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뉴스 전영현기자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눈에도 안 보이는 음악이 '빨랫감'처럼 느껴졌다.

옷가지 대신 음악을 눌러 때리는 몸짓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편경, 심벌즈, 전통북, 큰북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악기들을 바닥에 두고 앉은 채로 뭔가에 홀린 듯 두들긴다. 방망이질 된 빨래는 맑은 물에 헹궈 물기를 짜야 한다. 맞은편 첼리스트가 활 대신 손으로 줄을 뜯으며 소리를 짜냈다. 음역이 높은 첼로가 타악기의 둔탁한 소리를 이어받으니 젖은 빨래에서 말간 물이 흐른다. 빨래를 말리는 건 관객 몫이다. 연속된 긴장감 속에 침도 같이 마른다. 바짝 마른 빨래는 풀함지에 넣고 조물조물 만져줘야 한다. 반주 사이로 들리는 목소리는 풀 먹인 빨래 같다. 무대에 널려있는 소리에 이슬이 스몄다. 드디어 거문고다. 거문고를 연주할 때 쓰이는 술대가 마른 빨래를 신명나게 밝아댄다. 구김살 없이 펴진 가락에 메인 보컬의 목소리가 퍼진다.

'2015 여우락 페스티벌'은 국악과 재즈가 합쳐진 '퓨전공연'이다. 국내 유일의 우리 음악축제로 올해 6회를 맞는다. 악기의 퓨전, 국적의 퓨전, 무대 장치의 퓨전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타악 연주자 사토시 다케이시, 첼리스트 에릭 프리드랜더. 그리고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서양과 동양의 조화가 새롭다. 미디어 아트가 사용된 배경영상도 분위기를 내는 데 일조했다. 국악 보컬인 황민왕, 김보라와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진 선우정아의 협업은 재즈뮤지션과 과 젊은 국악인과의 만남이다.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인다.

이번 무대를 꾸민 나윤선 예술감독은 축제를 관통하는 주제를 '창의성'이라 말했다. 전통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다른 것에 동화되지 않고 각자의 소리를 내야 한다고. 실제로 3명의 연주자와 3명의 보컬은 틀에 갇히지 않고 동등한 역할을 했다. 보통 보컬이 중심이 되는 일반적인 무대와는 달리 가사의 비중이 작아 보컬의 목소리도 또 하나의 악기로 인식됐다. 누구 하나 튀는 사람 없이 육박전이 이어졌고, 재즈와 국악이 만나 상상력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필자는 빨래장면을 연상했지만, 다른 관객들은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 않았을까.

'여우락'은 이미 2013년 입석을 포함한 객석 점유율을 121%로 기록하며 '여우락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 樂(악)이 있다"를 뜻한다. 국악을 잘 모르더라도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우리음악에 관심을 가져보자. 세상의 중심에서 국악을 외치는 그날까지, 국악의 새로운 시도에 놀라게 될테니.

문화뉴스 전영현 기자 ntp@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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