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김미숙 인턴기자] [문화 人] '카3: 새로운 도전' 성우 오인성 "'맥퀸', 12년 함께한 No.1 캐릭터" ① 에서 이어집니다.

잠시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배우에서 성우의 길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ㄴ 연극생활을 오래 했던 건 아니다. 연극생활을 할 적에 아버지께서 불안하셨는지 "연말까지 빛이 나지 않으면 일반 직장을 구해 들어가라"고 최후통첩을 하셨다.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희한하게 다 합격통지서가 왔다. 당시 나는 '이야 나 괜찮은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출근해보면 100% 다 영업직이었다. 연극과 출신이다 보니 말은 잘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가보면 물건을 팔아오라고 했다. (웃음) 그래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친구인 김일 성우가 "너도 한번 성우를 해봐라"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없었다. 사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성우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다고 했는데, 사실 아니었다. CBS에서 두 번씩이나 떨어졌는데, 두 번 다 에피소드가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첫 번째는 최종까지 올라갔는데, 사장단 면접 전날 떡을 먹고 체해서 밤새 끙끙거리다가 가서 비몽사몽으로 면접을 봤다. 첫 질문이 '외무부'를 발음해보라는 거였다. 그래서 말을 했는데, 면접관이 "안 되는구먼"이라고 했다. 당황해서 나온 후에 옷을 보니, 셔츠 맨 윗단추가 떨어졌었다.

그래서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두 번째 기회가 왔다. 두 자리가 생겨서 면접에 갔는데, 또 그 전날에 음식을 잘못 먹어 식중독이 걸렸다. 온몸이 두드러기가 났었고, 약을 먹어서 겉모습을 괜찮아졌지만,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면접은 실기만 진행됐는데, 중년과 청소년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중년은 원래 안 됐는데 그날따라 잘됐다. 하지만 청소년이 잘 안 되어서 떨어졌다. 그리고 2개월 후에 KBS 공채시험을 봤고, 기적적으로 한 번에 붙어 지금까지 성우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웃음)

 

2000년 EBS '심슨 가족' 더빙 당시 '광대 크러스티', '바니 검블', 레니' 등을 맡았다. 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때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ㄴ '심슨 가족'에 등장하는 '크러스티' 같은 경우는 굉장히 걸걸하게 더빙했고, '바니'란 캐릭터는 가늘게 했던 기억이 난다. 캐릭터를 쉽게 잡기 위해서 옵티컬(원본 음성)과 비슷하게 갔는데, 때로는 비슷한 소리가 있어서 전혀 상반되게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도 '심슨 가족'은 옵티컬 소리들도 많이 차이가 났었기 때문에 비슷하게 따라갔었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반짝반짝했던 때였다. (웃음) 

그 후 2003년 더빙을 할 때는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성우 수를 줄여서, 내가 했던 '크러스티' 역할을 엄상현이 했다. 상현이가 프리랜서에서 막 벗어난 때여서 선배들로부터 "인성이가 맡은 것을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는 핀잔도 많이 들어서, "형, 힘들어"라고 이야기도 하고 했었다. 물론 지금이야 뭐 상현이는 잘 나간다. (웃음)

▲ 오인성 성우는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의 '디오니소스'를 맡았다.

지난해 인터넷에서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렸으니까, 책임져"라는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속 '디오니소스'의 대사가 이슈에 올랐다. 그때를 회상한다면?
ㄴ 사실 나한테는 별것 없었다.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것이지, 나에게 피부로 와 닿은 건 '무한도전' 내레이션으로 한 번 나올 때 정도였다. 그 외에는 KBS 성우극회에서 주최하는 '시와 음악이 있는 밤' 행사에서 '캐릭터 쇼'를 했을 때, 내가 '포켓몬스터'의 '냐옹'과 '디오니소스'를 했을 때 그 두 캐릭터에서 관객의 반응이 온 정도였다.

보시는 분들에게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나한테는 어느 날 딸이 와서 "인터넷상에서 요즘 이런 게 화제인데, 이거 아빠 맞지?"라고 하길래 화제인 것을 알게 됐다. (웃음) 아무튼 그 이후로 tvN에서 'SNL 더빙극장'에서 했다는 것을 들었던 적도 있다.

악역들을 많이 연기했다. 악역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하는가?
ㄴ '나한테 굉장히 사악한 면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끌어낸다. (웃음) 나는 격투기 같은 과격한 것을 무서워서 못 본다. 사실 악역을 맡으면서 평소에 하지 못하는 것들을 배역을 통해 경험하게 되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매번 악역들을 연기하다가 '맥퀸'을 했는데,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됐다. 그 전까지는 멋진 역할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카' 1편 같은 경우가 지금 생각해도 '새로운 도전'이었고, 3편이 개봉을 하지만 나는 '처음이 없으면 끝도 없다'란 생각 때문인지 가장 애정이 많이 간다.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3편이 최고인 것 같다. 상영하는 날 관람 후, 퀄리티가 너무 높아 놀랐다. 시쳇말로 '오줌 쌀 뻔' 했다. (웃음) '이야, 애니메이션이 도대체 어디까지 발전을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배경 화면과 경기장, 수많은 자동차의 그래픽 효과를 보면서 처음 감동했다. 물론 내가 작품에 출연해서가 아니라, 정말 그림을 보고 감동했다.

 

외화 더빙을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다. 팬덤에서는 명절에 더빙 외화를 간혹 틀어주면, 그다음 명절에 보자는 인사말을 남기기도 한다.
ㄴ 더빙이 없어졌기보다, 외화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진 부분이 사실인 것 같다. 워낙 매체가 많다. 통신사 IPTV, 케이블TV,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돈을 내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다 본 후, 한물 지나간 다음에 더빙을 하게 되니 TV에서 보는 분들이 "저거 이미 봤는데 어디서 봤지? 나 저거 극장에서 봤나? 케이블서 봤나?"하시며 큰 관심을 안 갖는다. 그러니 뭐 전혀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시청률도 더불어서 안 나온다.

또 언젠가부터 '글로벌화'라면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 자막을 설정해 보는 것이 마치 트렌드처럼 됐다. 늘 하는 이야기로 우리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노약자나 시각장애인과 같은 시청 취약자들이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자막에 열여섯 글자가 지나가는 것도 한 번에 못 읽을 때가 있다. 컴퓨터로 볼 때도 정지해서 뒤로 가서 보고 할 정도다. 노약자나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해서는 더빙이라는 것이 사실 필요하다. 성우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공영방송이라면 그런 분들을 위해서 더빙은 유지를 해줬으면 한다.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아이들이 TV를 볼 시간이 없다. 옛날에는 공중파에서 애니메이션 방송을 하면 시청률이 잘 나왔었다. 방송사는 시청률로 먹고살기 때문에, 시청률이 안 나오니 더빙을 줄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정은 이해한다. 그래도 공영방송이고 지상파면 어느 정도는 손해가 있더라도 감수하고, 계속해서 더빙을 공급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화 人] 성우 오인성 "'너의 이름은.' 연예인 더빙 논란, 문제는 '신의'" ③ 에서 계속됩니다.

mir@mhns.co.kr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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