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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시인 김수영을 재조명한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가 있다. 연극은 배우 강신일과 연출 김재엽이 '시인 김수영'을 찾아가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2014년과 김수영의 시대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은, 시공간적 배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엇비슷한 상황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나 연극은 김수영의 시들을 낭독하면서 그 괴로운 시절들을 환기시켜주는데, 많은 시 중에서 연극의 제목이 되었던 작품이 있다. 바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1965)'라는 시이다. 시의 첫 행이 곧 연극의 제목이 된 것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던 시인 김수영, 그는 자신이 "작다"고 고백한다. 시(詩)가 곧 자신이고, 자신이 곧 시이기 위해서 부단히도 스스로를 되돌아봤던 그가, 스스로를 "작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은' 김수영을 바라보며 '미세한' 나를 발견한다. 극중에서 시를 읊는 내내 울고 싶었다. 그가 사는 과거와 우리가 사는 현실이 다르지 않음을 절실히 느끼면서, 낭독의 순간들은 곧 우리들의 치열한 삶과 고통을 대변해주었다. 연극답지 않은 연극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연극보다 더 연극다운 연극이었다. '대사회적 발언'을 할 줄 아는 연극, 연극의 사회성을 무시하지 않는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의 소리, 심장의 울림을 무시하지 않았던 시인, 그리고 그 시인을 다시 바라봄으로써 마비되어가던 우리의 가슴을 다시 일깨워준 연극. 2014년 11월의 남산에서는 이런 고마운 연극이 공연되고 있었다.

  * 연극 정보

  - 연극제목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공연날짜 : 2014. 11. 4 ~ 30.

  - 공연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제작 : 남산예술센터, 드림플레이 테제21

  - 작가, 연출 : 김재엽

  - 출연배우 : 강신일, 정원조, 오대석, 지춘성, 유준원, 선명균, 백운철, 이갑선, 우정국, 서정식, 유종연, 김원정, 윤안나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내레이션] 문혜련 ⓒ 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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