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박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택시운전사' 송강호 "'택시운전사' 주인공, 송강호·토마스 크레취만 아닌 엄태구" ① 에서 이어집니다.

작품 내에서 애드리브가 많은 것 같은데?
└ 사실 애드리브 사용은 작품마다 다른데, 현장감과 일상성을 극대화 시키는데 좋은 작품이 있는 반면에, 최대한 대본에 충실한 영화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촬영 중인 '마약왕'이나 '살인의 추억' 등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애드리브가 필요했지만, '택시운전사'나 '사도'는 대본대로 갔다. 극 중에서 주유하면서 '재식'이와 대화하는 장면이 애드리브지만,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럼 애드리브를 넣은 지점이 이번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에서 했나?
└ 아니다. 촬영하다 보면 빈 곳이 생긴다. 영화적으로 일종의 공백이 쌓이다 보면 지루함으로 다가오는데, 최대한 그 공백이 안 생기게끔 기술적으로 채워주기 위해 애드리브를 사용해왔다.

그것이 유머러스하면 더 좋지만, 꼭 유머를 위해서 애드리브를 하지 않고 영화적인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배우들이 할 때가 종종 있다. '택시운전사'에선 웃음도 있겠지만, 만섭이라는 인물의 성향과 인간적인 면모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썼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애드리브라는게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혼자 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잘 받아줘야하는데, 토마스 크레취만과 할 때는 애드리브가 힘들지 않았나?
└ 토마스와 함께 찍는 장면에서는 아예 안했다. (웃음)

토마스 크레취만과 연기할 때, 실제로 쓰는 언어가 다른데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 기본소통은 되지만, 긴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웃음) 토마스도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며,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어느 날 토마스 생일이 촬영 중에 맞이해 같이 식사하기도 했다. 한 번은 박찬욱 감독님이 촬영장에 오신 적이 있는데, 토마스와 박 감독님이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잘 알고 있는 사이라 반갑게 술 한잔해본 경험이 있다. 총 서너 번 식사하고 술 먹은 적이 있다.

같이 식사하면 메뉴는 누가 정했는지 궁금하다. (웃음)
└ 우리가 정한다. 왜냐하면 토마스가 이 지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마스가 생각보다 회를 좋아하더라. 회식하면 고기를 구워먹고, 고기와 일식 정도. 그리고 맥주를 자주 마셨던 것 같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유해진과 사이가 돈독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택시운전사'가 처음으로 같이했다는 작품이라는 게 정말인가?
└ 유해진은 1997년에 처음 알게 되어 올해 20년 지기 후배인데, 이상하게 둘 다 많은 작품을 했으면서 한 번도 같이 한 적이 없다. 10년 전 한 세트장에서 우연히 만나서 같이 술을 먹다가 "형이 혹시 날 거절하는 거 아니냐. 솔직히 대답해보라"고 투덜댄 적도 있다. (웃음) 그 이후로 10년 만에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굉장히 친하다면 어느 정도인가?
└ 20년 전 연극 때부터 알고 지내왔기에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다. 그리고 영화인들 가끔 볼 때마다 인사하고 술 한잔하는 사이다. 그 외 서로의 작품을 보고 격려하기도 했다.

류준열과의 호흡은 어땠나?
└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 보고 팬이 되었는데, 그의 첫인상이 좋진 않았다. (웃음) 까칠하고 성격 있어 보였는데, 함께 작업해보니까 딱 '구재식'이었다. 그만큼 순수하고 밝고 건강한 청년이다.

김만섭이 객관적인 눈으로 광주를 바라보지만,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가장이기도 하다. 송강호 당신은, 평소에는 어떤 아버지인가?
└ 나는 경상도 사람이라 다정다감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권위적이진 않다.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 ⓒ 쇼박스

극 중에서 보여주었던 드리블 실력이 예사롭지 않던데, 아들인 송준평 선수에게서 배웠나?
└ 잘하지 않던가? 내가 예전에 축구를 잘했다. (웃음) 롱테이크로 한 번 찍은 게 있는데 거기에선 나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완성본에는 일부 편집되어 나와 본 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조금 아쉽다. (웃음) 지금은 축구를 안 한 지 오래되어서 잘 못 차는데, 옛날부터 축구를 좋아하고 많이 했다.

신인일 때 처음 세웠던 목표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그 목표에 상당히 근접해졌는지?
└ 군 제대 후 1989년에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딜레마가 있었다. 항상 '연기를 어떻게 잘할 것인가?'인데 그 때문에 매번 어떤 예술작품을 만날 때마다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 또한 고려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연기하면서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잘 전달할 방법이 무엇일지 20대 초반부터 고민해왔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 돌이켜보면 조금 부족하지만, 그 고민을 한순간도 놓지 않고 쥐고 왔기에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당신이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1989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도 다시 연기를 할 건가?
└ 그렇다. 배우라는 직업이 늘 행복하지 않지만, 처음 연기를 배울 때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똑같이 선택하고 그 당시 겪었던 딜레마들 또한 생각할 것이다.

앞선 작품들이 줄곧 흥행했기에 당신에게 각종 수식어가 붙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 흥행은 내가 감히 예언할 수 없는 결과이자, 해당 영화의 운명이다. 어떻게 보면 이게 건강한 부담감인데, 어떤 형태로든 관객들이 송강호라는 인물에게 보내는 신뢰가 있다면, 그 신뢰감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웃음)

평소 가치관이 '소시민의 힘으로 세상이 바뀐다'고 많이 언급했는데 실제로 그걸 믿는지?
└ 수상소감에서 그 이야기를 한 번 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웃음) 그렇게 거창한 뜻은 아니고,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그 순간만큼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가지고 마음이 움직이면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무의미하겠지만, 다른 이들은 이를 통해 성숙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하나씩 모이면 큰 힘이 되고, 그 큰 힘이 되는데 영화가 조금이나마 보탠다고 생각한다. 너무 거창하게 해석된 것 같아 부담스럽다. (웃음)

최근 블랙리스트 건도 있고, 그 때문에 사회에 일종의 프레임이 씌워지기도 하는데, 종사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 그런 문제는 사실 나한테 중요하지 않다. 일부 편견을 가지고 나를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다수 관객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입증되었다. 나 자신 또한 정치적인 프레임의 이미지 때문에 고민했다면 작품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가의 소신이 있다면 그걸 꺾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앞서 말했듯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해당 작품이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지, 외부 시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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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희망을 말한다"고 하는데, 그 '희망'은 무엇인가?
└ 그 아픔과 고통의 세월을 극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건 수많은 시민들과, 박중사 같은 사람들의 눈동자, 그리고 김만섭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알고 있던 이들이 슬기롭게 헤쳐나가 만든 것이다.

'1980년 광주의 그 아픈 기억합시다!'가 아니라, 그 아픔을 누가,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이겨내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어떻게 성숙했는지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희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당신과 봉준호 감독과의 특이한 인사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웃음) 항상 그렇게 인사하는지?
└ 나도 그 영상을 봤다. (웃음) 그때가 '설국열차' 프로모션 할 때였는데, 무대인사 때문에 내가 좀 늦게 도착했었다. 가끔씩 그렇게 인사한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기생충'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제부터 촬영에 들어가는가?
└ 봉 감독님의 '기생충'은 내년 봄쯤부터(4월) 본격적으로 촬영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찍고 있는 '마약왕'이 올 10월 중순에 촬영을 끝마친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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