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최용배, 이하 BIFAN)가 올해 영화제의 화제작을 중심으로 엄선한 프로그래머 추천작 6편을 1차로 공개했다. 김영덕, 남종석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BIFAN 추천 영화 6편을 살펴본다.

'균열'(2017년) / 감독 : 엘링거 토로드센 /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빙하지대의 차갑고 아름다운 풍광에, 서늘하고 아린 퀴어스릴러 작품이다. 늦은 밤 헤어진 남자친구 '에이나'의 전화에 불길함을 느낀 '군나'는 황급히 집을 나선다. 한적한 별장에 홀로 근신하고 있던 '에이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군나'를 맞이하지만, '군나'는 점차 이상한 존재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느낀다. 게이 커플이 헤어진 후, 두 사람의 마음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슬란드 빙하지대의 차갑고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2017 예테보리영화제 폐막작이다.

'누명'(2016년) / 감독 : 아르파드 소프시츠 / 헝가리 
1960년대 헝가리 변두리의 작은 마을 마르트푸를 충격으로 몰아갔던 극악한 연쇄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범죄스릴러 영화다. 젊은 여인이 참혹한 변사체로 발견된 후, 범인이 잡혀 종신형을 살고 있는 동안에도 연이어 일어나는 연쇄 살인은 마을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다. 사회주의 동유럽의 사회정치적 분위기와 숨 막히는 사회심리적 상태를 배경으로, 누명과 진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과 잘못된 수사를 덮으려는 형사들과 고위권력이 촘촘히 엮인 탄탄한 범죄스릴러는 헝가리판 '살인의 추억'이라 부를 만하다.

'하이퍼솜니아'(2016년) / 감독 : 가브리엘 그리에코 / 아르헨티나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여배우 '밀레나'는 연극의 주연 '랄리' 역을 맡게 된다. 리허설 도중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극 중에서 납치되어 강제로 매춘하는 '랄리'의 삶으로 직접 빠져드는 경험이 반복되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감독은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그려냈다. 픽션과 리얼리티, 과거와 현재를 혼재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영화로, 한 사람이 이중의 삶을 경험하는 호러와 판타지를 넘나든다.

'항문남녀'(2016년) / 감독 : 피터 백 / 미국
금기에 도전하는 극단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원한다면 이 작품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한 중독 증상을 앓고 있는 '에이다'와 '에런'은 정신과 상담을 기다리던 중에 서로를 만나게 된다. 눈이 맞은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서로의 그곳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인간 본연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조금 다른(?) 취향을 가진 연인들의 이야기로, 남종석 프로그래머는 "하드코어 장르 영화 팬조차도 이 작품을 볼 때는 인내력과 참을성을 시험받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피 헌팅'(2017년) / 감독 : 조 디이츠, 루이 깁슨 / 미국
알코올 중독자 떠돌이 '워렌'은 궁핍한 베드포드 지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운이 나쁘게도 이 지역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고급 취미 생활(?)을 위해 부랑자들을 모으던 중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인간 사냥을 벌이는 숙련된 사냥꾼이 득시글거리는 이 황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워렌'은 지금까지의 모든 무기력을 떨쳐내고 강한 생의 의지를 갖게 된다. 그는 마을에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을까? 가차 없이 벌어지는 인간 사냥 '놀이'의 광기를 담았다.

'잠 못 들게 하는 영화1 - 아기의 방'(2006년) / 감독 :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 스페인
여섯 편으로 제작되었던 TV시리즈 '잠 못 들게 하는 영화 1' 중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가 연출한 '아기의 방'은 이글레시아의 영화 중 특유의 유머를 쏙 빼고 정색한 가장 무서운 정통 호러다. 완벽하게 개조된 오래된 저택에 한 부부가 갓난아이와 함께 이사를 온다.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 때문에 아이의 방에 모니터를 설치한 부부는 요람 곁을 맴도는 누군가의 존재를 확신한다. 남종석 프로그래머는 "흔하디흔한 유령 들린 집 이야기가 식상했다면 '아기의 방'에 주목하기를 권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21회를 맞는 판타스틱 영화 축제 BIFAN은 오는 13일부터 23일까지 11일간 부천에서 개최된다. 개·폐막작 예매는 BIFAN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할 수 있다.

mir@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