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김미숙 인턴기자] ▶ [문화 人] 성우 오인성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어땠냐고요?" ② 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애니메이션에서 '전문성우'를 쓰지 않고 '비성우'를 캐스팅 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성우 더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기본적으로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별로 거부감은 없는데, 문제는 이번 일('너의 이름은.' 비성우 주연 더빙)처럼, 오디션을 진행하기로 하고 연예인을 갑자기 캐스팅하는 것과 같이 신의를 지키지 않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못마땅한 점이 있다. 물론 디즈니처럼 작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불안한 부분들이 있으므로, 연예인을 캐스팅해서 마케팅이나 홍보 쪽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제작사의 입장도 이해한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서 캐릭터와 잘 맞았으면 좋겠다.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 몇 달 전부터 배역에 대해서 연구하고 공부한 후에 촬영에 임하는데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더빙은 만만히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연예인들이 더빙한 애니메이션에 나도 참여해 연예인이 더빙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감독님이 앞에서 코치하면 안에서 앵무새처럼 똑같이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입을 맞추지 못했다. 시사를 안 하고 왔거나, 제대로 안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한다.

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감독님이 앞에서 해주면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는 그런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그분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접근하는 것과 같이 더빙도 우리처럼 수십번 비디오 필름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본 후, 녹음에 임하는 것은 차이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녹음하는 건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 제작하시는 분들도 쉽게 생각하는 것이고, 서로 어느 정도의 잘못은 있을 것이다. 캐릭터 공부를 많이 해서 맞는 역할이라면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분명 비 성우인 분 중에서도 소리 좋고, 연기도 잘하는 분들도 많다. 

 

'비성우 더빙'을 하면서 따라 나오는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더빙'이다. 본인에게 '자연스러운 더빙'은 어떤 것인가?
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희 때와 다르다. '쪼'(일상적이지 않은 과장된 말투나 억양 등을 일컫는 용어)라는 것 없이 일상생활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다. 내 주변 동기나 선배들과 작업을 하다 보면 가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흉내를 내는구나'라는 것을 느끼긴 한다. 이건 내 이야기인데, 독립영화나 연극을 하면 가끔 성우 톤으로 말할 때가 있다. 그러면 감독님이 "성우처럼 말고요"라고 하는데, 그때 뒤통수를 한 대 맞는 것 같다.

나는 자연스럽게 한다고 한 것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편견으로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들리니까 말을 하는 거로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성우들은 '더빙 쪼'로 평상시에 대화를 하므로, 더빙처럼 들리는 경우도 있다. 요즘 내레이션도 일상생활처럼 자연스럽게 하는 추세여서 예전하고는 다르다. "우리 세대한테는 그런 내레이션과 더빙이 자연스럽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요즘 친구들에게 그 말은 욕이나 다름없다"는 어떤 친구의 말을 빌리고 싶다.

성우 부부(오인성·배정미 성우)로 유명하다. 서로 같은 작품을 할 때는 어떻게 연습하나?
ㄴ 절대 같이 안 하고 따로 한다. 며칠 전, 안방에서는 아내가 시사하고 있고, 건넌방에서는 내가 시사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딸이 그 광경을 보고 "성우가 있는 집의 흔한 풍경이지"라며 지나갔다. '왜 저런 말을 하지?'하고 봤더니, 아내도 나도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데 같은 작품에서 더빙을 함께 했었다. 넷플릭스에 있는 '매드맨'이란 92편짜리 작품을 같이 더빙했는데, 일주일 내내 같이 붙어 다녔다.

사실 성우 부부인 경우가 흔치 않다 보니 처음에는 쑥스럽기도 했다. 우리 선배들이 그런 부분을 금기시했었다. 한 공간에서 녹음하고 장난을 치는 분들인데 얼마나 쑥스러웠을까? 그래서 같이 캐스팅하지 말라고 했었다. "나는 아내랑 하면 안 해"라는 말을 하다 보니 PD도 '성우 부부는 같이 녹음을 하지 않는구나'가 됐다. 그러다 가끔 이러한 점을 모르는 PD님이 아내를 먼저 캐스팅한 상태에서 나를 캐스팅할 때가 있었다. "PD님, 같이 있네요"라고 말해서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답하신 적도 있었다.

▲ 지난 7일 '관객과의 대화' 행사 후 (왼쪽부터) 성우 신용우('스톰'), 오인성('맥퀸'), 김현심('크루즈'),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끝으로 '카3: 새로운 도전'을 보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ㄴ 보면 아시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고생의 흔적들이 보이고, 큰 노력을 한 작품인 것 같다. 성우들뿐만 아니라 원천 작업을 한 모든 분의 수고가 대단했다. '새로운 도전'이 좀 더 많은 분에게 어필이 되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만약에 4편이 나온다면 그때 또 인사를 드릴 수 있겠다. (웃음)

나는 이번 작품이 어린 친구들만을 위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편 같은 경우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봤을 것 같지만, 이번 '카3: 새로운 도전'은 오히려 어른들이 보면 많이 공감하고, 때로는 내 이야기 같아서 가슴 아파하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일 시사회 당시, 팬분들한테 사인을 잠깐 해드리고 나왔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나도 똑같이 리액션을 해줬다. 이야기해보니 한 친구는 모 성우의 팬클럽 회장이고, 한 친구는 '입덕'한지 반년 정도 된 친구였다. 그 친구들이 나보고 '맥퀸'이 전복 될 때 울컥했다고 했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사실 더빙을 할 때는 작은 화면으로 하므로 감동이 없다. 그런데 시사회 때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젊은 친구들이나 나나 똑같이 느꼈던 것처럼, 영화를 보고 공감하는 것은 '세대를 불문하고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mir@mhns.co.kr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