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서울공장의 아리스토 파네스 작 임형택 각색 연출의 음악극 노래하는 새 뻐꾸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사람들은 시대와 지역과는 상관없이 누구든지 한 번쯤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상상해 왔다. 역사적으로도 유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을 문서화한 것들도 많이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십자군원정, 대항해시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등 수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말해왔고, 실제로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경우처럼 유토피아의 상상은 그리스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 중에서도 아리스토파네스는 희극이라는 방식으로 어떻게 자신의 유토피아를 그려냈다.

"제우스처럼 저 높은 구름 사이로 숨어 버리는 대신 너희들과 함께 있으면서 너희들뿐만 아니라 자손 대대까지도 건강과 부귀와 장수와 평화, 젊음, 웃음, 노래, 잔치를 베풀어 주리라."

위의 말은 여러 종류의 새들로 구성된 코러스의 장인 코로스의 장이 인간들에게 자신들, 즉 새들을 섬기도록 설득하고자 연설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코로스장의 말에서처럼 자손 대대로 건강과 부귀, 장수와 평화, 젊음과 웃음,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유토피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스장이 이 말을 하게 된 것은 피테타이로스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테타이로스는 에우엘피데스와 함께 아테네에서 도망쳐 나온다. 그들은 연일 법정에서 노래 부르듯이 송사만하면서, 스파르타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테네에 염증을 느껴 그곳을 떠나 안주할 조용한 나라, 즉 유토피아를 찾아서 떠난다. 그 둘은 후투티로 변한 페데우스를 찾아간다. 하지만 후투티도 그들의 유토피아를 찾아 주지는 못한다. 그런 중에 피테타이로스는 새와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그는 이미 새와 함께 살며 자신이 원하는 유토피아를 직접 건설해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한 것이다. 그는 모든 새들을 모아서 그들에게 새들이 원래 세계의 권력을 잡고 있었고 지금은 그것을 신들에게 빼앗겼고 말한다. 그리고 신들에게서 최고의 권력을 되찾아올 방법을 이야기한다. 새들은 피테타이로스의 말을 믿는다. 그리하여 피테타이로스를 중심으로 하늘에 네펠로코키기아라는 새들의 나라가 세워진다. 이로써 피테타이로스는 네펠로코키기아의 왕으로 등극하고, 자신이 꿈꾸던 유토피아를 만든다.

유토피아의 어원을 보면 유토피아는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하나는 Utopia로 no place란 뜻이고, 다른 하나는 Eutopia로 good place란 뜻이다. 즉 유토피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면서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리스토파네스의 「새」에 나오는 네펠로코키기아는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나라는 하늘과 땅 사이의 천공에 지은 것인데, 그렇기에 이는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no place이다. 그리고 '자손 대대까지도 건강과 부귀와 장수와 평화, 젊음, 웃음, 노래, 잔치를' 베풀어 주는 곳이기 때문에 good place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원적으로도, 또 피테타이로스가 꿈꾸었던 아테네의 병폐를 해결한 곳이라는 의미에서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네펠로코키기아는 그의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새」를 통해서 자신이 진정 꿈꾸었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 애썼다.

임형택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원 연극영화과 연극연출 전공, 뉴욕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MA 연극학 전공), 뉴욕 콜롬비아 예술대학원, 연극연출 MFA과정, 극단 LITE(Laboratory for International Theatre Exchange, Inc.) 동랑 예술센터 남산교육원 연기과정 책임교수, 국제 연극제, 'Chekhov Now, New York'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극단 서울 공장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남자는 남자다' '우리 읍내' '한여름밤의 꿈' '맹진사댁 경사' '보이첵' 'TV동화 행복한 세상' '느림' 뮤지컬 'I' '세자매: 잃어버린 시간' '벚꽃 동산 - 꼬메디 노스딸지아' '길 떠나는 가족' '세-세' '논쟁'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No Exit-The Form of Space' 'LITE, 한 여름 밤의 꿈' 'Paramita' 연기, Public 'Woyzeck' '벚꽃동산' '세자매- 꽃상여' '두 메데아' '햄릿 아바따' 등을 연출했다. 2007 카이로국제연극제 최우수 연출상, 2014 공연예술대상, 2015 무용문화포럼 최고연출상을 수상했다.

무대 하수 쪽 배경 가까이 타악과 현악 그리고 건반악기 연주석이 있고, 그 앞 의자에 국가무형문화재 가곡이수자가 마이크 앞에 앉아있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잎은 천으로 늘어뜨렸다. 상수 쪽 굵은 기둥 위에 마치 창 같은 조형물이 있고 거기에 나뭇가지와 잎이 보인다. 출연자들이 각종 새의 날개가 달린 의상을 입고 등장하고, 새를 나타내는 각종 장신구를 착용하고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그리고 객석으로 몰려 내려와 관객과 소통을 한다. 각색과정에서 인물 이름과 새 이름을 한글로 바꿔 등장시킨다.

김민정이 새들의 혼, 백유진이 장설득, 배수진이 오희망, 김충근이 추장새, 이엘 리가 밤 꾀꼬리, 김민진, 김단아, 한혜진, 최문혁, 김사련, 윤채연, 구정은, 김선완, 김예원, 라헬 부쇼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조류설정과 노래 그리고 율동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받는다.

윤경로가 음악감독과 기타연주, 리사 림이 첼로, 김태훈이 드럼, 남다혜가 피아노, 한수진이 피파연주, 박영준이 바이올린 연주로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프로덕션 매니저 이수연, 무대감독 손유진, 조연출 이호빈, 기획 권현진, 무대 손성수, 의상 장혜숙, 조명 박지예, 음향 이승용, 분장 박세은, 영상 김 민, 사진 김찬영, 홍보물디자인 송기혜 이재환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어우러져, 극단 서울공장의 아리스토파네스 작, 임형택 각색 연출의 음악극 <노래하는 새 뻐꾸>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연극성, 음악성을 갖춘 친대중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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