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36 '옥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국내와 해외 영화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이 시대의 반항아(?)' '옥자', 지난 29일에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개봉하기 이전부터 수많은 화젯거리를 낳으며 큰 횃불이 되었다. 그렇게 '옥자'가 개봉한 지 딱 1주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옥자'에 대해 되짚어보려 한다.

두 사람의 '옥자'에 대한 감상평을 듣고 싶다.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옥자'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관객들이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옥자'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3가지였다. 사람인 '미자'와 슈퍼돼지 '옥자'의 아름다운 교감과 이를 지키기 위한 험난한 여정, 식량난과 인류 미래를 위해 개발했다가 논란이 되는 GMO(유전자변형식품)의 위험성, '옥자'를 통해 되짚어보는 동물의 생명권 존중 문제다(그래서 '옥자'를 본 일부 관객들은 한동안 육식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오고 있다). 그 외에 봉준호 감독이 곳곳에 알게 모르게 패러디 요소를 깔아놓았는데, 그 중 '루시'의 "베네통 광고의 아시아 소녀처럼 하지마"라는 대사가 지금까지도 뇌리에 박혀 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메인 플롯과 서브플롯이 주는 메시지가 명쾌했다. 서브플롯의 '통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이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느꼈을 문제일 수 있고, 혹은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이에 두고 나올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작품에 유쾌하면서도 뼈 있게 녹여냈다. 그리고 '김군(최우식)'이 "면허는 있어도, 4대 보험이 없다"는 내용으로 시니컬한 말을 뱉어내는 그 순간 역시 인상 깊었다. PPL(간접광고)의 사용법도 노골적이면서, 영리했다. 대표적으로 TV가 고장 난 상황에서 등장하는 "장 건강에 딱 좋아" 광고 멘트는 극장의 모든 관객이 웃으면서 지나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알다시피, '옥자'는 사실 개봉하기 전부터 외적인 문제로 이슈가 많이 되어왔다. 특히,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상영거부를 하여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두 사람은 어떤 경로로 보았나? 넷플릭스? 아니면 극장?
ㄴ 석 : 나는 지난달 12일 오후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에서 가진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옥자'를 가장 먼저 접했다. 처음으로 대한극장을 방문했다. 시사회는 대한극장 건물 7층에 있는 10관과 11관에서 진행되었고, 시사회 때 받은 나의 티켓에는 E열로 표시되어 있어 중간보다 살짝 앞일 줄 알았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몰랐다. 알고 보니 10관과 11관 높이가 2층 건물 높이였던 셈이다. 내 자리를 찾으러 가는데 점점 아래로 내려갔고, 거의 맨 밑이나 다름없는 위치에서 '옥자'를 봤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제일 뒷자리인 W열에 앉아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다. (웃음)

 

양 : 나 역시 대한극장에서 개봉 첫날 관람을 했다. 10관을 먼저 설명한다면, W열보단 살짝 아래에서 앉아서 2015년에 '소수의견'을 관람한 적이 있다. 이건 축구장 꼭대기에서 선수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스크린도 하단 배치여서 그런지 아래를 자연스럽게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관람인데, 그러다 보니 집중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슈퍼 얼리버드'를 통해 5관 센터에서 '옥자'를 봤다. 확실히 일반 상영관 크기의 느낌인데, 2.35:1 상영 비율의 영화였기 때문에 빛을 가려주는 '마스킹' 시설이 됐다면 하는 아쉬움도 존재했다. 또한, 다른 멀티플렉스의 10분 이후 상영 정책과 다르게, 정시 시작을 모르는 관객에 의한 에티켓 문제도 있었다.

'옥자'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상영되지 않음에도 15만 명 넘게 극장에서 관람했다(7월 5일 KOBIS 기준). 이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
ㄴ 석 : 그동안 관객들에게 알게 모르게 횡포를 부렸던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더이상 우리를 '호갱님' 취급하지마"라고 외치는 관객들의 반항이다. '옥자'는 현재 박스오피스에서 경쟁하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스크린 수가 현저하게 적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1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해 꾸준함을 보인 반면, '옥자'를 거르고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점령한 '리얼'은 3배 이상이나 많은 스크린 수를 보유함에도 관객 수는 '옥자'와 겨우 500명 차이였다(일일 매출액은 오히려 '옥자'가 앞섰다). '옥자'가 가져다준 또 다른 효과를 꼽자면, 사람들이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개인 운영극장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고, 개인극장 또한 다시 찾아오는 관객들을 위해 변신 중이라고 한다.

 

양 : 이런 신선한 충격도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라는 종합 예술의 공급·유통망에서 넷플릭스 등이 등장하면서, 대형 멀티플렉스가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할리우드의 황금기라고 설명할 수 있는 1930~40년대 이후, TV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극장의 위기가 찾아온 적이 있다. 당시 영화계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와이드스크린 화면 비율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21세기가 되어 3D, IMAX, 4DX 등 다양한 기술력으로 TV나 스마트폰으로는 체험할 수 없는 무언가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극장이 가진 기본적인 장점이 있다. 바로 극장이라는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효용성이다. '옥자'가 15만 관객을 불러 모은 이유는 이 점에 있다.

당신이 매기는 '옥자'의 점수는?
석 : ★★★☆ / 정직한 줄거리와 메시지, 그리고 러닝타임 사이에 알게 모르게 숨겨놓은 봉준호의 패러디 찾기.
양 : ★★★★ / '옥자'가 '오마주'와 '자기 복제'가 아닌 독창성을 지닌 이유는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영화의 의도 때문이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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