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태승진 예술의전당 예술본부장, 바리톤 공병우, 테너 김우경, 지휘 임헌정, 소프라노 박현주, 서활란, 이경재 연출, 베이스 전승현이 '마술피리'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믿고 보는 지휘자, 연출, 가수들이 함께 모인 가족오페라가 이번 여름 예술의전당을 찾는다.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 '마술피리'는 오페라하우스 개관이래 예술의전당이 가장 많이 제작했던 오페라 작품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총 9차례 토월극장 무대에 올라 매년 매진 기록과 함께 '가족오페라=마술피리'라는 등식을 세워 온 세대가 두루 즐길 수 있는 오페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 자체도 시공과 세대를 초월한 모차르트 특유의 감성과 유쾌함이 한껏 담겨있고, 단순하고 듣기 쉬운 음악부터 아름다운 아리아와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중창과 진지한 종교음악 등이 녹여져 있어 다채로운 오페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 번째로 제작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오페라극장 버전, 전막 공연으로 준비된다. 예술의전당 측은 "'가장 좋은 것이 가장 쉬운 것이다'라는 신조 아래 각색된 형태가 아닌 완성도 높은 전막 공연으로 기획했으며, 독일어로 노래하는 동시에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처리하여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즐기는 징슈필(Singspiel,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들어있는 독일어 노래극)의 묘미를 살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번 작품의 7월 17일 1회 공연은 영상촬영을 위한 '카메라 Day'로 진행되어, 방송 중계용 카메라가 아닌 고화질 해상도인 4K급 영화용 카메라 10대가 장면을 담아낼 예정이다. 더불어 5.1채널 입체 서라운드 음향으로 레코딩 작업을 진행한다. 오페라 무대를 수용하기 어려운 지역과 국외에서 한국 오페라 무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4K 상영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지방문예회관 같은 경우 대부분 프로젝터를 통해 제작되므로, 최종 영상은 'FULL HD'로 제작된다. 하지만 원 소스는 UHD로 촬영되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되거나 그런 시스템에서 상영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UHD로 상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족오페라 '마술피리'의 제작과 동시에 'SAC on Screen' 타이틀로 된 배경을 밝히는 기자간담회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지휘자 임헌정, 연출 이경재, 태승진 예술의전당 예술본부장, '파파게노'를 맡은 바리톤 공병우, '타미노'를 연기한 테너 김우경, '파미나'를 노래하는 소프라노 박현주, '자라스트로'의 베이스 전승현, '밤의여왕'을 맡은 서활란이 참석했다. 이들이 밝히는 공연 소감과 질의·응답 내용을 살펴본다.

   
▲ 태승진 예술의전당 예술본부장이 'SAC on Screen'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연하게 된 소감을 말해 달라.
ㄴ 태승진 :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는 매년 한 편씩 꼬박꼬박 제작하고 있었다. '투란도트', '어린 왕자' 등이 그러하다. 오페라극장에선 신영옥 선생님이 나오신 '피가로의 결혼' 이후 6년 만에 직접 제작을 하게 됐다. 오페라극장에 걸맞은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욕심은 있었으나 주변 형편상 만들 수 없었다. 이번에 임헌정 선생님이 오시면서 제대로 된 오페라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국립오페라단과 민간오페라단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으므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냐고 머리를 맞대었다. 일반인도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다수가 좋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중적인 오페라를 만들자고 했다.

여기에 사장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오페라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안타까워서, 좋은 공연을 훌륭한 영상과 음성으로 녹화와 녹음하면서 소외계층에 보급하고자 'SAC on Screen'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대중성 있는 오페라를 수준 높은 영상으로 담아내어 지방까지 멀리 보급하는 사업도 겸해 '마술피리'를 선정하게 됐다. 여기에 출연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선 흔쾌히 동의하셔서 제작발표회를 열게 됐다.

임헌정 : 이번에 본격적으로 하자는 뜻이 모여서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 요즘 너무 신난다. 좌우에 계신 연출자와 성악 하시는 분들이 노래를 정말 잘해서다.

이경재 : 연출자로 해야 하는 갈등이 상당히 많았다. 크게 두 가지로 제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은 '마술피리'를 분석해서 느끼는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고, 해야 할 일은 그 과정에서 모든 계층이 누릴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저의 생각과 어떤 교집합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나였다. 훌륭한 지휘 선생님, 성악가님들과 토의를 잘했는데, 연출자로 기대가 많이 된다.

이번 작품이 의미가 큰 것이 대학교 2학년 때 임헌정 선생님께서 지휘를 해주셨다. 저는 학생 스태프였다. 13년 전, 미국에서 막 귀국했을 때 국립오페라단에서 '마술피리'를 임헌정 선생님이 지휘하실 때도 저는 연출부 스태프였다. 이번에 연출을 맡으면서 함께 음악을 누릴 수 있어서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 즐거운 일은 앞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과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다.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이분들의 팬이었기 때문에 팬의 입장에서 음악을 공유하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마술피리'는 등장인물이 19명이나 나오는 복잡한 작품이다. 원작이 말하는 의도는 작품이 재밌어야 하고,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소재가 당시의 흥행성을 고려했기 때문에 플롯 라인이 복잡하다. 이번 작품엔 전반적으로 무대를 다 비우고 작품의 주제인 사랑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등장인물의 그림에 중점을 뒀다. 무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가수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무대는 거의 백지상태다. 이것은 개인적인 확신뿐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연출가의 스타일로부터 공부한 것이다.

   
▲ 이경재 연출이 기획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김우경 : 2011년 국립오페라단 '파우스트' 이후로 한국에선 두 번째다. 많은 오페라의 출연제의를 받았는데, 외국 활동하다가 한국을 오게 되면 사실은 쉬고 싶은 마음이 더 많다. 2012년부터 한양대에 재직하면서, 쉴 때 쉬지 못하고 강의를 하고 여러 가지 체력적이나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공연을 많이 하지 못했다. 이번에 제의하면서 하게 된 이유는 '마술피리'를 여태까지 스스로 한 공연 중에 제일 많이 한 공연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어린아이들도 동화책 등을 통해 '마술피리'의 가사와 주인공들의 이름을 다 알고 외우고 있을 정도로 작품이 유명하다.

한국 오페라 가수이지만 외국에서 '마술피리'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자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마술피리'를 오래간만에 기획하신 취지에 맞춰 교육도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이 있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외국 사람들이 웃게 된다. 비웃음을 받지 않으려면 독일 사람들보다 정확한 표현과 발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외국으로 가시지 않으면 보실 수 없는 것을 한국에서 하면서 서비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뵙게 됐다. 다 친분이 있는 선생님들이시고 같이 작업을 하고 있다. 날이 더워서 힘들 때도 있지만, 음악이 하나의 굉장한 표현 방법일 수 있으니 덥든 간에 즐겁게 지내고 있다. 앞으로 2주 남짓 남았는데, 그간의 열심히 준비해서 재미난 오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전승현 : 대학교 3학년 때인 1994년, '마술피리'를 학교 오페라로 했는데 임헌정 지휘자님이 지휘를 해주셨고 20년 넘은 지금 시점에 와서 또 같이한다는 것에 아름다운 기억들이 떠올라 좋았다. 이경재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선생님이고 가수분들도 예전부터 알던 선생님이어서 낯설지 않게 잘 연습을 하고 있다.

공병우 : 아이들을 가르칠 때 성악은 주관적인 판단이 앞서지 않아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악가들에게 실제로 물어보면 1등과 2등이 정확히 가리는 학문이라고 한다. 1등인 지휘자와 1등인 배우분들과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기회를 주신 예술의전당 측에 감사드린다. '파파게노' 역을 맡으면서, 어떠한 것을 찾아봐야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파파게노'하면 우스운 새장수 역할을 많이 아실 것이다. 공연을 여러 번 했지만, 그것 이상의 캐릭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같이 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파파게노'에 대한 캐릭터를 찾아낼 수 있는 팁을 많이 주셨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의 운명, 억압을 받으면 아파하고, 배고프면 배고파하는 사람이 '파파게노'다. 그러한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그 캐릭터가 찾고자 하는 꿈, 알고자 하는 이상을 '마술피리'를 통해 나타내고자 한다.

   
▲ '파미나'를 연기한 박현주와 '밤의여왕'을 맡은 서활란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현주 : 유명한 동료, 선생님과 예술의전당 프로덕션을 같이해서 기쁘다. 독일어 원어로 '파미나'보다 '밤의여왕'을 많이 했다. 강한 캐릭터를 노래하는 '밤의여왕'이 아닌 다른 역할을 위해 선생님과 의논하고 있다. 독일에선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까지 모든 대사를 다 외우게 된다. 독일 대중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순간이었다. 지금은 한국에서 관객들과 만날 텐데 노래 부분과 달리 대사가 우리말이어서 독일어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저희가 연습하는 과정에서 재밌어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관객분들이 한국말로 교감하고 소통할 특별한 기회이니 놓치지 마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한다.

서활란 : 초등학교 5~6학년 즈음에 우연히 TV를 보며 팝페라 가수 키메라의 공연을 보며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오게 됐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을 돌아다녔고 한국에 와서 토월극장에서 한 예술의전당 기획 오페라에서 '밤의여왕'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 많이 맡아왔다. 그래서 재밌게 하고 있다. 작품이 유명하다.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라는 노래가 많이 어렵다. 사실 그 노래는 밝지 않은데, 모든 사람이 들어보면 편해 보이는데 어렵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더운 여름에 오싹한 노래로 더위를 확 날려버릴 소프라노가 되겠다.

2012년 피터 브룩이 내한 공연을 했을 때의 '마술피리'가 큰 영향이 된 것 같다.
ㄴ 이경재 : 모차르트의 '마술피리'가 아니라 그의 '마술피리'가 됐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출자다. 피터 브룩의 '마술피리'는 복잡한 무대를 간소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간소화함으로 등장인물이 만들어가는 드라마가 그 사람의 목표라고 봤다. 그래서 그 영향을 받고 모티브를 이번 작품에 할 수 있게 됐다. 저만의 방식으로 또 다른 비움의 무대에서 제가 느끼는 삼각 구도를 그려나갈 때 이야기로 가득한 무대가 될 것이다. 비움이 목적이 아닌 비움을 통해 이야기를 채워나갈 것이 작품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콘셉트인가?
ㄴ 이경재 : 이 무대는 전반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콘셉트에서 시작했다. 하얗게 비어있는 도화지로 출발했다. 왕자 '타미노'와 공주 '파미나', '파파게노'와 '파파게나' 등 커플들이 전체적으로 종이를 구겼다가 펼치면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삼각형으로 하나 전체를 이루는 무대를 통해 삼각 구도의 의미를 함축해 드러낸다. 선과 악, 이성과 감성이 우리 인간 사이에 계속 어렸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가득하다는 것을 기본 콘셉트를 잡았다.

여기에 빈 무대 9m~13m 정도 되는 큰 건물이 들어온다. 빈 무대를 2시간 30분 동안 보여주는데, 그 빈 무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신전, 동굴, '밤의여왕'이 사는 곳 등이 필요하다 보니 사용됐다. 이동 변화를 통해 다양하게 연출할 것이다.

   
 

또한, 영상을 사용한다. 그림을 도화지로 그린다는 모티브를 가지고 무대에서 표현하는 영상은 회화적인 것이 많다. 사실이 알려지는 배경을 위한 영상이 아니라 실제 화가가 '마술피리'를 위해 그리는 3D 작업이 이뤄진다. 8번의 상황을 통해 흰 무대에 때로는 구체적인 상황이 드라마와 함께 갈 수 있도록 원색적이거나 회화적인 터치의 그림들이 나타나게 된다. 처음에 '타미노'가 괴물에게 쫓기는 부분에서 괴물 등 다양하게 등장한다. 회화적 요소는 남녀노소가 느낌이 좋다는 감성을 가질 수 있도록 화가가 준비했다. 그 외에 '밤의여왕' 장면, '타미노'가 마술피리를 불었을 때 동물들이 나타나는 장면 등이 회화적인 장면으로 처리해 기본 콘셉트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

조명으로 인해 흰 도화지는 하늘색, 붉은색 등 다양한 변화를 가져간다. 2시간 30분 동안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오페라는 보통 1시간 30분인데 이번엔 2시간 30분이어서 아이들이 견딜 수 있을까 했다. 피터 브룩의 오페라는 각색된 이야기와 피아노 반주로 진행되는데, 이번 작품은 모차르트가 궁극적으로 원한 풀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으로 확신한다.

'SAC On Screen'에 대해 설명해달라.
ㄴ 태승진 :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영상화하는 것이다. 고화질 UHD 카메라 10대를 가져오고 5.1채널 스테레오 서라운드로 녹음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술 분야에선 최정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상화하거나 녹음하는 기술 자체는 세계 최정상이다. 다만 걸렸던 문제는 콘텐츠 수준이었다. '마술피리' 공연 정도의 수준이라면 세계 최정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만들게 됐다. 영상화해서 이것을 수익을 남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지방 문예회관, 군부대, 도서지방 등 공연물을 직접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소외지역에 보급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영상화의 기술적인 부분과 완성도, 그리고 예술작품의 충실도가 잘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 지휘자 임헌정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을 할 것인가?
ㄴ 임헌정 : 유럽 무대 극장에 있는 오케스트라는 객원 지휘자가 연습 없이 연주를 했다. 만날 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상임 지휘자를 맡고서 진행을 하고 연습을 시키는데 다들 이 오페라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연습에 방점을 두고 진행했다. (웃음) 성악 하시는 분들은 정말 잘해서 행복하기 그지없는데, 오케스트라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