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그야말로 깜짝 놀랄 변화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실존했던 무희 '마타하리'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이중 스파이로 몰려 처형당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정통 대극장 뮤지컬이었다. 이번 재연에서는 스티브 레인을 연출로 기용하며 필름 느와르의 느낌으로 노선의 변화를 꾀했다.

광고 카피를 보면 '팜므파탈 '마타하리'의 화려한 유혹이 시작된다!'라고 적혀있다. 초연의 문구를 잘못 넣은 것이 아닐까.

초연을 본 관객들이라면 이게 같은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 꽤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초연의 흔적이 아주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뮤지컬 '마타하리'는 전작에서 약점으로 지적받던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꽤 잘 만들었던 프로덕션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단순히 스토리를 조금 수정해서 바꾸려고 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통째로 갈아 엎었다.

그들의 도전은 나쁘지 않았다. 일각에선 여전히 '마타하리'의 캐릭터가 사랑에 목매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아쉬워할 수도 있으나 사랑을 주제로 삼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기보다는 그 원인과 결과를 따져보는 것이 더 괜찮은 관람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대한 전개를 느리게 가져가며 서사적인 면을 부각한 것은 그들의 사랑을 느끼기에 나쁘지 않았다. 특정 인물이 타이틀롤인 작품으로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거의 1막의 전부를 아르망과 마타하리에게 투자하겠다는 의도는 명확히 보였다.

▲ '2017 마타하리' 넘버 '내 삶이 흘러가' 중 차지연, 엄기준 배우. ⓒEMK

다만 그 과정에서 라두 대령의 캐릭터가 약해진 것은 아쉬운 점이다. 삼각관계를 떠나서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이 없어 보인다. 이번 재연에서의 중요도를 따진다면 마타하리와 아르망을 제외하면 폰 비싱 장군이 단연 압도적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새로운 넘버 추가를 통해 앙상블들의 목소리를 조명한 것은 분명 좋은 시도였지만, 주요 인물들의 비중을 없애지 않고도 그런 의도를 성취할 방법이 더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전작의 물랑루즈 컨셉을 포기한 것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전쟁 속의 인간들을 다루는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은 살아났지만, 호평받던 비주얼도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첫 씬에서 마타하리의 매혹적인 댄스와 물랑루즈 댄서들의 화려한 춤, 1막 마지막의 비행기 이륙 장면 등이 사라지면서 이번 '마타하리'는 명분을 얻었지만, 실리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약간은 선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장면이긴 하지만, '마타하리'의 매혹적인 모습을 과시하는 느낌들이 사라지면서 정통 대극장 뮤지컬 대신 영화를 무대 위에 올려둔 느낌으로 변했다. 그런 맥락에서 비행기 이륙 장면이 변한 것은 더욱 아쉽다. 무대적으로도 임팩트 있으면서 극적으로도 영화같은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나와 마타하리 간의 관계 역시 초연보다 멀어져 진정한 주인공이란 느낌이었던 안나가 여느 작품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가 된 느낌도 있다.

▲ '2017 마타하리' 넘버 '사원의 춤' 중 차지연, 민영기 배우 ⓒEMK

물론 초연의 비판을 충분히 피드백한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을 포기할 필요까진 있었을까 싶다.

도전이라는 점은 분명히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이 공연의 장점이고 그런 점에서 관객들의 평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채 새롭게 등장한 '마타하리'는 칭찬받아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번 뮤지컬 '마타하리'는 전작의 매력을 완전히 없애고 이름만 같은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초연에서 보여준 화려한 블록버스터의 느낌을 그리워하는 관객들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보다 나아졌다거나 나빠졌다고 말하기엔 말 그대로 '다른 작품'이라고 봐야 하기에 앞으로의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이렇게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또 다른 변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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