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하 권정미 작 연출의 身과 情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권정미 연출은 국민대 국문학과 출신의 작가 겸 연출가다. <빛과 어둠사이에서> <참 오랜만이야> <십년후> <피터> <카페 거기>를 집필 또는 연출한 연극인이다.

이번 연극 "신&정"은 몸(身)과 정신(情)을 표현하는 연극이다. 한 사람의 일상 속에서 몸과 정신의 대화를 다루는 연극으로 하루 동안의 일상을 보여준다. "신&정"에서 "身"과 "情"은 일상 속에서 계속되는 대화를 나누며 평범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순간의 모습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만들고, 일상생활과 죽는다는 것이 별반 다를 게 없으며, 죽음이 두렵다거나 싫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일상생활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연극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있는 열고 닫는 문을 제외한 배경과 벽 전체를 마차 주렴처럼 노끈을 촘촘하게 늘어뜨리고, 끈에 다양한 색상의 테이프를 붙여 놓았다. 무대 좌우의 등퇴장 로에도 역시 노끈을 늘어뜨리고 출연자들이 끈을 잡아당기거나 엮으며 연기를 한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있는 무대 공간 역시 노끈을 주렴처럼 늘어뜨리고, 구석에 크고 굵은 백색 촛대를 놓아두고 출연자가 극 중간에 불을 붙여놓는다. 의자 두 개를 들여다, 버스의 좌석으로 사용을 하고, 집에서의 의자로도 사용한다.

연극은 도입에 자매가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천천히 되풀이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태권을 하는 동작을 보이고, 바닥에 엎드려 눕기도 하고, 옆으로 눕거나 앉거나 하면서 팬터마임 같은 동작을 연출해 내기도 한다. 우산을 꺼내 쓰는 것으로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으로 설정하고, 차가 지나가면서 물이 튀어 뒤집어쓰는 장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의자 두 개를 버스 안의 좌석으로 설정하고, 돌연한 사고로 인해 몸이 상승하고 뒹구는 장면도 팬터마임 하듯 표현된다. 물론 사고사를 당한 자매가 주고받는 대화가 있기는 하지만 생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풍선을 부는 장면이라든가, 두 개의 커다란 자루를 촛불로 부풀려 둥글게 만드는 동작이라든가, 소변이 급해 화장실을 찾는 모습 과 다정했던 모습의 자매가 잠시 티격태격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실생활과 똑 같은 죽은 후의 동작이 연극에서 계속된다. 대단원은 연극의 도입에서처럼 자매가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계속하다가 무대 바닥에 엎드리려 움직이지 않고 멈춘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경쾌한 음악이 계속되는 것에서 죽음과 삶을 구별시키지 않고 낙천적으로 표현하려 한 연출가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는 공연이다.

박현민과 조현주가 자매인 身과 情으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호연과 열연을 해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이상민, 기획 하유빈, 무대감독 이은지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하의 권정미 작 연출의 <身 & 情>을 연출가의 창의력과 출연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초현실주의 실험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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