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아일랜드의 뻬떼르 젤렌카 작 오미정 번역 서지혜 연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찰스 부코스키(Henry Charles Bukowski, 1920~ 1994)의 소설이 원작이다.

찰스 부코스키는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엔젤레스에서 평생을 살았다. 대학을 중퇴하고 스물네 살 때 잡지에 첫 단편을 발표하지만 꾸준히 창작을 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하급 노동자로 창고와 공장을 전전한다. 그러다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우편 분류와 배달 직원으로 12년간 일하며 시를 쓴다.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마침 해고 직전이었던 그가,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동안 매달 1백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일을 그만둔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 <우체국>(1971)을 펴낸다. 이 작품은 작가의 분신인 헨리 치나스키가 처음 등장하는 소설로 부코스키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자전적 소설의 시작점이 된다. 연대순으로 보면 치나스키가 소년이던 <햄 온 라이>(1982), 글쓰기를 포기하고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던 시기의 <팩토텀>(1975), 중년에 접어들어 일정한 직업을 가지게 된 <우체국>을 거쳐 50대가 되어 비로소 전업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 <여자들>(1978)로 이어진다. 부코스키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할리우드』>1989)를 포함해 평생 60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펴냈으며, 마지막 장편소설 <펄프>(1994)를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94년 3월 백혈병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다. 그의 묘비에는 〈DON'T TRY〉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으로는 <팩토텀>, <우체국>, <여자들>, 그리고 중단편들을 모은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작가임에도 국내에서는 의아할 정도로 소개되지 않았다가, 2016년 들어 열린 책들에서 유년시절을 다룬 <호밀빵 햄 샌드위치>, 민음사에서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시공사에서는 에세이 <고양이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글쓰기에 대하여> 등 뒤늦게나마 번역본이 나오고 있다.

뻬뜨르 젤렌카(Petr Zelenka, 1967~)는 프라하의 필름 아카데미 FAMU 출신으로 작가 겸 연극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뻬뜨르 젤렌카가 각색한 이 작품은 고독한 현대인의 광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지난 2001년 체코에서 초연을 했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알프레드 라독(Alfred Radok)상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영화로 제작되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 안에는 원제가 갖고 있는 도발과 금기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발기, 사정, 노출, 그리고 일상의 광기' 라는 요소를 현대인의 고독과 함께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번역을 한 오미정은 금란여고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에서 연출 및 연기활동을 하다가 유학을 떠나 체코국립예술대학 AMU 국립연극아카데미 연극원(DAMU)에서 연출을 전공해 예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체코 프라하에 거주하며 한국과 체코의 문화교류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출을 한 서지혜는 청주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출신이다. 극단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연출과 연극집단 反 연출을 했다. 연출작으로는 <신문>, <대머리여가수>, <트로이의 여인들>, <The play]> <또또의 호기심일기> <더옐로우라인-100만원연극페스티벌> <더라인> <아일랜드> <청춘의 무대 대학로> <황금밥 식당> <현장검증> 등을 공연했다.

 

연극은 애인 야나와 헤어진 뻬뜨르의 집에서부터 시작한다. 야나와 헤어진 뻬뜨르는 직장도 그만 둔 채 집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시를 썼고, 자신이 쓴 시를 출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를 쓰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야나와 다시 만나고 싶어 그녀의 집에 찾아가지만 새로운 연인과 함께 있는 옛 애인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뻬뜨르에게는 친구 모우카가 있다. 성 도착증인 모우카는 집안에서 청소기, 선풍기 같은 온갖 기기를 사용해 자위를 한다. 가정부 안나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지만, 어느 날 안나가 자신을 떠나 버리자 금발의 마네킹을 자신의 파트너로 구입해 온다.

뻬뜨르의 부모님은 서로 대화가 단절되고 소통 또한 되지 않는 상태다. 어머니는 남편이 치매 증상이 있다고 걱정하며 직접 증세를 진료하려 들고 그런 가운데 아버지는 우연히 발랄하고 관능적인 중년의 조각가 여인과 가까이 하게 된다. 뻬뜨르는 이웃집에서 크게 들려오는 부부싸움 소리에 자신의 집 바닥과 벽을 두드려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소리를 내자 이웃에서 찾아오게 되고, 가까이하게 된 옆집 부부 덕분에 용돈을 벌게 된다.

뻬뜨르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조각가 여인과의 관계로 인해 외톨이처럼 되고, 뻬뜨르의 친구 모우카를 비롯해 출연자들은 사회와 단절된 인물로 연출된다. 이런 가운데 아버지와 조각가 여인의 파티에 등장한 뻬떼르와 어머니가, 아나운서 역할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 모습이라든가, 뻬떼르의 친구 모우카가 두고 간 마네킹이 일어나 제 발로 산책을 하고, 뻬떼르를 찾은 모우카가 마네킹의 움직임을 보고 놀라는 모습은 상상과 실제가 연결되어 표현된 연극의 백미라 하겠다. 대단원은 아파트가 화염에 휩싸이고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 불탄 종이와 매연으로 무대가 덮이고, 화재가 진압된 현장에서 뻬뜨르가 검은 북데기를 발로 걷어차며 날려버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남동심, 강애심, 김귀선, 남미정, 최무인, 신문성, 김지성, 임정은, 조예현, 이승우, 지남혁, 김윤희, 김이안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갈채를 받는다. 국민배우 감 강애심의 열연, 최근 무속관련 연극에만 출연하던 남미정의 변신과 열연이 기억에 남는다.

기획 조혜랑, 그래픽 사진 김 솔, 홍보 이지은, 마케팅 박성우, 무대디자인 제작 이상수, 조명디자인 김성태, 음향편집 박진규, 음향오퍼 김승우, 조명오퍼 박태환, 무대진행 신요셉 방승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뻬떼르 젤렌카 작, 오미정 번역, 서지혜 연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잘 드러난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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