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늑대의 양수근 작 박성민 연출의 복날은 간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양수근(1970~)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출신이다.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전경이야기>로 등단하고, 2011년 국립극장 창작공모에 무용극 <하늘이여, 사랑이여>로 당선했다.

2000 <보물찾기>, 2003 <홀인원>, 2007 <부부유별>, 2007 뮤지컬 <대학로는 파업 중>, 2007 <코리안드림> 각색, 2008 <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 드라마트루그, 2009 뮤지컬 <매직릴리>, 2009 <등대>, 2011 <전쟁터의 산책> 드라마트루그, 2010 뮤지컬 <월드 오브 다크나이트>, 2013 <욕>, 2014 <나도 전설이다>, 2015 <그들의 귀향> 등을 발표 공연했다.

2003년 극단 작은신화 우리 연극 만들기 <홀인원>, 2004년 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희곡부문 선정, 2013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대상 <오월의 석류>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보물찾기>, <부부유별>, <해방 전(1940~1945)공연희곡과 상영시나리오의 이해>, <용감한 꼬마 재봉사>, <매쿨부인과 쿠쿨린>, <로빈후드의 모험>, <온 백성의 힘으로 왜적을 물리치다> 등이 있다.

박성민은 극단 늑대의 대표이자 연출가다. <파우스트 벽에 갇히다> <타인의 게임> <복날은 간다> <새> <목뼈 부러진 여자> <내친구 피노키오> <모차르트 할아버지> <전쟁터의 산책> <뮤지컬 새대갈이> <여관방 훔쳐보기> <전쟁터의 산책> 등을 연출했다.

무대는 상수 쪽이 수퍼마켓이고 하수 쪽에 평상, 중앙무대에 탁자와 의자가 있다. 수퍼마켓 옆 골목길 객석 가까이에 벤치가 놓여있다. 간판이 걸리고, 개 역할은 출연자가 대신한다.

<복날은 간다>에서의 복날은 개고기와 연관이 있다. 복날은 음력 6월부터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속의 절기다. 복날은 눌려 엎드려 있는 날 복 伏 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철의 금 金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火)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屈伏)'는 의미다. 즉 더운 여름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하여 굴복시켰다는 뜻이다. 일 년 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여서 삼복더위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복날에 하고많은 고기 중 개고기를 먹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행으로 볼 때 개는 서쪽에 해당한다. 서쪽은 오행 중에서 금에 속한다. 반면 여름은 불(火)에 해당하고 더위의 절정인 복날에는 화기가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금'의 기운이 쇠퇴한다. 복날은 불이 쇠를 녹이는 화금극 火克金이 되기 때문에, 쇠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금'의 기운이 왕성한 개를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더위로 허해진 심신의 균형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여겼다.

복날 개고기를 먹는 또 다른 이유는 액과 부정을 막기 위해서다. 지봉 芝峰 이수광 李光은 <지봉유설>에서 "복날의 복 伏이란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되어 상승하지 못한다는 뜻"이라 하였다. 즉,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에서 복날(伏日)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 때는 복날 온갖 귀신들이 횡행하므로 온종일 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을 삼가 하도록 했다.

 

제사상에도 당당히 올라간 개고기는 영양학적 측면에서 보면 사람의 근육과 가장 흡사한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찬물로 씻으면 기름이 엉겨 붙지만 개고기는 그대로 씻겨 나간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 의하면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돕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여 체력을 보강하고 증진하는 효능이 있다. 또 개고기는 예로부터 몸이 허약해서 생긴 결핵이나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한다. 공중을 나는 새는 결핵에 걸려도, 개는 결코 결핵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피부 미용에도 좋고 젖이 잘 돌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개고기를 먹었을까. 우리나라의 신석기 유적에서 개의 뼈가 널리 출토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개 잡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도 개고기를 식용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구워서 먹는 습속이 유행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중종 때 희락당 希樂堂 김안로 金安老(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아들이 장경왕후의 딸인 효혜공주와 결혼한 후 권력을 쥐고 공포 정치를 했다.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까지 올랐다가 문정왕후 폐위를 도모한 죄로 유배되고 이어 사사되었다)가 개고기를 좋아해 아첨꾼들이 뇌물로 개고기를 바치고 벼슬을 얻었다고 한다.

개고기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라갔다. 1795년 음력 6월 18일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상엔 개고기 찜(狗蒸)이 오르기도 했다. 1847년 프랑스 선교사 달렌은 그가 쓴 <조선교회사> 첫머리에 "조선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개고기다"라고 극찬했다.

개장국이 보신탕이 된 까닭 8・15 광복 후 북한의 공산주의 통치를 피해 월남한 함경도 사람들이 서울에 개장국 집을 개업하면서부터 보신탕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애완견이 들어오면서부터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반대가 급증하고 있다. 개는 인간의 표정과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늑대와 개를 구분 지어주는 가장 명확한 차이점이다. 개는 항상 인간의 주의를 살핀다. 인간의 감정 상태에 개는 영향을 받으며 상호 교감한다. 반대로 반려 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가 내는 소리로 개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 반가워서 짖는 건지, 경계하는 건지, 좋아서 우는 건지 개를 키우는 사람은 소리만 들어도 안다.

현재 식용으로 되는 개는 버림 받은 개거나, 훔쳐온 개거나. 애견 숍에서 팔리는 개들이다. 그 뿐 아니라, 강아지를 낳는 어미는 번식 장에 갇혀서 배란촉진제를 맞아가며 강아지 상품을 '생산'해낸다. 더 이상 새끼를 생산할 수 없게 되어 쓸모가 없어지면, 드디어 보신탕 가게로 팔려나간다. 혹은 개를 풀어놓고 기르는 시골 동네에서 개장수가 몰래 잡아온 누군가의 사랑을 받던 개거나, 유기견이 되어 모란시장의 철창에 갇혀서 고기가 될 날만을 기다리는 개다. 돼지, 소, 닭처럼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는 '식용 개'라는 건 없다. 하물며 그렇게 키워지는 돼지 소 닭도 도축 전까지는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인도적인 환경을 제공해야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유럽, 캐나다, 미국 9개 주 등에서 어미 돼지의 '스툴' 사육이 금지됨) 그것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그런데 개들을 마구잡이 식으로 잡아와 불법으로 유통되는 개고기를 식품으로서의 위생이나 안전성 문제까지 무시하면서 반드시 먹어야겠는가?

유기견 다시 말해 버림받은 개를 데려다 기르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연극인 중에도 유기견 수십 마리를 현재 기르고 있는 여배우가 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개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개고기 식용 반대운동을 도외시 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 연극에서는 개가 주인공이고 개의 눈을 통해 비추어진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복날이 가까워 오는 걸로 설정이 되고, 재개발 지역의 골목어귀에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중년 여인, 고3 수험생인 딸, 그리고 시동생인 남성이 한 가족이다. 그리고 이웃에서 정육점을 하고 있는 중년 남성과 그의 후배인 개장수가 등장인물이다. 슈퍼마켓을 하는 중년여인은 남편과 사별한 것으로 소개가 되고, 악착같이 돈을 저축해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하려 한다. 게다가 건강한 몸이니 정육점을 하는 남성과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런데 정육점 남의 후배가 개장사를 하면서 복날이 다가오자 보신탕용으로 개를 도리를 하러 나타나고, 슈퍼마켓의 개까지 가져가려한다. 물론 슈퍼 주인 여인이나 딸은 반대를 하지만, 후배는 몰래 그 개를 데려간다. 그 뿐 아니라 여고생을 임신까지 시킨다. 슈퍼 여인의 시동생은 비정규직 노무자다. 개처럼 공장주에게 엎드려 고분고분한 삶을 살지만, 복날이 가까워지면서 돌연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사나운 개처럼 돌변해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회사에서는 비로소 그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슈퍼여인은 기르던 개가 보이지 않으면서 그동안 저축했던 돈까지 없어진 것을 알고 발을 동동 구르는 판에 딸의 임신사실까지 알게 되니, 복날의 열기처럼 감성이 폭발한다.

한편 수십 마리의 개를 컨테이너에 싣고 도망치던 개장수 후배는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일으켜 차는 부서지고, 개는 모조리 튀어 도망을 하게 된다. 주인공 개도 도망을 쳐 슈퍼에 나타난다. 딸은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되고, 시동생은 정규직으로 채용 되고, 도적맞은 줄 알았던 저축한 돈은 다른 곳에 감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가까워진 정육점 남성과 슈퍼 여인 그리고 가족이 평상에 앉아 주인공인 개와 함께 닭고기를 먹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봉근이 정육점 주인, 한미선이 슈퍼 주인, 이성근이 개장수, 임동욱이 시동생, 조민희가 여고생, 김성수가 주인공인 개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투르크 이주영, 조연출 김유경 그리고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늑대의 양수근 작, 박성민 연출의 <복날은 간다.>를 친 대중적이자 건강미가 넘치는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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