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32강전에서 5.2이닝 8K 호투 선보이며 첫 승

▲ 대통령배 32강전 이후 만난 김영준. 첫 승 공을 건네받고 활짝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지역에는 눈에 띄는 속구 투수 인재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 지역 연고지 우선 지명을 첫 번째로 행사했던 LG가 149km의 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렸던 충암고 투수 고우석을 지명했을 때 넥센과 두산이 입맛을 다셨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랬던 서울 지역의 사정이 1년 만에 바뀌었다. 이번에는 뽑을 수 있는 속구 투수들의 절대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중 지난해와 올해를 거쳐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휘문고 에이스 안우진과 배명고 투-타 올라운더 곽빈이 각각 넥센과 두산의 선택을 받았던 것도 어느 정도 예정됐던 순서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서울지역에서 세 번째로 지명권을 행사하는 LG였다. 지난해 봉황대기 MVP 안우진, 올해 청룡기 MVP 곽빈을 제외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유망주 숫자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 중 LG는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선린인터넷고 투수 김영준을 간택했다. 김영준 역시 시즌 전부터 서울 지역 1차 지명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기대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을 두고 많은 야구팬들이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김영준이 1차 지명 후보이긴 했지만, 다른 후보들 중에서도 충분히 '임펙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 유망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통령배 첫 경기 승전보, LG의 김영준
내년 잠실구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특히, 야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됐던 유망주가 덕수고 에이스 양창섭이었다. 그럴만도 했다. 양창섭은 지난해와 올해, 황금사자기 MVP를 2연패하며, 가장 임펙트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1차 지명 여부를 떠나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도 당연한 순서였다. 김영준도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배 첫 경기에서 5와 2/3이닝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기록하자 본인의 내년 시즌 활약 여부를 걱정하는 LG 팬들에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저도 '양건김(양창섭 건너뛰고 김영준을 선택했다는 약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기 직후 LG 팬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이야기에 김영준은 이렇게 대답했다. 솔직하면서도 자신을 선택해 준 소속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묻어나는 한마디였다.

다른 유망주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김영준도 프로 스카우트팀 사이에서는 꽤 좋은 평가를 받던 유망주다. 만약에 선린인고 전력이 2015년 황금사자기 우승때와 같았다면, 그를 보는 눈도 달랐을지 모를 일이었다. 189cm, 89kg에 해당되는 체격 조건도 양호하며, 이러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빠른 볼 최고 구속도 148km에 이른다. 육성 결과에 따라 구속도 3~4km 정도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꽤 고무적인 부분이다. 2년 동문 선배이기도 한 김대현이 최근 LG 마운드의 새 힘이 되고 있다는 점도 김영준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 김영준은 유년 시절 인천에서 야구를 했다. 인천고 주장 민성우(사진 우)를 만난 후 기뻐하는 모습을 우연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윤석환 전임 선린인고 감독은 2015년 모교 부임 후 3학년이었던 김대현과 1학년이었던 김영준 모두 지도했던 이였다. 이에 누구보다 후배이자 제자인 두 이를 잘 알고 있다. 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윤 전 감독은 주저 없이 "3학년 시절 자체만 놓고 보면, (김)대현이보다 (김)영준이가 더 낫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러한 평가가 틀리지 않다면, LG 마운드는 두 명의 선린인고 속구 투수 듀오에게 큰 기대를 걸 만하다. 물론 김영준도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저 마운드에서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년에 꼭 잠실야구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지켜 봐 주시고, 응원 많이 해 주십시오."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김영준은 1차 지명 및 청소년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 "세상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유망주일수록 슬럼프나 시련이 닥쳐와도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법이다. 과연 김영준이 내년 시즌 LG 마운드에 얼마나 많은 힘을 줄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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