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문화뉴스 MHN 김효상 아띠에터]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지난 6월 16일 강동아트센터 스튜디오에서 현대무용 협동조합 Coop Coda의 창립식이 열렸다. 사)트러스트무용단, 파사무용단,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더바디 댄스컴퍼니, 로댄스 프로젝트, 오마이 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ED×2, 엠비규어스, 고블린파티, STL ART 프로젝트까지 총 10개 단체가 참여한 이 협동조합은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대무용의 대중적 확산과 무용수들의 생태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조합결성을 주도한 김성한 이사장과 임영택 사무국장을 만났다. 특히 임 국장은 이벤트 기획, 연출자로 현대무용계와는 다소 거리가 먼 활동을 해온 사람이라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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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사람의 인연이 궁금하다.

ㄴ 임영택: 무용은 순수예술이라 할 수 있고 내가 해왔던 이벤트와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이벤트가 대중예술도 아니다. 하지만 이벤트를 할 때 섭외대상으로 고민하는 분야가 바로 순수예술을 하시는 분들이다. 특히 국가행사나 대형 이벤트를 할 경우엔 더 그렇다. 그래서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순수예술을 하시는 분들과 만날 기회는 많았다. 김성한 이사장이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거로 기억하는데 그때 '물구나무서는 인간'이라는 작품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올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 공연을 추진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하게 됐고 함께 공연을 도운 것이 인연이 됐다.

ㄴ 김성한: 그 이후로 나는 계속 임영택 국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조합창립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결코 무용계 인물에게 사무국장을 맡기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임 국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딱 세 번 전화해서 제안했는데 나는 나름대로 삼고초려 했다고 생각한다.

Q. 이벤트 기획연출을 하는 사람과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은 마인드가 다를 것 같은데 

ㄴ임영택: 사실 예전에 처음 만나 한번 공연한 뒤로는 그동안 김성한 이사장과 내가 함께 공연작업을 한 적이 없다. 그 당시 함께 한 공연은 성공적이긴 했지만, 그 공연을 한 뒤 들었던 생각은 이벤트 하는 사람이 현대무용을 손대는 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벤트 연출가인 나에겐 현대무용이 너무나 어렵게만 느껴졌다.

ㄴ 김성한: 현대무용이 대중들에게 어려운 장르인 것 맞다. 그래서 우리 조합은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처음에 조합을 계획하고 조합원들을 어느 정도 모은 상태에서 임영택 국장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자문했다. 이때 조합 구상에 대한 내용을 듣더니 임 국장이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함께하게 됐고 앞으로 조합의 사업에 아이디어를 많이 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 현대무용협동조합 김성한 이사장

Q. 상대방이 나와 정반대의 특성이 있다면 서로의 능력이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열린 마음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 같다.

ㄴ 임영택: 이젠 서로 다른 관점이 있더라도 충분히 의견을 받아들일 만한 사회적 나이가 된 것 같다. 예술과 기술의 차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기본적인 능력이 있으므로 그것을 모아 시너지를 발휘하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 김성한 이사장은 현대무용의 저변확대를 하고 안정적인 무용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 비전이 좋았고 조합을 이끌어 나가자는 계획에 동의했다.

Q. 현대무용 협동조합의 창립배경은?

ㄴ 김성한: 현대무용 장르의 특성이 있다면 바로 난해하다는 것이다. 발레나 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공연예술 장르는 직접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반면에 현대무용은 은유적인 표현을 한다. 마치 그림 안에 화가가 많은 메시지를 숨겨놓은 것과 비슷하다. 바로 그것을 관객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왜 그럴까?'라고 고민하고 의미를 찾기보단 단지 어렵다고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공연의 역사가 짧으므로 공연예술을 감상하는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관객들과 소통하는 어려움을 한두 개 단체가 모여서 극복하긴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단체가 모인 조합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올 2월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추진을 했지만 사실 그전부터 슬슬 준비를 해왔다. 현대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자아가 굉장히 강한 편이다. 그래서 함께 모였을 때 공통으로 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힘들다. 조합 준비 초반에 매번 똑같은 회의가 반복됐다. 그 당시 답답한 마음에 회의 석상에서 '조합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빠지라'고 좀 단호하게 얘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임 국장이 참여했고 추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ㄴ 임영택: 모든 조합원이 가치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창립취지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코다이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우리 협동조합이 'Coop Coda'인데 'Coop'은 아시다시피 조합을 뜻하고 'Coda'라는 말은 컨템포러리 댄스 혹은 커뮤니티 댄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 코스프레처럼 재밌고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자는 의미도 집어넣었다. 이 말을 했을 때 사실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조합원들의 반응이 별로여서 좀 당황했다(웃음).

ㄴ 김성한: 현대 무용하는 사람들이 반응이 느리다. 아마 코미디언들이 웃기기에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바로 현대 무용가들일 것이다. 내 생각엔 그때 임 국장이 말했던 우리 조합의 모토를 모두가 맘에 들어 했지만, 겉으로 표현이 부족했던 거로 생각한다.

Q. 발레STP협동조합이 순항하고 있다. 이 조합에서 벤치마킹한 점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과 다른 색깔을 만들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ㄴ 임영택: 특별히 벤치마킹한 것은 없다. 우리의 가치와 비전이 명확하므로 노하우를 묻기보단 우리 나름대로 추진할 생각이다. 그리고 벤치마킹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벤치마킹은 뒤를 쫓는 것에 불과하다. 현재엔 없지만, 미래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발굴해서 세팅하는 이른바 퓨처마킹을 고민해야 한다. 현대무용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대중들과 소통할 것인가가 미래엔 분명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등기설립을 진행 중이며 사업계획을 정리 중인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함께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는 외부조직들이 많다.

ㄴ 김성한: 나는 와이즈발레단의 김길용 단장과 절친한 사이다. 사실 나는 협동조합 만들기 전부터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발레협동조합은 우리가 겪고 있는 과정을 이미 다 거쳤고 우리는 그 길을 처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 STP 협동조합은 발레계의 메이저급 단체들이 모인 조직이다. 반면에 현대무용 단체들은 프로젝트성이 강하다. 10개 단체가 색깔이 다 다르며 대표들도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울 만큼 바쁘고 현재 가장 핫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체들은 작지만,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 창립식

Q. '댄싱9'이 인기를 끌어 사람들이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것을 지속시키고 공연장으로 끌고 와야 할 텐데 다른 기획적인 고민하는 것이 있는가?

ㄴ 김성한: 'ED×2 무용단'의 이인수단장과 'STL 아트프로젝트'의 이선태 단장이 거기에 출연해서 현대무용을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그래서 창립식 때 연예부 기자들이 많이 왔다.

ㄴ 임영택: 우선 창단공연이 9월 13일과 14일에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올라갈 계획이다. 공연 전에 이벤트적인 요소도 마련했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고 그 방법이 점차 명확해 지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사회문제를 건드려 볼 계획이다. 무용이 몸의 언어인 만큼 사회적 문제 제기와 치유를 동시에 꾀하는 것이다.

Q. 발레무용수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큰 활약은 한다고 들었다. 현대 무용수는 어떤지? 

ㄴ 김성한: 현대무용도 아시아가 대세다. 아시아에서도 특히 우리나라가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 최다의 무용과를 보유하고 있다. 5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기네스에 오를만한 수준일 것이다. 그런 무용수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해외 콩쿠르에 나가서 입상하면 남자들 같은 경우 군 면제를 받는다. 그 준비가 남다르므로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전엔 스트릿댄스를 현대무용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요새는 그것 또한 '컨템포러리' 즉 현대무용의 범주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대무용의 범주가 그만큼 넓어졌다.

Q. 국내 무대가 부족해서 한국의 관객층이 얇은 것인가?

ㄴ 김성한: 경제적인 것과 교육적인 측면이 가장 크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접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고 예술에 대한 교육도 정해진 답을 찾게 만드는 주입식 교육도 문제도 있다. 그래서 우리 조합을 통해 새로운 교육사업도 고민하고 있다.

Q. 국내의 무대가 부족하다는 것은 단지 대중적이지 못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ㄴ 김성한: 민감한 문제지만 지원금을 탓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는 사실 문화예술을 많이 지원해주는 편이다. 다만 어느 예술가가 일정 수준의 기량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예술가와 신진 예술가가 같은 심사영역에서 평가를 받는 것도 아이러니다. 안무가와 무용수를 다른 측면에서 인식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안무가와 무용가를 동일시하게 판단한다. 그래서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면이 있다.

ㄴ 임영택: 이벤트도 그렇다. 이벤트 연출가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10년 이상 연출했던 사람도 대우를 못 받는다. 특히 메가 이벤트라 불리는 국가 규모의 행사에선 갑자기 영화감독이 총감독이나 연출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벤트 분야에서 지속해서 활동했던 사람이 소외되어 버린다. 예술적인 능력이나 경험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벤트 하는 사람들의 기술적인 노하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순수예술과 기술적인 부분을 함께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분야에서 양보한다면 예술과 기술의 훌륭한 결합이 생겨날 거라고 본다.

Q. 앞으로 조합의 규모를 늘릴 계획인지 

ㄴ 임영택: 비전과 맞으면 새로운 단체영입을 굳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합의 초기 단계니까 어떻게 확장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ㄴ 김성한: 당장은 힘들지만 가까운 미래엔 분명히 몸집을 키워야 한다.
 지금은 조합의 단체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

Q. 앞으로 조합에서 준비하는 사업을 소개해달라.

ㄴ 임영택: 사회 약자들에게 현대무용을 통해 몸으로 치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앞서 말한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것을 예로 든다면 높은 자살률이다. '생명의 다리'라는 콘셉트로 마포대교 다리난간에 자살방지 시설을 했던 것처럼 나는 마포대교 아래에 바지선을 띄워서 거기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걸 생각해봤다. '몸'이라는 메시지를 가진 현대무용의 장점이 매우 크다. 춤을 이용해서 공공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노인 빈곤도 심각하니 그 문제를 다루게 된다면 그에 맞는 장소를 생각할 것이다.

ㄴ 김성한: 9월 창립공연 때 많은 관객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관객들에게 현대무용협동조합의 결성이유를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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