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을' 수 있고, '젊을' 수 있는 클래식...콘서트 "클래시칸과 함께 떠나는 세계음악여행 in SE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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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인(同人)'들을 만났다. 어떤 일에 뜻을 같이하여 모이는 집단을 우리는 흔히 '동인'이라 부르며, 대개는 예술가 집단들에 한하여 그 단어를 명칭하고 있다. 지난 28일 서촌에서는 조그마한 소극장에서 거대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었다. 바로 클래시칸 앙상블의 "클래시칸과 함께 떠나는 세계음악여행 in SEORO"이다.

"클래시칸과 함께 떠나는 세계음악여행 in SEORO"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마다, 종로구 서촌공간 '서로'에서 살롱콘서트의 형식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서촌공간 '서로' 는 과거 문학공간으로서 문화와 지성의 산실이었던 '살롱' 을 모티브로 역사와 예술이 흐르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 특별한 공간에서 클래시칸 앙상블과 함께 전 세계의 아름다운 음악 유산을 소통하려는 것이다.

서촌공간 '서로'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클래시칸 앙상블'은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의 상주예술단체(2012년~현재)로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전문예술단체이다. 젊은 음악, 재미있는 클래식을 지향하는 클래시칸은 다양한 활동으로 국내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체임버 오케스트라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서촌공간 서로 극장 내부

살롱콘서트는 6월 '음악의 나라' 독일을 시작으로 러시아, 체코, '누에보 탱고' 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아르헨티나, 영국, 오스트리아까지 5개월에 걸쳐 각국의 다양한 색채를 즐기는 음악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또한 12월에는 송년음악회를 열어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특히 지휘자 안두현의 작곡가와 시대적 배경, 작품의 미학 등 유쾌한 해설이 함께 곁들여지며, 클래시칸 앙상블은 이번 살롱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이 클래식과 좀 더 친밀하게 호흡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28일 진행됐던 '툰드라의 로망스, 러시아' 콘서트는 그야말로, 작고 어두운 소극장 안에서 러시아의 향취를 고스란히 맡을 수 있는 감동적인 콘서트가 펼쳐졌다.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아렌스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러시아 음악가와 그렇지 않은 음악가들의 곡들을 두루 연주하며, '러시아'라는 나라를 향한 막연한 그리움을 선사해주었다.

해설과 진행을 맡은 지휘자 안두현은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음악가들의 삶을 소소한 에피소드로 풀어 설명하며, 관객들이 곡을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지만 전혀 전문가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처받은 '인간' 차이콥스키,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 쇼스타코비치 등의 면모들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는 러시아라는 나라를, "빵 사먹을 돈을 아껴 음악회 오는 사람이 많은" 나라로 묘사하기도 했다.

지휘자 안두현이 전하는 쇼스타코비치라는 작곡가는 무척이나 재밌는 사람이었다. 말러, 베토벤, 슈베르트 등 교향곡의 위대한 작곡가들은 보통 9번까지 쓰고 죽음을 맞이했기에, 당시 유럽의 대중들은 '교향곡 9번'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향곡 9번 발표를 앞두고 쇼스타코비치는 대중들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멜로디들을 패러디해 가미시킴으로써 당시 대중들과 전문가로부터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위대한' 교향곡 9번이 아닌, '조소적인' 교향곡 9번을 발표했던 쇼스타코비치는 농담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위트 있는 사람이었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더불어 쇼스타코비치는 "결국 교향곡 15번까지 남겼다"고 전하며, 쇼스타코비치의 재밌는 음악인생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도 했다.

이날 연주자는 바이올린의 하승리, 첼로의 강찬욱, 피아노의 김활란이 등장해 무대를 러시아의 향취로 물들였다. "대극장보다 더 떨린다"는 소극장에서 그들은 깔끔한 무대매너를 선보이며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최소한의 악기로 최고의 무대를 펼친 그들의 대단한 연주 실력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작은 소극장 안이지만, 이날 박수의 소리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후문이다.
 

   
서촌공간 서로 극장 외관

어두운 소극장 안, 이야기로 전해 듣고, 음악으로 느끼게 된 러시아라는 나라가 문득 그리워졌다. 특히나 아렌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1번 d단조 op.32 1악장'을 들으면서는 재작년 이맘 때 즈음, 막연히 프라하를 동경해 교환학생을 준비하던 당시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시간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안톤 체홉이라는 걸출한 작가들이 어째서 '러시아'라는 나라에서 배출되었는지가 가늠이 될 정도로, 러시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렌스키의 곡을 통해 유럽의 역사, 인간의 고통, 인류의 삶이 그려졌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그린 러시아는 정말 '멋진' 나라로 기억되었다.

이들이 '아름다운 동인'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가장 동시대적인 아름다움을 내뿜었기 때문이다. 서로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목표는 "클래식을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크게 중점을 두고 있지 않았나 싶다. '전문가'들의 모임이지만, 이들의 모임은 관객들에게 전문적이거나 어렵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쉽고 유쾌한 해설을 통해, 그리고 금세 러시아라는 나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멋진 연주로, 이들의 목표는 굉장한 달성을 이루었다고 본다.

더구나 '소극장'이라는 무대의 형태와 '젊은 예술가'라는 구성의 특징은, 한국 동시대적 시공간을 가장 담아내는 형태의 연주회였다. 위대하고 웅장한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우리에게 낯설고 어렵게만 다가온다. 그러나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아주 가깝고, 편하게 만나는 이들의 살롱콘서트는 기존의 대한민국 클래식 공연들의 판도를 뒤엎는다. 게다가 '젊은 예술가'들의 작은 모임으로 이뤄지는 이번 콘서트는 클래식도 '작을' 수 있고, '젊을' 수 있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다. 고루하고 고지식한 클래식이 아니라, 멋지고 낭만적이며, 힘이 넘치는 클래식이었다. 이들의 멋진 모임이 계속 아름답게 지속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후 진행되는 콘서트는 다음과 같다. 다음달 25일에는 '프라하의 일몰, 체코'라는 주제를 가지고,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종교개혁과 전쟁 등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체코의 귀족, 지식인, 예술가들. 이국땅에서 더 꽃피운 음악세계를 연주한다. 또한 9월 22일에는 '누에보 탱고, 아르헨티나'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전통 위에 클래식을 입은 누에보탱고를 소개한다. 10월 20일에는 '파리의 가을, 프랑스'의 주제로,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그 내면의 열정과 로망스를 그린다. 인상주의 시작을 알린 드뷔시, 라벨을 비롯한 프랑스 대표 작곡가들의 섬세하고 숭고한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다.

11월 24일에는 '기품 있는 음색, 오스트리아'로, 유럽 음악의 수도인 오스트리아의 음악을 연주한다. 바로크 음악, 궁정 음악, 낭만주의 음악 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과 같이 전 분야에 걸쳐 수많은 음악가들을 배출한 오스트리아로 여행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12월 29일에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송년음악회'를 통해, 크리스마스 캐롤과 연말연시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선율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할 예정이다. 콘서트와 관련된 더 자세한 내용은 서촌공간 서로(02-730-2502)로 문의하면 된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unwhanews.com
[사진] 서촌공간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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