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문화회관 수요아침콘서트 '마요르카섬의 연인'

 

   
▲ 공연 '마요르카섬의 연인'의 두 배우 윤미영(왼쪽), 남명렬(오른쪽)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역시 연륜 있는 배우는 달랐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자신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리허설이 끝난 후 바로 이어진 인터뷰가 힘들었을 텐데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인터뷰에선 전혀 피곤한 내색 없이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준 윤미영 배우는 다 끝나고 나서야 대본을 숙지하고 연습하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말을 전했다. 남명렬 배우는 현재 드라마 '상류사회' 촬영과 다음 공연을 준비 중이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참여한 연극 '마요르카섬의 연인'은 서대문문화회관의 수요아침콘서트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난 29일에 공연을 펼쳤다. 앞서 28일, 공연장에서 두 배우와 짧지만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 나오는 작품 설명 부탁한다.
ㄴ 남명렬 : 간단히 말하면,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드라마 음악회다. 파리에서 유명한 연인이었던 피아니스트 쇼팽과 작가 조르주 상드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담았다. 둘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어가는 감정을 음악과 함께 보여드릴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ㄴ 윤미영 : 선배님께서 좋은 작품을 추천해주셨다. 미셸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이번 공연에 포함되면서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이야기가 극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서 돌봐주면서 질투도 하는 여성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좋다.

ㄴ 남명렬 : 조르주 상드는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스스로 강직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가 살았던 1800년대의 일반 여성들과는 다른 특별한 여성이지 않은가. 여성적 매력도 있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그런 능력 있고 에너제틱한 부분을 잘 표현할 사람으로 윤미영 배우가 딱 떠올랐다.

2012년부터 작품활동이 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ㄴ 윤미영 : 대구에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왔다. 그때 '10년 동안 오로지 연극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딱 10년이 지나고, 목표를 달성한 뒤에 상실감이 찾아왔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우연한 계기로 영화 작품에 참여했다. 뮤지컬에도 제안을 받았고. 그 이후로 연극을 줄이고 활동 범위를 넓혔다. 연극작품으로만 보면 작품활동이 뜸하게 보일 수 있지만, 영화와 뮤지컬을 포함하면 꾸준히 연기활동을 했다.

   
 

어려운 작품만 하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ㄴ 남명렬 : 하려고 한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래서 항상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연습한다. (웃음)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ㄴ 남명렬 : 2009년에 '코펜하겐'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나를 무척 괴롭힌 작품으로, 대사도 많았고 핵물리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소재 자체를 이해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 동위원소가 어떻게 불확정성의 원리가 어떻고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평소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이라 이해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을 할 줄 알아야 관객들도 공연을 보며 이해를 할 텐데, 한번 설명을 들으면 머릿속으로는 이해한 것 같으면서도 다시 설명하려고 하니 말이 안 나오더라. 그래도 공연을 마치고 좋은 평가를 받아 다행이었다.

작품에 대해서 스스로 분석이나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인가.
ㄴ 남명렬 : 대본을 분석하고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작품과 관계없이, 독서는 꾸준히 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자면, 연극 '한스와 그레텔'은 히틀러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희곡이었다. 표면적으로 히틀러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지만, 연습하면서 히틀러의 정치 철학과 그의 사상, 당시 독일의 분위기 같은 것들을 자세히 알지 못하니 배역과 내가 밀착되지 않더라. 결국, 공부가 중요하다.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은?
ㄴ 윤미영 : 워크룸프레스의 '제안들'시리즈를 꼭 추천하고 싶다. 이건 요즘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는 책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고전 문학들을 새롭게 번역해 출판하고 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새삼 깨달음을 느꼈다. 분명 내가 알던 작품들인데도 새롭게 다가왔고, 작품 속의 숨겨진 면을 발견하기도 했다.

ㄴ 남명렬 : 가장 최근에 완독한 책은 '러시아사 100장면'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아버지와 아들'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가 쓴 작품이다. 앞서 말했듯이, 러시아의 역사, 뚜르게네프가 살았던 시대상 정도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읽었다. 지금 가방에 있는 것은 '불안들'이라는 책이다. 작가 이름은 어려워서 기억이 안 난다. (웃음)

연극배우들이 러시아에서, 혹은 러시아연극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ㄴ 남명렬 : 러시아 연극이 우리 정서와 비슷하다. 러시아는 끝없이 서유럽의 문화를 동경하지만, 심리는 동양적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공연될 때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러시아는 연극이 상당히 발전돼 있다. 체홉과 뚜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등의 인재들이 많이 있었고,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극론에 기초해 연기를 배우기 때문에 러시아는 연극의 고향과 같다.

   
 

최근 인터뷰에서 2~3년 안에 하고 싶은 작품으로 '파우스트'를 꼽았다.
ㄴ 남명렬 : 그전까지는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할 때마다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작품이 '파우스트'라서 얘기를 꺼냈다. 작품에서 늙은 파우스트와 젊은 파우스트가 나와 보통 늙은 배우와 젊은 배우, 2명을 캐스팅한다. 그렇지만 한 인물이다 보니, 배우 한 명이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지금의 내 나이가 파우스트를 연기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3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서울 무대에 데뷔해 젊은 주인공을 못했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에쿠우스의 알런 같은. 그래서 더 후회하기 전에 파우스트를 연기하고 싶다. 더 나이가 들면 못할 테니까.

이번 공연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나.
ㄴ 남명렬 : '마요르카섬의 연인'은 연극이라기보다는 연주가 더 우선인 연주회다. 나와 윤 배우가 하는 연기도 편지를 읽는 형태 안에서 진행된다. 한정적인 조건 속에서의 연기라 새롭긴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ㄴ 윤미영 : 나도 힘든 점 보다는 좋았던 점이 더 많았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후배들이 많아지고, 어린 친구들과 공연을 하다 보니 선배님들과 하는 공연이 하나라도 더 배울 기회라는 걸 너무 잘 알았다. 선배님이 가르침을 주실 때마다 전율이 인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선배님들과 공연하면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다 코치해주신다. 그러한 것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ㄴ 윤미영 : 올해 극단을 만들었다. 제가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주위의 좋은 사람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고, 생각을 공유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후배들도 키우고. 물론 나도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아직 반짝반짝한 후배들은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나와 같은 힘든 시기가 분명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 극단의 첫 작품이 바로 지난주에 끝난 '하녀들'이다. 계속 다음다음 초청이 되고 있다. 당분간은 이 작품과 극단 일에 몰두하지 않을까 싶다.

ㄴ 남명렬 : 9월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아버지와 아들' 연습 중이다.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게 체력 유지하는 것만 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배우는 잊히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그런 게 꿈 아니겠나.

   
 

[글] 문화뉴스 김관수 기자 gs@mhns.co.kr
[검수] 문화뉴스 전유진 기자 yj12@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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