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DJ 래피 nikufesin@mhns.co.kr.
글 쓰는 DJ 래피입니다. 두보는 "남자는 자고로 태어나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며 문사철을 넘어 예술, 건축, 자연과학 분야까지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문화뉴스 MHN 래피 아띠에터] '견(See)'이란 단순히 사물을 본다는 의미인 반면, '관(Observe)'은 관찰하여 살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둘의 차이는 제법 재미있다.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지나가면 그저 '견'하고 말지만, 호감이 가는 사람이 나타나면 우리는 '관'한다. 나는 고급 외제차가 지나가면 '견'하지만 전철에서 누가 책을 읽고 있으면 '관'한다. 이는 공부나 일에도 적용된다. 자발적 지향성을 갖고 하는 공부나 일에는 '관'이 성립되지만 마지못해 하는 공부나 일은 '견'의 관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은 물론, 교육의 우수성 모두 대단하다. 하지만 그 경쟁력이란 건 결국 비슷한 인재를 속성으로 많이 길러내는 것일 뿐이다. 역으로 말하면, 창의적인 학생들에겐 불리한 교육 환경이다. 기타를 치고 싶은 학생은 기타를 밤새워 치게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학생은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우수했던 학생들이 미국에 가면 헤매는 경우가 많다. 하버드에 입학하는 학생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도 탈락자의 60%가 한국 학생이라고 한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우리는 학창시절 선생님의 생각을 그대로 머리에 입력했다. 늘 칠판을 '견'했을 뿐이다. 주입시키고 요약정리해 주는 '견-Oriented' 교육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관-Oriented' 훈련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대학과 취업 그리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중국집 코스요리 같은 기성세대의 프레임을 그대로 자신들의 인생에 끼워 넣어 버린 채, 그냥 남들처럼 쳇바퀴를 잘 돌리기 위해 공부할 뿐이다.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나 지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의 무대인 1950년대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는 지금의 우리 고등학교와 많이 닮았다.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학생들을 대량 생산하는 수업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절대 잊을 수 없는 인생의 가르침을 준다. "Carpe Diem. 오늘을 잡아라."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 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 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300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맞아, 너도 피아노 치지 않아?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 세대는 그중에서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 김영하 <퀴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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