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류준열,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이 촬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 [문화 人] '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5.18 자료, 많지 않아 놀라워" ① 에서 계속됩니다.

송강호를 비롯한 다른 한국 배우들이 지난해 매우 더워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첫 촬영을 진행했는데, 제작환경이 낯설지 않았는가?
ㄴ 복합적인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지난해에 매우 더웠다. 촬영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무더위에서 생존하는 게 어려웠다. 언어적 장벽도 무시를 못 했다. 통역이 도와 주웠지만, 장훈 감독과 대부분 배우가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소통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보통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감을 잡고 연기하는데, 그것도 듣지 못해서 나에게 그런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이야기를 들은 후 나한테 따로 브리핑을 해줘야 해서 너무나 미안했다. 나 때문에 제작이 지연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짐작하겠지만, 연기자로 감정적이나 심리적 관점에서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내가 항상 문제아처럼 느껴졌다. 음식부터 이것저것 모두 괜찮냐고 물어보니 3살짜리 아이인 것 같기도 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적응하려고 노력했나?
ㄴ 언어나 음식 적응이 쉽지 않았고, 이동하면서 촬영하는 시간도 많았다. 세트보다 고속도로에서 촬영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세트에서 의사소통하는 시간이 소모되어서 이런 환경을 적용하는데 에너지가 상당히 소모됐다고 생각한다. 이국적 체험에 잘 적응할 거라 생각했지만, 하지만 한국은 이국적으로 남겨질 것 같다. (앞으로 한국에서 영화 촬영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제 알았으니, 물론 촬영할 것이다. (웃음)

 

한국 배우들이 눈빛과 몸짓으로 의사소통했다고 말한 바 있다.
ㄴ 눈빛과 손짓 발짓만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봤다. 의사소통을 단순화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 기다림을 배우게 됐다. 내가 ADHD 장애(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줄 알았고, 내가 감독님의 디렉팅을 끝까지 듣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원래 나는 들으면서 이해해야 하는데, 바디랭귀지로 90% 가까이 호흡 됐다. 송강호 배우와도 그렇게 이어졌다. 대화로는 못해도 손짓, 발짓, 눈짓으로 의사소통했다고 생각한다.

위르겐 힌츠페터의 어떤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나?
ㄴ 영화 준비 과정에서 위르겐 힌츠펜터 기자가 돌아가셨다. 만날 기회가 있다면 만나고 싶었고, 그분도 저희를 만나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한 배우로 어떤 개인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고 조심스러워 한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가져가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받은 메시지와 위르겐 힌츠페터를 대변해 표현한다면, 그는 진리와 탐구에 대한 추구가 있었던 분이었다. 이 점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ㄴ 아쉬운 점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장훈 감독이 캐릭터를 실제로 잘 만들어줬다. 이에 대해 만족하지 않으면, 같이 논의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소개해줬다. 다른 것을 연기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매우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나왔다. 극 중 캐릭터 형성엔 여러 과정을 겪는다.

감독의 비전, 작가의 대본, 배우의 아이디어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나왔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내 연기에 대해 100% 만족하지 않는다. 자체 판단을 포기한 지 오래고, 평소에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영화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가?
ㄴ 장훈 감독이 "이렇게 이렇게 연기하라"고 하면 내가 이렇게 연기하겠다고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이지, 완전히 촬영 전체를 바꿀 장면은 아니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한국 배우들에게 들었다.
ㄴ 캐릭터와 상관없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기를 항상 들고 촬영하는데, 영화 세트장에서도 촬영했고, 포토콜 하는 중 제가 포토슛 당하는 모습을 찍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ㄴ 좋은 사진도 많이 찍었다. (웃음) 인생과 사진 촬영 이야기했다. '라이카Q' 모델을 좋아하는데, 박찬욱 감독도 그 카메라를 좋아한다고 했다. 솔직히 박찬욱 감독의 빅 팬이다. 영화 '스토커'의 화면 구성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팬으로 감독님의 차기작에 나 같은 배우에 관심 있다면 한 번 맡겨달라고 부탁했다. 같이 찍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살펴볼 수 있다. (웃음)

자동차 촬영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ㄴ 나는 동독을 1983년에 탈출했다. 택시를 타면서, 동독 시절의 차를 생각하게 됐다. 동독의 '트라반트'라는 모델이 있다. 베트남으로도 수출된 것으로 아는데, 최악의 차였다. 그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종이상자로 만든 느낌인데, 그 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나보다 송강호 씨가 운전해서 더 잘 말씀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올드 패션의 차량을 운전하고, 기어를 수동으로 넣는 재미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계에 부딪히면서 운전했는데, 뒤에 있는 나로는 재미없고 불편한 차량이었다. 송강호 씨는 운전을 정말 잘하시는 훌륭한 운전기사다(프리티 굿 드라이버). 이는 독일인으로 큰 칭찬이다.

 

수영 선수 출신으로 배우가 됐는데, 선수 출신의 영향이 있었나?
ㄴ 나는 수영과 배우가 된 것에 사실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찾자면 장거리 수영선수여서 체력이 좋았다는 점이다. 배우보다 건축설계사가 꿈인데, 친구들이 "동독 공산권에서 무엇을 설계할 수 있겠는가?"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결국 배우가 됐다.

애착이 가는 감독과 작품이 있다면?
ㄴ 어떤 감독님을 언급하면, 다른 감독을 언급하지 않아 서운할 것 같아 조심스럽다. '피아니스트'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가장 임팩트있었다. 그 작품을 통해 가까워졌고, 내가 그 작품을 통해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편집자 주 : 토마스 크레취만은 '피아니스트'에서 '빌름 호젠펠트' 역할을 맡았다)

mir@mhns.co.kr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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