' 1편에서 비슷하게 펼쳐진다. 여기에 다른 시점이 있다면, 2017년의 시점이 추가되는데 이 부분은 스카이넷을 시스템을 폭파하는 내용을 다룬 '터미네이터 2'의 인상이 깊게 묻어난다.

마치 시점이 불일치되었던 '엑스맨' 시리즈들을 하나로 통합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처럼 터미네이터는 3편과 4편을 뒤로 하고 1편과 2편의 세계관을 유지하거나 가져오면서 추가적인 이야기를 담았는데, 1편이나 2편을 봤다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처음 봤다고 하더라도 자체의 시나리오가 탄탄해 하나의 이야기로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시리즈들을 총망라하는 터미네이터들이 총출동하는 것은 마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슈퍼 히어로들을 보는 느낌이라 반갑기까지 하다. 1편부터 함께해 온 원조 터미네이터인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부터 2편에서 인상 깊은 CG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는데 일조한 액체 터미네이터 'T-1000'(이병헌),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나노 터미네이터 'T-3000'까지 다양한 터미네이터들과 인간의 대결, 혹은 기계와 기계의 대결은 올드 팬들부터 처음 시리즈를 관람하는 팬들까지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징적 존재, 'T-800'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4편처럼 합성 CG 출연이 아닌 제대로 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이번 작품에선 처음부터 '사라 코너'의 보호자로 등장하게 된다. 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치 부녀 관계를 연상케 할 정도다. 게다가 마음이 없는 로봇이지만, 인간과 오랜 생활을 한 끝에 성숙해지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설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리즈 최고의 명대사 "다시 돌아온다(I'll Be Back)"가 나올 때는 묘한 감정으로 지켜볼 수 있다.

에밀리아 클라크의 '사라 코너' 역시 주목할 만하다. 1편과 2편의 린다 해밀턴의 여전사 이미지가 그대로 옮겨진 느낌이었다. 미국 드라마 '왕자의 게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그의 모습도 지켜보면 좋을 관람 포인트다. 여기에 액체 터미네이터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악역 캐릭터 'T-1000'로 이병헌이 많진 않지만, 각인을 시켜줄 수 있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2편에선 로버트 패트릭이 인상 깊은 액션 연기를 선보였는데, 그대로 이병헌이 그때의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 에밀리아 클라크가 과거 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여전사 '사라 코너'로 출연한다.

이처럼 전형적인 여름 블록버스터로 즐기기엔 손색없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두둥둥두둥, 두둥둥두둥" 특유의 주제곡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뛰어오르는 순간을 극장에서 다시 한 번 7월 2일부터 느낄 수 있다. 엔드 크레딧 이후에 쿠기 영상이 있으므로, 불이 켜졌다고 바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아 윌 비 백"을 외치며 다시 영화를 보러 올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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