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바티칸에 가서 교황청의 편지를 발견한 사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는데, 다른 종교 단체에서 우리의 발견 사실을 발표하려고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먼저 공개했다"

'직지코드'를 만든 우광훈 감독은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관객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비화를 먼저 꺼내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물론, 이런 비화는 '직지코드'가 개봉하기 훨씬 이전에 알려준 것이라 이 인터뷰가 나오기 전에는 대부분 알지 못할 것이다.

지난 6월 28일에 '박열', '리얼'과 함께 개봉했던 '직지코드'는 앞서 언급한 두 영화처럼 개봉 전부터 시선을 끌었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일반 개봉에 앞서, 지난 5월 6일에 막을 내린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이었는데, 이는 최근 한국과 프랑스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을 다룬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프랑스 측은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고 있는데, 이유는 최초 금속활자를 발명한 사람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아니라는 가설과 근거로 '직지'를 제시한 점 때문이다. 하지만 '직지코드'가 상영되면 분개하는 쪽은 프랑스가 아니라 한국일 것이다.

'직지코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구텐베르크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과 인류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까지 발견해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 세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 우광훈 감독과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직지코드'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알려달라.
└ 동·서양 종교의 공통점을 찾아 현대에 대입하는 작품을 쓰던 와중에 정지영 감독님으로부터 내가 준비하는 작품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직지'라는 책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연락하셨다.

외국인이 기획해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 했다는 점, 그리고 2005년에 엘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고려의 금속활자 설계도가 독일의 구텐베르크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발언과 중국으로 건너간 유럽 사제들이 교황에게 쓴 편지 일부에서 인쇄에 관한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게 나에게 상당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직지'에 대해 기존의 다른 다큐멘터리들이 충분히 다뤘기에 다른 점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각본을 받았는데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재연드라마와 추측으로 쓰여져 있어 기존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와 다른 점이 없었다. 콜랭 드 플랑시에라는 프랑스인이 어떻게 '직지'를 프랑스에 가져갔는지 상상으로 재연하는 것으로 쓰여있어 이를 채워줄 수 있는 2%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정 감독님과 데이빗 레드먼을 직접 만나 유럽에 가서 확인하는 과정이 모두 섭외된 것인지 물어봤더니 아직 안되었다고 답했다. 즉, 상상으로만 쓰인 각본이라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이었기에 틀을 완전히 바꾸자고 내가 제안했다.

처음에 4개월짜리 다큐멘터리라고 들었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기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으며, 이 영화의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문제도 부딪쳤다. 보통 어떻게 결론을 도출할 것인지 미리 정한 뒤 촬영을 진행하는 게 정석인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단, 금속활자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뒤에 유럽으로 가기로 정했다. 그리고 바티칸 교황청이나 프랑스 도서관 등을 힘들게 찾아가는 여정을 중점으로 하되, 그 안에서 뭔가 발견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노력했음에도 여러 장벽에 부딪혀 발견하지 못했음에 솔직히 털어놓으며, 후에 시도하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쪽으로 만들자는 콘셉트로 결정했다.

사전섭외 없이 무작정 유럽으로 날아갔다고 말했는데, 극 중에서 등장했던 학자들은 어떻게 만날 수 있었나?
└ 학자들과 만나는 건 어느 정도 이야기는 되어 있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는 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독일 구텐베르크 박물관 측에게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고려 활자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식의 질문을 하고 싶다"고 전달하니 그쪽에서 "대답해줄 테니 와서 이야기하자"라고만 답변받았을 뿐,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하진 않았다.

그리고 엘 고어가 금속활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고 알려준 스위스 박물관장조차도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데다가, 물어봐도 와서 이야기하자는 말만 되돌아왔다. 한 번 이메일을 보내면, 최소 3주 뒤에나 답장을 오니까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

그러면 유럽으로 떠나기까지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 데이빗은 2년 전부터 준비했었고, 나는 1년 반 동안 준비했다. 함께 모여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했다. 처음에는 각본대로 찍어보려고 섭외도 해보고 대답도 유도해보려고 했지만,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무의 상태에서 차근차근 공부해나갔다.

 

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아무래도 '직지심경'을 반환하지 않는 프랑스를 향해 분노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부로 초점을 둔 것인가?
└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금속활자에 대해 공부하던 어느 날, 장동찬 PD님이 프랑스 도서관에서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프랑스 도서관이 이메일을 통해 '직지' 촬영을 거부했고, 가지 못하는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못 찍는다는 사실을 듣고 실망했다. 한국영화사와 직지박물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다큐멘터리로 공식문서를 보냈는데도, 도리어 그들은 '배후가 누구냐' 식으로 답장했는데, 특히 그들이 배후라는 단어를 'sleeping partner'라며 속어로 표현했다는 게 우릴 우습게 본다고 생각해 화나기도 했다.

하지만, 연출자 입장에선 이 상황이 오히려 고마웠다. 나는 여기서 발상을 전환해 그들로부터 거부당하는 씬을 반사적으로 카메라로 담아냈다. 이메일로 왜 안 되느냐고 답장했지만 그들의 답변이 시원치 않았고, 그 'sleeping partner'는 우리를 더욱 유럽으로 가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서 내심 반가웠다. 그들이 명확하게 말했다면, 안 갔을지도 모른다.

그 후 프랑스 도서관에 직접 찾아가 왜 안 보여주냐고 물어봤는데, 오히려 그들은 "너네 '직지' 복사본을 갖고 있지 않느냐?"며 조롱하듯 대답해버리니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되었고, 열 받았다. 심지어 '직지'를 확인하러 갔던 외국인인 데이빗에게도 "구텐베르크가 세계 최초인데 뭔 소리 하느냐?"며 불손하고 조롱하듯이 문전박대했다.

 

그렇게 프랑스 현지에서 겪어보니까 데이빗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 데이빗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한국으로 들고 와 자극적으로 말하는 줄 알았고, '우리 역사도 아닌 외국인이 와서 화가 났다고 했을 때 왜 저러지?'라고 생각했던 게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 외 현지 기자들과 접촉해 프랑스 도서관에 같이 압력을 넣어보기도 했다. 공공기관 차원에서 거부당할 수 있지만, 현지 시민 차원으론 통할 수도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한, 현지인들과 만나 '직지'에 대해 알고 있는지, 그리고 '직지'의 행방에 대해 그들과 함께 현지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영화 '직지코드'의 존재에 대해, 혹시 프랑스 도서관 측은 알고 있는지?
└ 그들도 알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 그들에게 각본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는 학술적으로 '직지'에 대해 파헤치려는 것이었지, 감정적인 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고, 심지어 이 각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대답한 적도 없다. 그들은 원본은 파손되기 쉬우니까 대신 디지털로만 보여줄 수 있다고만 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프랑스 도서관 측은 그때야 '직지' 다큐멘터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프랑스에 '직지' 이외에도 수많은 우리 유산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이들이 우리에게 반환하지 않는 것인가?
└ 자신들이 습득한 문화유산이고, 이로부터 창출되는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의궤' 한 권을 들고 와서 우리와 TGV 열차 협상할 때가 그 예시다. 제국주의 시대 때 약탈했다가, 그 가치를 안 순간부터 이를 이용해 최대한 자신들에게 보상이 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 내놓지 않는다. 지금 프랑스가 반환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하게는 '의궤'를 대여형식으로 빌려온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나마 '의궤'는 프랑스가 빼앗아갔다는 증거는 있지만, 프랑스는 '직지'에 대해 자신들이 샀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가져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제작과정에서 그들이 사 갔다는 증거도 없고, 그렇다고 약탈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그런데 국내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사 갔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더라. 그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또한, 그들이 샀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가 구텐베르크 성서만큼 잘 보여줬으면 불만도 없을 것인데, '직지'를 감추면서 구텐베르크가 독자적으로 먼저 했다고 끝까지 우기고 싶어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하다못해 연구할 수 있게 '직지' 원본을 보여줘야, 구텐베르크 성서가 독자적인 것인지 또한 증명할 수 있는데 디지털 본만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은 '직지'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극 중에서도 '지하에 있다'고 한 것은, 데이빗이 그렇게 믿고 있다. 이렇게 말해야 나중에 "여기가 아니라 다른 데 보관되어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직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으며, '직지'가 없어졌는지, 파손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지난해 한불 수교 130주년일 때도 '직지'를 요청했지만, 안 보여줬다. 그러면서 왜 친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웃음)

[문화 人] '직지코드' 우광훈 "데이빗 레드먼 X 명사랑 아네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② 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