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연산은 과거를 극복하는 데 실패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 인물이다. 과거에 대한 분명한 청산과 씻김이 이뤄지지 않는 한 미래는 펼쳐지지 않는다. 이 연극은 490년 전 이야기이자, 아직 청산되지 않은 지난 시절의 문제인 동시에 앞으로 우리 시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 작·연출 이윤택

한국 현대연극의 기념비적인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돌아왔다. 조선 왕조에서 가장 흥미로운 왕이자,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1995년 초연 당시 유인촌, 이혜영이 각각 '연산'과 '녹수'로 열연해 백상예술상과 동아연극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그 후 2003년 재공연을 했고 12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윤택 작·연출은 1995년 당시 "혼탁한 정치 현실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역사의 교훈이 현대 정치사에 던지는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는 계기"라 밝힌 바 있다. 그 말은 20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하게 다가온다. 7월 1일부터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30일 오후 프레스리허설이 진행됐다. 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엔 제대로 된 연극 한 편이 상연됐다. 그 현장으로 초대한다.

   
▲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은 비명 횡사한 생모를 그리는 연산군의 인간적 면모에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 '폭군의 대명사'인 연산은 작품 속에서 조선의 왕이기 이전에 어미를 잃은 아들로 나온다.
   
▲ 연산은 스스로 왕권을 세운 후 어머니의 제의를 시작한다. 그리고 녹수는 폐비 윤씨의 혼을 입는다.
   
▲ 폐비의 혼을 받은 녹수를 통해 사건을 알게 된 연산은 폐비에게 해를 가한 인물들을 차례로 살해한다.
   
▲ 작품은 연산군의 고통과 좌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신하들의 그늘에 가려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던 자신의 내적 갈등을 통해 연산의 인간적 고뇌를 조명한다.
   
▲ 한편, 연산을 사로잡는 녹수는 임금을 달래주는 안식처가 되며, 사랑과 증오가 혼재하는 관계로 등장한다.
   
▲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 볼 배우는 소리꾼 이자람이 녹수와 연산의 어머니 폐비 윤씨를 1인 2역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 연기 뿐 아니라 음악감독과 작창도 맡은 이자람의 연기는 훌륭했다. 자신의 연기인생의 2막을 여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또한, 지난해 '혜경궁 홍씨'에서 사도세자를 연기해 호평 받은 백석광이 무용수 출신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연산의 격정적 모습을 안무와 연기로 표현해낸다.
   
▲ 전통음악의 차세대 주자인 이자람과 현대무용수 출신의 백석광의 조합은 관객의 작품 몰입도를 높여준다.
   
▲ 또한, 이번 공연엔 1995년 초연과 2003년 재연에도 참여한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아래) 등 중견 배우들이 함께한다.
   
▲ 여기에 투명 아크릴 바닥의 경사 무대 위 인물들의 위태로운 모습을 부각하는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의 작품 역시 상징적이다.
   
▲ 신구(新舊) 배우들의 명연기로 12년 만에 재공연되는 '문제적 인간 연산'은 이번 여름 볼만한 연극으로 기억될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