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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연극학과 교수의 '갑질' 의혹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지난 26일 연극계 일부 대학의 연극대학 교수들이 대학 강사 겸 평론가를 맡은 김 모 씨에게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또 다른 '연극계 갑질'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9일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로X포럼'에 H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제보가 소개됐다. 'H대학 연기전공 이 모 교수와 나 모 교수가 공동 지도를 맡았던 2016년 2학기 창작연기워크숍 수업서 만들어진 학생들의 창작 공연이 A축제에 초청받았고, 이 모 교수가 축제 참가 과정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제보를 통해 학생들은 '이 모 교수의 남편인 C대학 최 모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H극단의 이름으로 (학생들의 창작 공연이) A축제에 참가할 것이라 통보를 받았고, 이 모 교수 본인이 연출을 하고 기존의 연출가 학생은 조연출의 포지션으로 바뀌어서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 모 교수 본인이 연출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도 없었고, 공동 지도교수였던 나 모 교수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며 '추후에 연출(학생)이 나 모 교수도 함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묻자, 이 모 교수는 ''나 선생님은 참여 못 해'라고만 대답받았다'고 밝혔다.

게시 글에 따르면, 이 모 교수는 '축제 측에서 학생들의 공연이 아닌 프로를 원한다'는 점, '오프닝 공연을 맡게 되면서 그쪽(축제 측)에서 먼저 함께해주길 원한다'는 점, '이 모 교수 본인 때문에 A축제에 초정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H극단의 이름으로 참가를 해야 하고, 이 모 교수 본인이 연출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A축제 관계자와 통화를 해 이 모두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유라고 밝혔다. 해당 공연은 9월에 A축제 무대에 오르게 될 예정이다. 

한편, H대학 연극학과에 재학 중인 모 학생은 이 사건 외에도 이 모 교수의 부당한 권력 행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학생은 "이 모 교수의 공연에 학생들이 배우나 스태프로 참여했지만, (정당한 보수 대신) 통상적으로 받곤 하는 소정의 차비조차 받지 못했고, 오히려 (학생들이) 무대를 만들었음에도 직접 티켓 값을 지불하고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이 모 교수의 행위를 H대학에 문제 제기하지 않았는지 묻자, "이게 지금껏 잘못되었는지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이 모 교수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해당 공연과 관련된 학생들이 누군지는 이 모 교수가 모두 아는 상황이기에,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이 모 교수의 수업을 듣지 않을 수 있도록 학교가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 모 교수의 부당한 권력 행사 의혹에 대해서는 또 다른 증언이 나왔다. H대학에 재직 중인 한 관계자는 "평소 이 모 교수는 함께 업무를 짜 가는 과정에 있어 관련 직원들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여왔다"며 "협업하는 입장에서 서로의 주장을 조율해야 함에도, 교직원들이 그 의견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 모 교수가 학생들에게 권력을 남용할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에 대해, H대학 연극학과의 수강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H대학 한 관계자는 "H대학의 연극학과 학생들은 자율수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 처했다"며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생들의 시간표는 이 모 교수가 계획하고, 학생들이 이를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방식"이라 말했다. 따라서 "학생들은 원치 않아도 이 모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워크숍 공동 지도를 맡았던 나 모 교수는 학생들과 이 모 교수 사이의 갈등이 해결되도록 학생들에게 정당한 문제 제기의 방식을 조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 모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내가 나서서 문제가 제기되면 강의 배정권을 두고 시비가 생기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그러나 (이 모 교수에게) 학생들이 이 문제로 불편해하고 있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이 모 교수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직접 본인에게 발언한 적은 없었다. 이 점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4년 6개월간 총 8학기를 이 모 교수와 공동으로 H대학 연극제작워크숍을 맡아온 나 모 교수는 현재 시간강사로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대학 내 시간강사는 구조적으로 절대적 약자에 위치해 있다. 강의 배정이 강사 본인의 6개월 생계와 맞물려 있기에, 대학 내 구조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는 것은 대학 내 공공연한 사실이다.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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