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서울연극앙상블의 황동근 작 신재철 연출 편의점 남자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황동근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국 브루클린 대학원을 졸업했다.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유리동물원> <생일 파티> <갈매기> <아노마> <고도를 기다리며> <코뿔소> <육체의 풍경> 등을 연출하고, <피의 결혼> <사천의 선인> <세 자매> <육체의 풍경> <현대 성극 3선> <라라미 프로젝트> 등을 번역하고, <23인의 연기훈련 이야기>를 집필했다. 폴콕스 외국인 학생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극 연출가, 서울 예술 대학 교수, 서울 연극 앙상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연출을 한 신재철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연출전공, 노리토의 공동대표, 극단 이방인의 공동대표, 노리토, 극단 이방인의 연출가로 황동중이다. <The Room>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배경에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그린 듯한 화폭이 반쯤 남아 매달려 있고, 상수 쪽 벽면에도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탁자 의자가 여기저기 배치되고, 난로가 보인다. 연극 연습장이고 안쪽은 무대로 통한다. 상수 쪽 사각의 공간은 극장주의 사무실로 사용된다. 접는 사다리, 중국음식, 큰 가방, 램프, 담배 등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내용은 공연 하루를 앞두고 연극은 제동이 걸린다. 극장 측과 임대료 문제로 공연이 중단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무대에 세워둔 장치도 철거를 하게 되는 상황이다. 조연출이 이런 문제를 연출가에게 알리고, 단원과 연출에게 비상이 걸린다. 극장 측은 미모의 여사장이고, 연출가와 한때 동거를 한 사이다. 그러나 사업과 애정은 별개인 것처럼 다뤄진다. 곧 공연될 작품이라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연습은 물론 장치와 스텝 진 까지도 전력을 다 하는 판에 임대료 문제로 공연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미모의 여사장이지만 행동거지나 일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은 냉정하고 철저하기 그지없다.

연출가와 극 단원들이 통사정을 하고 매달려도 여사장 귀에는 이들의 간곡한 청이 마치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기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관객도 자신도 모르게 걱정들을 하게 되고 극단과 극장주와의 임대료 문제가 잘 해결되어 공연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을 하며 관극을 한다. 연출가는 생활을 위해 알바 일도 마다 않고 편의점에서 일을 할 예정이다. 단원들도 극장주에게 사정을 하고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그러나 임대료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공연은 중단되고 만다. 대단원에서 공연이 중단되자 연출가는 <편의점 남자>가 될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안톤 체홉의 <백조의 노래>에서는 노배우가 극장에 남아 젊은 스텝과 마지막 연기를 펼쳐 보이다가 운명한다. 시미즈 쿠미오의 <분장실>에서는 작고한 배우들이 유령으로 분장실에 남아 공연을 끝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윌리엄 사로이언의 <혈거부족>에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한 극장에 연극배우, 오페라 프리마돈나, 권투 챔피언 등이 모여 살며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반추하고 무대에서 연기를 펼친다. 금년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대구대회의 대상 수상작도, 가족에게 맹세까지 하고 극단 대표까지 그만 두겠다고 한 연극인이, 지역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연극 연습을 하고, 지역 우승으로 본선에 참가하게 되니, 결국 가족들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내용으로 대통령상 수상작이 되었다. 그러나 연극 <편의점 남자>처럼 연극을 포기하기에 이르는, 다시 말해서 연극적 현실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반영해 연극을 포기하는 결말을 보이는 연극은 쉽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편의점 남자>야말로 진정한 연극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김 진, 김성우, 강신형, 이지현, 박보배, 이명선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은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연극인에게는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깊은 상념의 세계로 인도를 한다.

무대, 조명 김지우, 조연출 송은경, 기획 최종혁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서울연극앙상블의 황동근 작, 신재철 연출의 <편의점 남자>를 우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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