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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우리나라는 3이란 숫자만큼 4를 좋아한다.

특히나 예체능 분야에서 3과 4의 권위는 막강한데 예를 들어 호날두, 즐라탄, 메시를 줄인 '호즐메'부터 '삼대장', '세계 4대 ○○' 등의 표현이 꾸준히 유지됐음을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뮤지컬에도 세계 4대 뮤지컬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캣츠'를 말하는데 실제로 이런 칭호는 존재하지 않지만(정확히는 제작자 카메론 매켄토시의 4대 뮤지컬(BIG 4)를 의미한다), 어쨌든 한국에서도 그런 거창한 칭호에 가려진 뮤지컬 '캣츠'가 달라진 버전으로 지난 9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위의 4작품은 모두 대극장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뮤지컬이다. 샹들리에가 날아다니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헬리콥터가 등장하는 '미스 사이공', 프랑스 혁명의 한 가운데를 그대로 옮겨온 '레미제라블'과 마찬가지로 '캣츠' 역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전체를 휘감은 고양이의 눈,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폐타이어 등의 거대 세트가 돋보인다. 또 이들은 무대만으로도 모자라 객석까지 거침없이 뛰어다니며 관객과 교감한다. 거대한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무대의 확장을 시도한다.

또 '캣츠'는 무대의 거대함 이상으로 그 세계 자체가 크다. 전 세계 15개국 언어, 30개국, 300개 도시에서 7,300만 명 이상이 관람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내한 공연을 기점으로 17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50명 이상의 아티스트에 의해 180번 이상 레코딩된 불멸의 명곡 '메모리'는 덤에 가깝다.

하지만, 앞서 말한 모든 것은 '캣츠'의 명성을 표현할 뿐 '캣츠'를 표현하진 못한다. '캣츠'는 이런 거대한 숫자가 아닌 세밀하고 작은, 아름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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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캣츠'는 일반적인 극의 흐름을 거부한다. 이야기의 대략적인 흐름은 있지만 실제론 파편화된 작은 이야기들의 집합에 가깝다. 마치 사람같은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하나씩 풀어지고, 관객은 그 개별적인 이야기 속에서 개별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 지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캣츠'는 명성에 기댈 뿐 지루한 작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남녀 주인공도 없고, 그들의 아리아도 없다. 가장 명곡으로 꼽히는 메모리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뮤지컬 넘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리프라이즈도 없다. 고양이들의 자유로운 영혼마냥 '캣츠'도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순간에 꺼낸다.

여기서 관객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지점은 각 고양이의 개성과 그들의 이야기다. T.S.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답게 각 넘버가 가지는 이야기는 관객의 태도에 따라 무척 평이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비범해 보이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 반대로 하는 반항아 럼 텀 터거, 마법사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도둑 고양이 몽고제리 & 럼플티저,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이제는 늙고 지친 그리자벨라, 철도 역에 살며 기차를 감시하는 스킴블샹스 등 등장하는 배우들이 맡은 모든 배역에게 저마다의 개성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치 아이돌 그룹이 열 명 중 한 명의 팬이라도 만들고 싶어하듯 '캣츠'의 수많은 고양이들 중 아마도 관객에게 공감을 주는 고양이가 하나 정돈 있지 않을까. '캣츠'를 즐기는 방법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음으론 이런 고양이 그 자체인 배우들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역동적인 안무를 2시간 36분 동안 쉬지 않고 선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눈이 번쩍 뜨일 때가 있다. 애묘인이라면 고양이의 습성까지 파악하며 행동한다는 배우들에게 더 호감이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캣츠'가 결코 거대한 숫자처럼 대중적인 면을 지닌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그로 인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증명한 셈이나 '공감'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 관객에겐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은 작품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24마리의 고양이를 모두 지나칠 가능성은 적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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