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경북 32강행, 광주동성, 휘문 16강행 안착

▲ 경기 직후 응원단에 예를 표하는 휘문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 선수권)에서 율곡고, 경북고, 광주동성고, 휘문고가 각각 승리했다.

4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선수권 사흘 째 경기에서 율곡고가 같은 경기 지역 라이벌 소래고에 역전승한 데 이어 경북고가 다크호스 유신고에 콜드게임 승리했고, 광주동성고는 9회 말 막바지에 3점 차이를 너끈히 극복하면서 대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휘문고와 김해고의 경기에서는 휘문고가 콜드게임으로 승리하며, 각각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제1경기 : 경기 율곡고등학교 8-5 경기 소래고등학교

경기지역 라이벌전에서 타력의 집중력을 앞세운 율곡고가 소래고에 역전승하며, 황금사자기에 이어 32강에 올랐다. 선취점은 소래고의 몫이었다. 소래고는 4번 박건호의 적시타와 5번 이주형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묶어 2득점,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율곡고 역시 곧바로 이어진 1회 말 반격서 3번 김철호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5번 유인후의 2타점 중전 적시타, 7번 고희승의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는 등 대거 5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4회 말 공격에서도 2번 유정연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가한 율곡고는 7회와 8회에도 한 점씩 추가, 소래고의 공격을 3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확정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김철민에 이어 5회부터 등판한 에이스 김범수가 4와 1/3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면서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제2경기 : 대구 경북고등학교 13-4 수원 유신고등학교(7회 콜드)

4강권에 있는 두 팀이 1회전부터 만났지만, 경기 결과는 의외로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만루 홈런 한 방을 앞세운 경북고가 유신고에 콜드게임 승리하며, 32강에 올랐다. 경북고는 1회 초 공격서 밀어내기 볼넷에 이은 7번 이대건이 좌측 담장 넘기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며 조기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대회 2호 홈런. 뒤 이은 3회 초 공격에서도 8번 강민성이 좌익수 옆 2루타로 주자 두 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7-4로 추격을 당한 7회 초 공격에서는 8번 강민성이 또 다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2번 손민규가 중견수 방향 인사이드 파크 홈런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까지 남기며 3점을 추가, 기어이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반면 유신고는 5회와 6회 공격에서 조대현과 장준환의 분전으로 4점을 추격했지만, 초반 대량실점을 피하지는 못했다. 마운드에서는 경북고의 비밀 병기 이희재가 5이닝 4피안타 1실점의 깜짝 호투로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 경기 직후 서로 인사를 나누는 마산용마고-광주동성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제3경기 : 광주 동성고등학교 6-5 경남 마산용마고등학교

최근 프로야구가 우울한 소식만을 전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목동구장을 찾은 관중분들은 오늘 한 편의 영화를 잘 보고 가셨을지 모를 일이다. 동성고가 9회 말 투 아웃에 경기를 뒤집으며 극적으로 16강에 선착했다. '대 역전'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선취점은 마산용마고의 몫이었다. 용마고는 1회 초 경기 시작하자마자 2번 유진성의 좌측 담장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양 팀은 박재영(마산용마고)과 김기훈(동성고)의 호투에 밀려 5회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 6회 말 공격서 동성고가 4번 한준수의 1루수 강습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상대 3루수 송구 실책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다시 잠잠한 듯 했으나, 마산용마고가 8회 초 반격서 투수 송구 실책과 4번 오영수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 6번 박수현의 주자 일소 3루타를 묶어 대거 4득점, 단숨에 점수 차이를 벌렸다. 이대로 갔다면,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패색이 짙던 동성고는 9회 1사에서 대타로 등장한 2학년 김범민이 3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외야 송구가 상대 더그아웃에 들어가는 행운까지 겹치며, 그대로 홈까지 안정 진루권이 주어졌다. 이어 김경훈, 전정배의 연속 안타에 이은 2번 지강혁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면서 경기 양상이 묘하게 흘러갔다.

이어 등장한 3번 이명기가 투수와 2루수 사이에 떨어지는 땅볼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이면서 점수 차이를 한 점으로 좁혔다. 이어 등장한 4번 한준수가 고의 4구로 걸어나가자 타석에는 이 날 유독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투수 겸 5번 타자 김기훈이 들어섰다. 2사 만루 찬스, 누가 승부에서 이기건 경기가 끝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투 스트라이크 원 볼이라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김기훈은 이 날 유일한 본인의 안타를 3루수 옆을 빠지는 좌전 적시타로 기록하면서 2, 3루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스코어 6-5 역전.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뉴욕 양키스의 요기 베라의 명언이 그대로 그라운드에 재현된 셈이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김기훈, 구원 김의준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3학년 신기인이 1과 2/3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이며,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양 팀 모두 최선을 다 했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은 학부모 및 동문, 야구팬들은 좋은 영화 한 편을 관람한 셈이었다.

제4경기 : 서울 휘문고등학교 12-2 경남 김해고등학교(6회 콜드)

투-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선보인 휘문고가 김해고에 역전승하며, 16강에 안착했다. 휘문고는 3회 초 수비서 포수 견제 애러로 선취점을 내어 준 데 이어 3번 김재엽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리드를 빼앗겼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3회 말 공격서 2사 이후 5번 김대한이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2루타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4회 말 공격에서도 2번 노희민이 또 다시 2사 이후에 2, 3루 주자를 모두 불러 들이는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며 점수 차이를 벌렸다. 그리고 5회에는 '리틀 최태원' 최준서와 2학년 이한별의 연속 적시타, 그리고 상대 포수의 송구 에러와 8번 이준의 적시타로 단숨에 4득점하며 콜드게임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6회에도 3득점에 성공, 규정에 의하여 콜드게임이 선언(5~6회 10점 이상) 됐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이정원을 구원 등판한 또 다른 '안심히 트리오'인 김민규가 4회부터 등판, 3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첫 승을 신고했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율곡고 투수 김범수 : 자타가 공인하는 율곡고 마운드의 핵심이다. 황금사자기 당시에도 145km에 이르는 빠른 볼로 상대 타선을 제압, 주목을 받기도 했다. 주말리그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경기 B조 전승 우승에 일조했다. 짧은 창단 역사에도 불구하고 율곡고가 선전할 수 있는 데에는 김범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셈이다. 소래고와의 경기 지역 라이벌전에서는 4와 1/3이닝 3피안타 무실점, 3탈삼진 호투를 선보이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율곡고의 '상징'과도 같았던 내야수 김철호-선발 투수 김철민 쌍둥이 형제 역시 투-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대전고와의 32강전을 기대하게 했다.

경북고 내야수 이대건-손민규 듀오 : 말 그대로 강호 유신고와의 1회전 경기를 '지배'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대건. 선발 7번 타자로 출장한 이대건은 상대 투수 김진욱의 5구째 투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 넘기는 만루 홈런을 만들어냈다. 올해 고교 본선 무대 2호 만루 홈런. 이 홈런 한 방으로 경기는 순식간에 경북고 쪽으로 흘렀다. 그리고 7회 초 공격에서는 2번 손민규가 빠른 발을 이용하여 주자 일소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 또 다른 진기록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두 이는 무려 7타점을 합작, 팀의 13득점 중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전주고와의 32강전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일 경우, 황금사자기 8강에서 탈락했던 한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청룡극장을 만들어 낸 사나이, 광주동성고 2학년 올라운더 김기훈. 사진ⓒ김현희 기자

광주동성고 올라운더, 2학년 김기훈 : 이 정도면 정말로 '고등학생 맞냐?'라는 질문을 할 법하다. 광주동성고 2학년 김기훈이 투-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모교의 청룡기 16강행을 이끌었다. 투수로서는 비록 상대 타자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그것이 이 날 경기의 유일한 피안타였다. 5와 2/3이닝 1피안타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 역전에 발판을 놨다. 타선에서는 9회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 4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2사 만루 찬스에서 경기를 끝내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며, 스스로 '물건'임을 증명해 보였다. 이를 지켜 본 프로 스카우트 팀도 "저 친구(김기훈)가 당장 KIA에 와도 5승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기훈 본인도 "오히려 홈런을 맞은 것이 약이 됐다. 집중해서 던졌는데, 볼넷이 많았던 부분을 보완하여 16강전에 더 잘 던지겠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기훈은 16강전에서 같은 청소년 대표팀으로 한솥밥을 먹게 될 휘문고의 안우진을 상대하게 됐다.

▲ 대회 첫 6회 콜드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투수 김민규-2학년 김대한(사진 좌측부터) 듀오. 사진ⓒ김현희 기자

휘문고 투수 김민규-외야수 김대한 듀오 : 황금사자기 진출 실패 후 맞은 첫 본선무대에서 화끈한 콜드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선발 이정원을 구원 등판한 김민규는 빠른 볼을 앞세워 3이닝 무실점투를 기록, 2017 휘문고 본선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닝 당 1개 꼴로 탈삼진을 솎아낼 만큼 제구력도 안정적이었다. 경기 직후 만난 김민규도 "느낌이 정말 좋다. 다음 경기(동성고와의 대결)가 어렵겠지만,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2학년 외야수로 선발 5번 타자로 출장한 김대한은 0-2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는 싹쓸이 2루타를 기록,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경기가 끝날 때 김대한의 기록은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마감, 무서운 2학년다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이미 1학년 멤버로 전체 타율 2위를 기록했던 만큼, 타고난 야구 센스를 자랑한다. 김대한 역시 "청룡기 목표는 우승"이라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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