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 문화뉴스 DB

[문화뉴스 MHN 김채원 인턴기자] 봉준호는 평단과 대중, 비평과 흥행, 예술과 상업 두 가지를 모두 섭렵하고 있는 매우 드문 형태의 명성을 보유한, 상당히 이례적인 입지를 가진 감독이다. 이런 봉준호 감독의 과거 명작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 봉준호의 빛나는 장편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서민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연쇄 개 실종사건을 다루며 지식인의 자의식과 도덕성 불감증을 비판한 코미디 드라마.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이 작품에서는 교수 사회의 비리와 소시민, 서민의 암울한 생활, 아파트 생활, 애견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의감 넘치지만 좀 덜떨어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현남(배두나)', 무서운 아내에게 얹혀 살면서 어떻게든 교수 자리 하나 얻어 살길을 찾으려는 인문계 대학원생 '윤주(이성재)', 그리고 개고기를 좋아하는 아파트 경비원(변희봉)등이 출연한다.

이렇듯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독특한 방식으로 비판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파트 단지의 연쇄 강아지 실종 사건을 내세워 중산층의 위선적인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영화는 이후 등장할 봉준호의 트레이드 마크가 거의 집약되어 있다고해도 무방하다. 특히, 강아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배두나의 개성에 맞춘 만화 같은 캐릭터를 비롯해 모든 배우를 영화 내부에 흡입시키는 연출의 힘이 돋보인다.

# 한국영화계가 2003년을 자꾸 되돌아보는 가장 큰 이유, '살인의 추억'

1980년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살인의 추억'. 감독은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한국적인 코믹요소를 접목시킴으로써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적당히 여과시킨다. 또한 잘 짜인 시나리오, 치밀한 연출력, 배우들의 능란한 연기와 구성에서도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봉준호의 영화답게 범인의 체포 여부보다는 그 주변을 둘러싼 사회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는 이러한 사건 수사 과정을 따라가면서 일련의 시대 상황을 차가운 화면과 미장센을 통해 전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살인의 추억' 연출과 관련해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디테일 묘사능력에 정교한 마름질 기술로 수제(手製) 명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안긴다"라고 평한 바 있다. 또한 영화 속 다른 관점을 지닌 형사 역의 두 주인공 '박두만(송강호)'과 '서태윤(김상경)'이 종반부에 이르러 서로의 관점이 뒤바뀌는 모습 역시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 동화 한 편, 소설 한 편, 만화 한 편,  '도쿄!'

'도쿄!'는 프랑스, 일본, 독일, 대한민국의 합작으로 제작, 개봉된 옴니버스 영화다. 봉준호가 연출한 세 번째 단편영화 이기도 하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레오 카락스 감독의 '메르도',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일본의 도쿄를 무대로 하고 있다.
그 중,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는 10년간 히키코모리로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한 남자가 어느 날 피자 배달부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카가와 테루유키 의 미묘한 표현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영화의 강렬함을 보여준다, '마더'
마음 속을 헤집는 그의 네 번째 장편 영화 '마더'는 28살인데도 자기 앞가림 제대로 못하고 자잘한 사고나 치고 다니는 좀 모자란 외아들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자 약재상을 하는 홀어머니가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는 내용이다. 시놉시스만 보면 감동극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봉준호 감독의 이전 작품인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스릴러에 가깝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상당히 일그러진 형태의 어머니 그 자체이며, 영화의 칼 끝은 밖이 아닌 '안'을 겨눈다. 현재인 것 같으면서도 과거 같고, 시골 같은 것과 도시적인 것이 혼재한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마더'의 세계는 부조화스러우면서도 왠지 불온하다. 특히,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미장센, 연출과 반전 등이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또한 '엄마' 역을 맡은 배우 김혜자의 엄청난 연기력은 수많은 관객들을 전율시켰다.

 

# "사랑이야기 입니다. 저의 첫 사랑영화." … '옥자'

아마 봉준호 감독의 이 대답은 극 중 '옥자'와 '미자'와의 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힌트가 될 것 같다. 10년 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인 어린 소녀 미자(안서현)와 옥자가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나타나 갑자기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간다. 할아버지(변희봉)의 만류에도 미자는 무작정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서는 이야기다.

설국열차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인 '옥자'는 그만의 특유의 색깔과 유머가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면 잊지 못할 정도로 서늘하고도 슬픈 여운을 남긴다. 독특한 소재와 훌륭한 영상미, 호화 캐스팅 등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끌었던 '옥자'는 지난 29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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