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현탁 창안 연출의 망루의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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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현탁 창안·연출의 <망루(忘淚)>의 햄릿을 관람했다.

무대를 객석 상단 높이로 돌출시키고, 수십 개의 철제 봉으로 2단 높이로 떠받쳤다. 자연히 객석 하단은 폐쇄되었다. 배경 가까이에 의자 세 개를 나란히 놓고, 배경에서 무대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어 그리로 등퇴장을 한다. 망대 상수뒤쪽 귀퉁이에 마이크장비기구가 설치되어있어, 등장인물들이 무선마이크나 선으로 연결된 마이크를 사용한다. 마이크를 대에 꽂아 고정마이크로도 사용한다. 무대 전면 중앙에 확성기가 한 개가 놓여있다. 배경 막에 영상으로 자막을 투사해 연극의 이해를 돕는다.

눈물을 잊은 햄릿이라는 망루(忘淚)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높은 무대로 해서 전망대 느낌의 망루(望樓)라는 생각도 든다.

연극은 도입에 햄릿과 여자 2인이 망대 같은 무대에 올라 이혜민 작사·작곡의 동요 “아빠와 크레파스”에 맞춰 율동을 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햄릿의 붉은 조끼는 시위현장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시위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동요가 끝나자 햄릿은 확성기를 들고 구호를 외쳐대기 시작한다. 배경에 나란히 놓인 의자에 숙부와 왕비, 그리고 경찰관 복장의 폴로니우스, 그리고 젊은 여인들이 등장해 시위대를 쳐다보고 있다. 그들이 시위에 반응을 보이자, 햄릿은 자신이 광대라는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원작의 광대장면에서의 동생이 형을 죽인 후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대사를 내뱉기도 한다. 망대위의 시위를 저지하려고, 헬멧을 쓴 레어티스가 등장을 하고, 숙부 왕과 왕비 일행이 망대에 오른다. 향후 햄릿 원작의 내용이 가미되면서 오필리어가 등장을 하고, 햄릿과 오필리어의 노래가 관객을 극 속으로 빨아들인다. 극 중 세종대왕의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이 낭독되는가 하면, 숙부왕은 고정 마이크 앞에 서서, 어눌하지만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연상시키는 음성과 대사로 객석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거트루드 왕비가 장발을 휘날리며 춤이나 노래하는 모습 또한 예쁘고 독특하기 그지없어 관객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장면에서는 시위대 촛불로 대결을 하고, 촛불용기에 숙부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며, 1차 2차 3차 대결을 벌이면 극은 상승 점으로 치닫고,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의 "She"와 최성수와 임수정이 불러 히트시킨 가요 “동행”을 열창하면 극은 절정에 이른다. 대단원은 결투장면에서 독배를 마신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 모두 쓰러지고, 숙부가 다시 고정마이크 앞에 다가서서 어눌한 대사로 나라전체의 화합을 다지는 대사로 마무리를 하면, 쓰러졌던 출연자들이 모두 일어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진성, 김미옥, 성석주, 신현진, 김성혁, 김동훈, 김유현, 이송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관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아낸다.

기술감독 서지원, 조명디자인 김은주, 조명팀 이재문·김명수, 무대감독 조서희, 기획 지대현, 홍보 김지혜, 사진 김철성, 영상 이창환, 조연출 황동우 등 스태프 모두의 노력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김현탁 창안·연출의 <망루(忘淚)의 햄릿>를 연출력이 감지되는 새로운 총체극적 표현주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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