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투첼로스(2chellos). 이름만 들으면 단순히 첼리스트 두 명이 나오는 그룹 같다.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이 나와 바흐의 첼로 곡 정도를 치는 예상 가능한 연주. 하지만, 크로아티아 출신의 이 그룹이 이름처럼 빤한 뮤지션이 아니라는 건 단 한 곡만 들어도 알 수 있다. '헤드뱅잉 첼리스트'라고 불리는 게 괜한 이유가 아니다.

 

   
 

유난히 하늘이 찌뿌드드했던 지난달 25일, 투첼로스 내한 일정의 두 번째 공연이 치러졌다.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려 텅 빈 객석을 예상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투첼로스의 내한 공연은 3일 모두 매진됐다.

잠시 기다리자 잘생긴 크로아티아의 두 청년인 루카 술릭과 스테판 하우저가 등장했다. 그들이 첫 번째 연주곡은 U2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검은 첼로의 스테판이 활을 빨리 움직이자 루카의 손동작도 빨라졌다. 첫 곡이 끝나자 루카가 "성남,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했다.

"첫 성남 공연 너무 좋아요. 저희 노래를 들으며 릴렉스 해도 좋고 소리질러도 좋습니다. 즐기세요"

두 번째 곡인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가 끝나자 스테판이 가장 좋아하는 곡인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흘러나왔다. 영화 '레옹'의 주제곡이기도 한 노래가 끝나자 뮤즈의 'the Resistance'가 흥겹게 무대를 달궜다. 스탠드업으로 진행된 격렬한 연주가 끝나자 스테판이 "이렇게 치고 나면 정말 힘들어요"라며 혀를 내밀었다.

이날, 이 꽃미남 듀오는 총 스무 곡 정도를 연주했다. 그들의 히트곡이기도 한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에는 관중 모두가 소리지르며 몸을 흔들었고,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rit'에서는 모두가 기립하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드럼맨이 등장한 중반 이후부터는 끝날 때까지 신나는 락 음악이 이어졌다.

 

   
 

음악만큼 퍼포먼스로 유명한 그룹답게 이들의 몸짓은 단순히 헤드뱅잉에서 그치지 않았다. 첼로를 빙그르르 돌리는 건 기본, 바닥을 구르며 연주를 하는가 하면 때로는 하프처럼, 때로는 드럼처럼 첼로를 쳤다. 열광적인 연주에 관중들도 앵콜을 연호하며 화답했고, 이들도 두 번이나 앵콜 요청을 받아들이며 신나는 일요일 밤을 만들었다.

'클래식 공연인 줄 알았다'며 황당함을 보인 관객도 있었지만 가족 단위, 혹은 친구끼리 삼삼오오 몰려온 청중들은 대부분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두 남자의 열광적인 퍼포먼스에 반응했다.

루카 술릭은 "울산, 성남, 서울 공연을 통해 한국 팬들의 높은 에너지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다음 내한공연에는 한국 곡을 준비해 연주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스테판 또한 "공연 후 사인회를 위해 줄을 서 기다려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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