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는 의미로 불리게 된 '서촌'.

이곳은 우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두를 간직한 곳이다. 한옥과 최신 빌라의 조화 속에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인 화가 박노수의 가옥, '별 헤는 밤'으로 유명한 윤동주의 하숙집, '국민 화가' 이중섭의 누상동 가옥 등 예술가들이 살았던 집들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 최근엔 다양한 음식점들과 카페가 생겨나며 '서촌'은 새로운 문화 탐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 카페를 찾아봤다. 흔한 프렌차이즈 카페가 아닌 이름도 특이한 '아스타르테 & 릴렉스'다. '릴렉스'는 알겠는데, '아스타르테'는 무슨 뜻인가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평범한 카페 같아 보이지만, 실내 장식이 범상치 않았다. 쇼윈도로 입에 군침 도는 다양한 디저트들이 보였다. 2층엔 손님들이 점심시간 여유를 찾으며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고 있었다.

서촌에 이런 카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증이 생겨 카페를 운영하는 박정환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간 이야기부터 그가 추천하는 맛있는 디저트까지 달콤한 인터뷰를 지금부터 확인한다.

   
▲ 모엘루 쇼콜라 타르트

가게 이름이 특이하다. 이렇게 지은 이유는?
ㄴ 가게 이름을 창업 초기엔 다른 이름이었다. 서촌에 오면서 임대한 가게가 2층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구성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 1층엔 에클레어, 케이크 등 제품을 만들고 쇼케이스에 전시하기 때문에 풍요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2층엔 손님들이 여유와 휴식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합쳐졌다. 그래서 '아스타르테(Astarte, 풍요의 여신) & 릴렉스(Relax, 휴식을 취하다)'로 이름을 정했다.

좋은 곳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베이커리를 공부하러 유럽으로 갔다.
ㄴ LG 이노텍 LED 사업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나이를 먹어서도 운영만이 아닌 직접 만들거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제과를 배워 디저트 카페를 운영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제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베이커리를 배우러 처음부터 유럽을 간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SPC 컬리너리 아카데미 파티세리 과정에서 4개월 동안 제과 기초를 배웠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요리 제빵·제과학원인 에꼴 르노뜨르(Ecole Lenotre) 제과 과정을 국내에서 4개월 이수하고, 프랑스 현지에서 2주간 테스트 후 디플로마를 취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기간 프랑스 제과의 기본이 되는 기초 과정부터 이를 응용한 전통 무스, 초콜릿의 이해와 응용, 비에누아즈리와 구운과자, 프랑스 제빵, 현대무스, 봉봉 초콜릿, 쇼트케, 플레이티드 디저트, 쁘띠푸(케이터링), 졸업시험, 작품전시회를 통해 예술적이며, 창의적인 프랑스 현지의 제과기술을 습득했다.

   
▲ 바닐라피칸 에클레어

프랑스 유학 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프랑스 연수 일정 중 항지스마켓 견학이 있었다. 유럽 최대의 도매시장이며 수산, 축산, 과일, 치즈, 꽃 등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일반인은 투어프로그램을 신청해야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가이드가 동행해 설명했는데, 약 3~4시간을 돌아다녔는데도 절반 정도만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일행 중 요리를 전공한 튀니지 사람이 있어서 매일 저녁 맛있는 요리를 먹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와서 서촌에서 카페를 열게 됐다. 많은 장소 중 서촌을 선택한 이유는?
ㄴ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홍대, 경리단길, 대학로 등 이른바 좋은 상권부터 서울 월드컵 경기장, 공덕, 양재동 등 사무실, 일반 상권 등을 봤지만 모두 가맹점 및 술집 등으로 둘러싸여 진 유흥을 위한 자리로 보였다. 반면 서촌은 아직까진 프렌차이즈도 없으며 술집보다는 공방, 카페, 갤러리 등이 세탁소, 철물점, 미용실 등과 어우러져 있는 분위기가 서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미지였다. 그래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 후 '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서촌은 수성동 계곡이라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시인 이상의 옛집, 근대화가 이중섭의 가옥 등이 공존해있는 문화가 있는 지역이다. 사실 가게 찾아보러 돌아다니는 중 서촌은 처음 가봤다. 그전엔 서촌이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서촌에서 임대계약 중 계약 당일 권리금, 보증금 및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두 번이나 계약 취소가 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현재의 가게를 찾게 되어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다.

   
 

카페 블로그엔 카페의 외관 변화가 담긴 사진들이 있다. 새롭게 꾸미면서 어떤 테마의 카페를 만들기 원했나?
ㄴ 지금 가게 매장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가게의 3면이 노출되어있다는 점이었다. 가게의 정면은 청고벽돌을 이용하여 유럽풍의 가게 외관을 만들려고 했고, 옆면과 후면은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내도록 꾸며보았다.

카페 실내장식이 멋지다. 소품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하다.
ㄴ 이전까지 엔지니어로 일해왔기 때문에, 평소에 관심도 없던 인테리어를 하느라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최대한 심플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풍 소품들은 전부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인터넷엔 없는 게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 (웃음)

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나도 음식이 맛이 없다면 사람들은 찾지 않는다. 어떤 메뉴들을 팔고 있는가?
ㄴ 아스타르테에선 에클레어, 타르트, 쇼트케이크, 파운드 케이크, 마카롱, 커피, 음료 등을 팔고 있다. 마카롱만큼 아직 대중적이진 않지만, 현재 프랑스 디저트인 에클레어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에클레어는 길게 구운 슈안에 크림으로 속을 채운 후 겉에 초콜릿이나 견과류 등으로 장식한 디저트다.

   
▲ 커피 파운드 케이크

파운드 케이크를 먹었는데, 푸석푸석하지 않으면서도 달고 맛있었다.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ㄴ 일반적으로 파운드 케이크는 뻑뻑하거나 목이 메는 느낌이 강한 데 비해 아스타르테의 파운드 케이크는 아몬드 가루를 넣어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 물론 재료의 배합비율 및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픈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초콜릿 케이크 때문에 들르신다는 6살 아이의 어머니도 계시다. 오실 때마다 2~3개씩 포장하시면서 "초콜릿 케이크 짱이에요"라는 말을 잊지 않으신다.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디저트 메뉴가 있다면?
ㄴ 가게에 오시는 손님 중에 아직 에클레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아스타르테의 바닐라피칸 에클레어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슈안의 바닐라크림과 캐러멜을 입힌 피칸의 조화로움은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디저트 카페이긴 하지만, 커피 맛도 괜찮다.
ㄴ 원두를 비싼 걸 사면 당연히 커피 맛도 괜찮다.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바리스타가 사랑과 정성을 담았다.

주로 어떤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가?
ㄴ 평일 낮엔 20~30대 여성, 40~50대 여성, 남성분들같이 연령대가 다양하며, 평일 밤 및 주말엔 20~30대 여성, 연인이 많이 오신다. 저녁 늦게는 주변 동네 분들이 포장을 많이 해가신다.

카페의 CEO로 자신만의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ㄴ 카페를 운영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없다. 손님들이 카페에서 추억을 만들고 여유와 함께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디저트를 고객들에게 선보이며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디저트 카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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