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장기영 기자] 지난 7월 24일 오후 배우 유준상과 인터뷰를 가졌다.

유준상은 뮤지컬 배우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존재감을 뽐내는 배우. 어느새 50세가 눈 앞에 다가온 그는 계속 나이를 언급하면서도 '나이에 지고 싶지는 않다'며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길 거부했다.

최근 드라마 '조작'에서도 이석민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그는 오는 24일 개막하는 뮤지컬 '벤허'의 주인공 벤허 역을 맡아 드라마와 뮤지컬, 두 가지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뮤지컬 '벤허'는 루 윌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우리에겐 1959년 CG가 없던 시절에도 스펙터클한 전차 경주씬 등을 선보였던 영화가 익숙한 가운데 유준상, 박은태, 카이 등 최고의 배우들이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과 함께 새로운 뮤지컬로 만들어낼 예정이다.

인터뷰에서도 경험과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던 그는 바쁜 와중에도 아내와 아이들까지 챙기며 저절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로서의 위치까지 얻어낸 사람이었다.

 

드디어 '벤허'가 공연될 시기가 오고 있다.

ㄴ 제가 '프랑켄슈타인' 시작할 때니까 벌써 몇 년 전이다. 그때 왕용범 연출님이 다음 작품은 '벤허'를 만들 예정이라고 하셨다. 연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실제로 몇 년 뒤에 이뤄지더라. 그래서 저도 벤허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고 두꺼운 책, 영화도 다 봤다.
창작 뮤지컬이지만, 우리가 이런 만듦새로 여러분을 만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준비가 잘 됐다. 보통 창작이란 게 공연이 끝날 때쯤 (퀄리티가)정리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라이선스는 이미 다 가진 걸 가지고 연습하는 데도 연습 막판에 런돌기 바쁜데 창작은 처음 만드는 거니까 더 어려운 점이 있다. 그걸 급하게 마무리하고 공연에 오르면 에너지가 안 생기는데 2주 전에 이미 1막이 끝났다. 엊그저께 2막 동선도 끝났다.(*인터뷰 날짜는 7월 24일) 안무는 이미 다 됐다. 우리 친구(앙상블)들은 몇 달 전부터 안무가 이미 시작됐다.
거기에 상당히 자극 받았다. 첫 연습 들어갔는데 연출님이 우리가 안무 한 거 보여드릴게요 하고 7개 정도 보여주시는데 언제 이 많은 걸 다 했지 싶더라. 너무 놀랐다. 거기서 반 이상은 또 바뀌었다. 계속 수정하며 만드는데 자극을 받았다. 첫 연습에 이미 안무가 나와있을 정도면 보통 준비한 게 아니구나. 제일 큰 형이라고 그냥 잘하면 되겠지 싶으면 큰일이겠다. 정말 빡세게 해야지 생각이 들었다.

민우혁 배우도 연습이 엄청 잘 되고 있다고 했다.

ㄴ 우혁이가 그렇게 얘기한 것도 잘되라고 한것보다, 본인이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한 것 같다. 저도 20년 넘게 뮤지컬해오면서 이렇게 연습 과정 속에서 느껴진다. 무언가가 (연습에서)생기면 분명 관객들에게도 전달되는데 연습에서 뭐가 안 풀리면 삐그덕 거린다. 열심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열심히 준비된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여러 가지 것들이 조화되어야 하는데 이번 '벤허'가 그런 면에서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 같다.
'벤허'가 사람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거다. 마차 경주씬으로만 기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 세대는 그 영화를 직접 봤다. 영화의 느낌을 알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뮤지컬을 통해서 제일 명쾌하게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금 힘들긴 하다. 너무 많은 합을 해야 하고, 얼마 전에도 칼 맞아서 다쳤는데 다치는지도 모르고 할 정도로 연습하고 있다. 조심하는 데도 다치고 있다.
앙상블 친구들은 대형 뮤지컬 공연 상 아마 처음으로 전 캐스팅이 남자다. 국내 뮤지컬 중 최초가 않을까 한다. 그러다보니 이 친구들이 누구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고(웃음) 오직 작품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 친구들이 어마어마하게 몸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 안무 습득 능력이 이미 상당한 친구들인데도, 여기서 엄청난 훈련을 하고 있다.
옆에서 구경하면서 감탄하는 건, 보통 한 두명이 이끌어가지만, 저희는 여럿이 끌고 간다. 함께하는 친구들이 기량이 워낙 좋다. 나머지가 다 빛난다.
또 재밌는 건 로마시대는 남자가 남자를 탐했던 부분이 있고 여성 배우가 없어서 이들이 여성적인 춤도 춘다. 근데 그 선이 저도 빠져들 정도다. 그 친구들한테 크게 자극받고 있다.

뮤지컬로 영화의 긴 내용이 잘 압축될까 우려된다.

ㄴ 정말 방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왕 연출님이 많은 작품들에 대해 여러 시도를 해오셨고 본인이 미흡했던 부분,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추려서 이야기 구성을 너무 잘해주셨다.
물론 배우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는데, 결국 배우의 고생은 관객의 즐거움이다. 정말 관객분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도 고전이 주는 이야기의 묘미를 느껴가실 것 같다. 역사가 한참 흘러도, 그 시절의 역사가 지금 이 시대의 역사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구나, 지금 우리가 느끼는 시대의 흐름이 작품에 상당히 반영됐다.
저희가 지금 국정농단 이후 정권 바뀐 다음이라 '어? 이거 우리의 이야기인데?' 싶을 정도의 이야기다. 사실은 '벤허'가 그런 것과 무슨 상관있을까 하지만, 상당부분 그 시대의 이야기가 우리 시대와 겹쳐진다. 우리는 그들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생각도 들 것 같다.
'벤허'는 다른 작품과 달리 희망을 던져놓고 끝난다. 보는 분들은 영화 이상으로 느끼실 것 같다. 책은 400페이지가 넘어서 보기 힘드실 것 같다(웃음).
그리고 이 작품은 특히 여러 번 보게 되실 것 같다. 앙상블들의 군무만 봐도 질리지 않는다. 도대체 이 많은 세트 전환과 이 화려한 것들을 어떻게 표현했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스태프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기대하셔도 좋다.

 

이전에 왕용범 연출의 '프랑켄슈타인'이 초대박 났었다. 올 여름 초연 작품들이 대체로 평가가 크게 좋지 않은 편인데 부담감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자신감이 더 느껴진다.

ㄴ 우리 작품이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좋은 게 아니라 '벤허' 자체로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좋은 것들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한다. '프랑켄슈타인'을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거야 하고 자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뮤지컬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문화산업이 침체적인데, 이 작품이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등과 달리 최근 출연한 뮤지컬 '삼총사', '잭더리퍼', '프랑켄슈타인', '그날들' 등에선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 인물을 연기했다. 차이점이 있는지.

ㄴ (그런 차이보다는)뮤지컬은 내가 할 수 없는,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할 수 없는 역할들을 맡게 된다. 거기서 큰 매력을 느낀다. 뮤지컬에서는 그런 역할들의 매력을 내가 맡아 보여드릴 수 있다. 뮤지컬 하면서 여러 인물을 맡아왔다. 저는 주로 창작 인물을 맡아왔다. '삼총사'와 '잭더리퍼'도 라이선스지만, 거의 사실상 창작 작품이었다. 소재만 빌려오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새롭게 음악을 입혔다. 그 작곡가의 다른 음악을 가져오긴 했지만. 거의 창작 작품이었다. 창작 작품이 주는 힘들지만 해냈을 때의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창작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

벤허가 메셀라를 복수하지 않고 용서를 한다.

ㄴ 우리 작품에서 메셀라는 엄청난 악역으로 느껴질 거다. 기가 막힌 장면이 2막에 있다. 그것만 해도 배우로서는 정말 이 역할은 해보고 싶다 싶을 정도의 대단한 악역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벤허는 그 상황에서도 친구를 바로 용서할 수는 없었다. 계속된 고난 속에서 해결점을 찾는다. 용서란 무엇인가.

 

포지션의 변화를 느낄 시기가 아닐까 싶다. 매번 큰형님의 위치에 계신다. 주인공 역할 하면서 점차 어려움은 없나? 나이차가 생기고 있다.

ㄴ 그걸 특별히 생각하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잘해온 것 같다. 띠동갑까지는 친구구나 싶다. 최우혁이 저랑 24살 차이다. 작품에 앞서 '닭띠 파이팅!'하고 외친다. 재밌게 카이, 은태, 저 모두 닭띠이다. 그래서 '닭띠 파이팅!'하고 있다. 무대에서는 (양)요섭이와 (지)창욱이와 친구도 해야 한다. 내가 그들과 친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관객들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벤허도 10대부터 40대의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제가 나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극복하지 못하면 무대에서는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생각 안하고, 관객분들에게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기조를 만든다. '벤허'는 노예신분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어야 한다. 애들이 다 벗겠다 해서 저도 식단 관리하면서 몸 만들고 있다(웃음). 배에 왕(王)자가 중요하다. 이미 앙상블 친구들부터 모두 완벽한 몸매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면서 자극을 주고 받으면서 연습하고 있다. 자극을 받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공연에서 안주하고, 저 사람이 잘하겠지 하면 안된다. 저 사람이 열심히 함으로 인해 내가 느끼고 내가 움직이고 또 다른 사람이 움직인다. 우리 팀의 장점이다.

연습을 10시 넘어서도 다들 안 들어간다고 들었다.

ㄴ 어제도 11시 반에 끝났다. 텐투텐(*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의미)하다 늦어지면 보통 11시 넘으면 보내주는데(웃음) 씬의 흐름이 끊기면 안 되니까 다 끝났더니 그 시간이더라.

드라마 '조작'에 들어간다. 스케줄 무리 없나?

ㄴ 드라마 팀에 이미 말씀드렸고 조정해주신다고 해서 감사하게 잘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가 매일 촬영이 아니다. 그래도 힘들긴 하다. 새벽 3,4시까지 촬영하고 그 다음 날 아침에 '벤허' 와서 무술 연습해야 한다. 힘들긴 하다.

두 작품이 공교롭게도 시대를 반영한다.

ㄴ 제가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야기가 쉽게 나오진 않는다. 뮤지컬을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다. '로빈훗'에서도 시대의 울림을 줄 수 있는 대사가 꽤 있었는데 주목받지 못해 아쉬웠다. '그날들'도 많이 반영된 작품이다. 극 중 등장하는 이름 하나하나, 날짜 하나하나 현 시대의 어떤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날들'의 그런 치밀함(사건의 날짜, 인물이름)을 보는 사람들이 알게 되는 지점이 있다.
용범 연출도 시대의 이야기를 꼭 공연에 담고 싶어 한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아닌데 억지로 담을 수는 없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예루살렘에서 살인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내가 그 예루살렘을 외치면서 대사하는데, 지금도 그 성전에서 그렇게 많은 유혈 사태가 일어나고 있으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하면서 가슴이 아프더라.
2막 첫 장에 빌라도와 메셀라 대화에서, 지금 이 시대를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대사가 있다. 공연을 보셔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게 만드는. 로마군과 유대인의 대립인데, 국정농단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제가 나오는 씬은 아니었지만, 연출자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구나,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뮤지컬 쪽에서 최고라 불릴 수 있는 장유정, 왕용범 연출가와 함께 해왔다. 연출, 제작 욕심은 없나.

ㄴ 그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그런 욕심이 안 생긴다. 저분들이니까 저렇게 할 수 있다 싶더라. 내가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싶다. 그들이 오랜 기간 만들어온 것들을 따라할 수가 없겠다 싶다. 이번에 이성준 음악감독 음악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연소 왕립영국음악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간 학생인데, 왜인지 알겠더라. 학위만 대단한 게 아니라, 그 친구가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준 작곡이 있었고, '벤허'에서도 한 곡 한 곡의 가사와 그 순간의 pause까지도 음악 선율과 잘 녹여졌다. 정말 좋은 노래를 선사할 것 같다. 혼자 연습하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한 곡 뿐 아니라 몇 곡이 있었는데, 왕용범 연출이 가사도 잘 썼고 이 감독이 절묘하게 음악을 잘 녹여냈다.

[문화 人] 유준상 '기자 역할 해보니 현역 기자에게 힘되고 싶더라'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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