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지 긴장된다. 이와 유사한 작품으로,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라는 러시아 작품이 있었다. 관객이 어떻게 수용할까 긴장했는데, 30분 동안 러시아 관객이 우는 것을 보며 내가 오히려 감동했다. 그들의 따듯한 반응에 작품에 대한 만족을 느꼈다. "임팩트있고 유의미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토마스 크레취만 배우는 개봉을 앞둔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동독 출신으로, 10대 시절 수영선수로 활동했지만, 수영선수가 되는 대신 배우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20살에 4개의 국경을 넘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통해 서독으로 넘어간다. 공산주의의 통제를 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서독으로 피해온 그는 여러 일을 전전하며 연기수업을 받게 됐다. 1993년 독일군의 시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보여준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 영화에서 주인공 '한스 본 위츠랜드'를 맡으며, 관객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그는 200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애드리언 브로디)을 돕는 독일인 장교 '빌름 호젠펠트'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 '레지던트 이블 2', '작전명 발키리', '킹콩', '원티드' 등에 출연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하이드라' 빌런인 '볼프강 폰 스트러커'로 등장해 국내에선 '천만 배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토마스 크레취만은 국경이 무색한 독일의 명배우로 자리 잡았다.

장훈 감독은 영화의 진정성을 위해 독일 배우를 원했다. 섭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현지 에이전트의 예측과 달리, 토마스 크레취만은 영문으로 번역된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역사가 개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겪은 바 있는 그는 광주를 취재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삶과 '택시운전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그리고 상대 배우의 대사도 알아들을 수 없이 통역을 통해서만 소통해야 하는 4개월의 외롭고 힘들었을 시간 동안, 말이 아닌 마음으로 한국인들과 교감했던 '피터'를 되살려냈다. 토마스 크레취만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나 '택시운전사'와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 왔을 때 많은 팬이 찾아왔다. 어떤 느낌이었나?
ㄴ 사실 혼란스러웠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는데, 베를린에서 천둥·번개로 비행 지연 끝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카메라가 있는데, 프로덕션에서 보낸 사람인 줄 알았다. 팬들이 나오신 거라고 들어서 매우 놀랍고 새로운 체험이었다. 혹시 배급사에서 보냈나 싶었는데, 셀카를 찍는 것을 보며 팬인 것을 알게 됐다.

'택시운전사' 영화를 본 소감은?
ㄴ 영화는 잘 나왔지만, 내 연기에는 만족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항상 내 연기를 보고 난 후,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내 연기에 대한 소감은 자동응답기에 본인의 음성 남긴 후 들었을 때의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작품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훌륭한 영화이며, 특별히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이야기는 이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얼마나 잘 알려졌는지 모르지만, 세계에서는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만큼 알려져야 할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장훈 감독님과 작업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favorite)' 감독이다. 전 세계 수많은 감독과 다작했는데, '좋아하는' 감독이다. 나에게 감동을 주었고, 작업하면서 놀라게 했다. 한국 배우와 일하는 것도 보람찼다. 송강호 배우는 정말 판타스틱한 배우다. 그의 감정 전환이 재미있었고, 놀라웠고,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ㄴ 대본을 읽자마자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3가지 변수를 주안점으로 두고 출연을 결정한다. 감독, 대본, 배역인데 그 외에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좀 더 어렵고 쉬울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의 체험은 상당히 이국적이었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외국 영화에서 외국 전문 배우로 활동한다. 해외 시장에서 촬영하는 영화를 많이 했다. 한국에서도 쉽게 며칠 지나면 적응하고, 다 알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한국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면서, 동시에 민감한 소재이기도 하다. 어떻게 작품에 준비했나?
ㄴ 사전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 사건을 이야기 들은 후에 상당히 놀랐다. 이것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고 싶어서 장훈 감독님에게 물어봤더니, 많은 자료를 주면서 교육받게 됐다. 주변 사람들도 몰랐는데, 아시아 외 지역에서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자료를 요청해서 일부 다큐멘터리를 받았다. 그다지 다큐멘터리가 많지도 않았던 것에 놀라웠다. 장훈 감독이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가까워지고 친해졌다. 안정감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다양한 영감을 줬다. 이 영화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이 뭔지 잘 알려줬다. 최대한 리서치도 하면서, 독서도 해보려 했다. 이 자료가 세계적으로 출판되지 않은 것 같아서 찾는 데 노력했다.

연기할 때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ㄴ 어떤 작품을 준비하는 나만의 특별한 규칙이 있지 않다. 리서치 준비도 많이 하고 어떨 땐 준비하지 않는다. 최대한 직관적으로 판단하려 노력 중이다. 대본을 보면서 대본이 충분히 스토리를 전하지 않나 싶었다. 할 수 있는 리서치를 하고, 장훈 감독을 믿고, 리드 하에 최대한 연기하려 했다. 그의 눈빛을 보고 눈빛을 따라 연기했다.

메소드 배우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실 나는 메소드 배우가 아니다.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 세트에서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면서 연기하려 한다. 그래서 리허설도 준비하지 않고 연기할 때가 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 했다.

[문화 人] '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촬영 적응? 3살짜리 문제아 같았다" ② 에서 이어집니다.

mir@mhns.co.kr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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