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내가 그랬잖아, 난 타고 났다고"

보험회사에서 명예퇴직당한 민수(김범준)는 구직을 위해 열심히 뛰지만, 퇴짜만 맞는다. 사정을 모르는 그의 여자친구 수진(배정화)은 그의 승진날만을 기다리고, 그의 돈으로 카페를 인수하고자 계약을 해버린다. 결국, 민수가 퇴사당하고 구직도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여자친구는 이별을 고한다.

사랑보다 돈이 우선인 여자친구에게 굴욕당한 민수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주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닭꼬치 공장에서 온몸에 닭 비린내가 배도록 포장하는 것과 굴욕을 받으면서 대리운전을 하는 것뿐이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 동생의 제안으로 차를 훔쳐 브로커에게 넘기는 일을 하게 되고 돈을 벌게 된다. 열쇠 없이 차 문을 따고 CCTV의 위치를 간파하고 있으며 들키지 않을만한 장소를 꿰뚫고 있는 그는 재능이 있다고 칭찬받는다. 

어느 날, 동생 없이 혼자 차를 훔치러 갔다가 대리운전 기사로 오해한 차 주인 때문에 차를 운전하게 된다. 하필 그 차 주인이 전 직장 상사였고, 술에 취한 상사는 그에게 막말을 퍼붓는다. 화가 난 그는 홧김에 상사를 목 졸라 죽인다. 시체를 은닉하고 차를 팔아치운 뒤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그의 살인은 들키지 않았고 민수는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재능이 있음을 깨닫는다.

   

영화 '살인재능'은 피가 난무하고 사이코패스의 광기와 피해자의 절규로 가득 찬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살인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피 튀기는 장면을 극도로 제한하고 짧은 컷을 반복하면서 민수의 연쇄살인을 보여준다. '재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능'이란 단어와 영화의 표현방식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파괴적 행위'는 평범함과 일상성을 갖게 된다. 이 '일상적인 파괴'는 우리사회에서 너무나도 쉽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영화 내내 '돈'이 강조된다. 민수를 살인마로 만든 원인은 결국 돈이다. 수진도 끊임없이 돈을 갈구한다. 여자친구 동생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재능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돈으로 인해 누군가를 쉽게 파괴하고, 파괴당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영화는 돈-재능-살인이라는 삼각틀 안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란 질문을 던진다. 

   

전재홍 감독은 "마흔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돈, 직장, 결혼을 걱정하는 자신이 겪은 것들을 담았고 전형적인 싸이코패스가 아닌, 사회로 인해 코너로 내몰린 한 남자의 선택을 그려내고 싶었다."라 밝혔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유로 살인마가 된 남자,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쾌락을 찾는 이야기는 어쩌면 감독이 이 세상을 살면서 느낀 본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연애도 결혼도 취업도 포기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재능을 찾아야 한다. 그 재능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지금 우리사회에 물음을 던지는 영화 '살인재능'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글] 문화뉴스 조현제 기자 jhj@mhns.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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