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삼구)가 조사한 '2016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 2016년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25억 8천1백만 원으로 2015년 대비 1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공연장 등 문화예술 인프라 운영 실적 증가분을 고려하면, 기업의 지원 규모는 사실상 소폭 감소한 결과다. 이는 총 497개 기업이 1,463건의 사업에 지원한 금액이다. 지원 주체별로 살펴보면, 지원 총액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문화재단을 통한 지원 금액의 증가다.

기업의 예술지원 창구인 재단을 통한 지원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전년 대비 130억 원가량이 증가했다. 장르별로 살펴보면 문화예술 인프라에 대한 지원 금액이 총 지원 규모의 5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23.6%가 증가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의 예술지원이 하드웨어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016년도 하반기의 롯데콘서트홀 개관에 따른 운영비 발생이 인프라 부분 지원 규모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다만, 지원 기업수(18.4%↓)와 지원 건수(5.3%↓)는 상당히 감소해, 질적인 측면에서는 퇴보한 볼 수 있다. 지난해 정치적 악재들로 인해 소액기부를 하던 기업들이 기부를 철회하거나, 일명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문화소비심리 위축 등이 실질적인 감소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을 살펴보면 인프라 지원액이 1,184억 8천만 원(전년대비 23.6%↑)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 미술·전시(172억 7천만 원), 클래식(165억 6천만 원), 문화예술교육(112억 2천만 원) 등의 순이었다. 인프라에 대한 지원 규모는 지난해보다 증가해 총 지원 금액의 58.5%를 차지한다. 기업의 지원이 가장 집중되는 분야다. 이는 기업이 세운 공연장, 미술관 운영 등에 대한 직접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미술·전시(4.7% ↑), 문화예술교육(1.9% ↑)을 제외한 나머지 장르의 지원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오케스트라, 오페라, 합창, 음악축제 등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클래식 분야는 35억 원(17.8% ↓)가량 감소했으며, 국악·전통예술(1.8% ↓), 영상·미디어(13.8% ↓), 연극(14.1% ↓), 문학(19.6% ↓), 뮤지컬 (23.1% ↓), 무용(35.6% ↓)에 대한 지원 역시 전년도보다 감소했다. 지원 주체별로 보면, 기업 출연 재단의 2016년도 지원 총액이 919억 4천8백만 원으로 전체 문화예술 지원금액의 45.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문화예술 지원에서 기업 출연 재단을 통한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각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에 따라 문화예술분야를 위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목적사업을 전개해 나타난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다만 재단 지원 금액의 75%(약 690억 원)가 인프라 운영에 치우쳐 있어, 기업 출연 문화재단의 사회공헌 활동이 내용으로는 하드웨어 지원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도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위축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금지법이 2016년도 하반기 메세나 활동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문항에 응답 기업의 23.8%가 문화예술 지원 관련 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고 답했으며, 2017년의 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답변이 17.7%를 차지했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큰 우려 중 하나는 법 해석의 모호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예술에 대한 지원을 심리적으로 꺼리게 되는 것에 있다"라면서, "그러므로 법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의 심리적 위축감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기업과 예술계는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는 살려 나가면서 문화예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예술계는 직접적인 후원 유치 외에도 우수한 콘텐츠 개발과 판매를 모색하는 등 어느 때보다 경쟁력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전했다.

 
지원 주체별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부문에서는 홍대, 춘천, 논산 등에서 상상마당을 운영하는 KT&G가 1위를 차지했고, 기업 출연 재단 부문은 삼성문화재단이 1위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출연한 재단의 2016년도 지원 총액은 919억 4천8백만 원으로 전체 문화예술 지원금액의 45.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개별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은 1,106억 3천3백만 원(54.6%)이다.
 
한편,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현재 세계 경제 환경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이 평균 2%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장기 불황이 현실화되고 있어, 저성장 시대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토양 위에서,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업과 문화예술계의 협업과 노력은 양자 간의 상생적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문화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덧붙여,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청탁금지법과 관련된 운영상의 혼란 및 정치적 악재들이 해소된 상황에서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예술지원이 활성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덧붙였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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