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뮤지컬 '기억을 걷다' 인터뷰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일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에서 공연된 창작지원작 뮤지컬 '기억을 걷다' 팀을 만났다.

6월 30일 개막해 7월 2일까지 공연한 뮤지컬 '기억을 걷다'는 주인공 승우가 사랑하는 아내 지우를 불의의 사고로 잃었던 자신의 아픈 기억을 지우기 위해 실험 중인 약물을 투여 받은 뒤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눈을 뜬 승우는 자신이 지금껏 와본 적 없던 공간에 와있음을 깨닫는다. 시간 역시 지우가 사망하기 1주일 전이다. 승우는 지우를 구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모험을 떠난다.

이승우/이정우 역에 장덕수, 박지연/김송지 역에 서찬양, 김지우/백리빈 역에 김유진, 이영재/목사 역에 김주호, 멀티 역으로 손민아, 강유진, 이상운, 안현석이 출연했다.

▲ 뮤지컬 '기억을 걷다' 배우들.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주호, 장덕수, 손민아, 강유진, 김유진, 서찬양, 안현석, 이상운.

작품에 참여한 8명의 배우들에게 '기억을 걷다'에 출연한 소감을 물었다.

강유진 배우는 "대구가 많이 더울 줄 알았는데 저희가 내려온 시기에 맞춰 시원해져서 좋았다. 또 문화생활도 좋아해주셔서 거의 전석매진에 가까운 성적이 나왔다. 공연장 가득 채워주셔서 관객들 힘 받아 즐겁게 공연할 수 있었다. EG뮤지컬 파이팅!"이란 소감을 전했다.

손민아 배우는 "내 평생 이렇게 좋은 팀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성품들이 너무 좋고 최고의 배우,최고의 스태프다. 작품이나 음악도 좋다."며 기쁜 마음을 밝혔다. 또 '기억을 걷다'에서 좋아하는 장면이 무언지 묻자 "제가 나오는 장면을 좋아하는데(웃음) 북한 말로 금강산 안내 장면할 때나 랩할 때 관객 반응이 뜨거워서 그 장면을 좋아한다"며 발랄한 매력을 뽐낸 그녀는 마지막으로 "사랑합니다"란 소감을 남기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상운 배우는 "저는 좀 늦게 투입됐다. 그래도 저를 이런 좋은 팀에 있게 해준 이종혁 안무 감독님께 감사하다. 감사드리는 이유가 사실 공연하며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쉽지 않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준 형님, 누님, 동생, 친구들께 너무 고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대구 내려오면 막창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일주일 동안 세 번을 먹었다. 서울 막창과 다르게 맛있다. 인심도 좋으셔서 배부른데도 계속 주시더라(웃음). 관객들 분위기도 뭔가 뜨거운 느낌이 있었다. 소박한 장면에도 좋아해주셔서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 더 힘났던 것 같다"며 대구시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전했다.

▲ 연습 중인 멀티 역 강유진 배우.

장덕수 배우 역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날씨가 시원해서 좋았다. 딤프의 도시답게 대구 시민들이 날씨만큼 뜨거운 반응으로 공연 즐겨주셔서 좋은 기분으로 공연하고 간다."며 대구시민들의 반응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주인공이 무척 힘든 공연인데 괜찮은지 묻자"공연할 때마다 바지가 커진다.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하고 있다(웃음)."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다.

2011년 이후 6년 만에 대구에 온다던 김주호 배우는 "동성로 거리 돌아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이라 너무 좋다. 첫공 전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고민도 많았고 자신감도 있었는데 잘 치뤄져서 좋다"며 기쁜 소감을 전했다. "이 작품의 강점은 음악"이라고 밝힌 그는 "무대가 사실 미니멀해서 빈 공간이 많다(웃음). 대신 음악이 잘 채워져서 공간이 비어보이지 않는다. 좋은 추억 안고 갈 것 같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기억을 걷다'가 졸업 후 첫 데뷔 작품이라는 안현석 배우는 "처음 입문한 작품인데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임할 수 있는 뮤지컬이라 추억이고 행운이 될 것 같다. 연출님이 너무 좋은 분이고 음악도 좋다. 배우들도 모두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많은 걸 배웠다. 5회라는 짧은 공연이지만, 한 회 한 회 소중하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공연 도중 배우가 아니라 스스로 감동을 받을 때가 많아서 행복했다. 마지막까지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작품이라 즐겁고, 작년에는 대학교뮤지컬페스티벌에서 중앙대학교 '적벽'으로 우수상을 탔다. 그런데 올해는 프로 무대인 창작지원작 작품으로 오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찬양 배우는 "우선 작품 스토리도 너무 좋고, 넘버도 너무 좋아서 더 오래하고 싶었다. 첫공은 정신 없었고 둘째 날은 좀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벌써 막공이라 아쉽다. 작품이 잘 돼서 더 많은 관객에게 저희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북한말과 표준어를 오가는 연기에 대해 "처음엔 익숙치 않아서 북한말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봤다. 그리고 이제 다같이 북한말을 계속 하니까 표준어와 같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돼 배우로서 얻은 것이 늘어나 좋았다"며 기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좋은 작품이니까 더 잘돼서 더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김유진 배우는 "제 생각보다 관객 반응이 훨씬 커서 뿌듯하고 배우들도 힘을 얻어 더 좋은 공연이 되는 것 같다"며 관객과 배우 사이의 선순환을 반가워했다. 그녀는 "대학교뮤지컬페스티벌로 참여한 이후 프로로서 처음이지만, 고향이 대구라서 관객들 만나는 것도 친근하고 관객 반응도 커서 남들보다 좀 더 힘을 얻는 것 같다. 많이 부족하지만, '기억을 걷다'에 참여하게 돼 너무 영광이고 모든 배우, 스태프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기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 연습 중인 장덕수 배우(좌)와 김유진 배우(우).

협력연출을 도맡은 오서은 작가는 공연을 마친 후 "너무 짧았던 5회의 공연이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뮤지컬 '기억을 걷다'는 현재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뮤지컬입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순간을 위해 후회는 접어두고 현재에 최선을 다할 때 슬픈 기억들마저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비로소 더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세지가 담겨있는 뮤지컬이죠"라며 이번 작품을 올린 소감의 첫 머리를 열었다.

뒤이어 "다행히 많은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공연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 후 받았던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앞으로 더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정도 생겼죠. 극장에서 만난 모든 관객에게 좋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온 모든 팀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뮤지컬을 선보인 다른 창작지원작들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힘쓴 마음은 어느 팀이나 같을 테니까요"라며 관객과 '기억을 걷다' 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2017년 뜨거웠던 대구의 여름은 서로 사랑하며 열정을 다해 만들었던 모든 스텝과 배우들의 노력이 가득했던 기억으로 남겠죠. 그 노력들이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고 컸기에 구성원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그간의 기억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후유증을 앓고 누군가는 애써 다른 작업에 몰두하거나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쓰면서요. 저 또한 오래오래 앓을 것입니다. 기억을 걷고 또 걷다 보면 뮤지컬 속 가사처럼 '지구가 둥글다면 다시 만나게 되는' 것 처럼 언젠가 또 다른 극장에서 설렘 가득 안고 관객분들을 만날 날을 기다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나는 기억을 걷습니다." 라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연출과 작곡을 맡은 이응규 연출 역시 "10분 리딩발표회부터 지금까지 꽤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작품입니다. 때로는 대본과 악보를 서랍 속에 묵혀두며 스스로 발효되길 소망했었던 적도 있었죠. 이번 창작지원공연을 통해 실연자에 의해서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걸 보고나니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께서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셔서 뮤지컬 '기억을 걷다' 가 다음 걸음으로 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받은 관객분들의 많은 사랑 안고, 미비한 부분들을 잘 보완해서 더 나은 모습으로 트라이아웃이 아닌 본공연에서 뵙길 기대해봅니다"라며 이번 여름을 마무리한 추억을 전했다.

▲ 뮤지컬 '기억을 걷다' 커튼콜

한편, 뮤지컬 '기억을 걷다'는 아쉽게도 창작지원작상 수상에 실패했지만, 해외 관계자들 등에게 큰 관심의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타지적인 설정, 제3세계 배경 등이 해외 진출에 유리한 면을 감안해 볼 때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 작품을 먼저 만나도 이상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에서의 본공연 또한 기대할 요소다. 뮤지컬에 있어 계륵 같은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 다양한 배경 변화가 요구되는 어드벤처 형식의 작품이다. 작품 제작과 배경에 많은 제작비가 요구되기 때문인데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을 비롯한 기존의 성공작들이 입증한 바 있다. 앞으로 뮤지컬 '기억을 걷다' 역시 이러한 면을 어떻게 극복해 관객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그때를 기다려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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