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어주는 남자 #002 - '아이언 맨'과 '토니 스타크'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네 얼굴을 보이지 마라! '복면가왕', '복면검사', '너의 목소리가 보여', '가면' 등 최근 대중문화에는 유독 얼굴을 숨기는 것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가면은 인물의 정체를 숨길 수 있고,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매력이 있죠. 하지만 이 현상을 더 흥미롭게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가면을 쓰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최소의 조건인 외모를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죠. (더불어 편견 없이 평가받을 기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가면은 외모지상주의를 강요하는 시대에 사는 대중들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가면은 얼굴을 완벽히 은폐할 수 있기에 자신으로부터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완벽한 비밀이 보장되는 가면이 주어진다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이 행동은 우리의 본성일까요, 아니면 사소한 일탈일까요.

페르소나에 대하여
영화에서 가면은 매력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유명한 국내 영화로는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이 있었고, ('복면가왕'과 큰 연관이 있어 보이는 '복면달호'도 있었죠) 외화에서는 히어로물만 해도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 맨' 등 무수히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면들이 모두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저에게 아이언 맨은 더 독특해 보입니다. 여기서 이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아이언 맨이 다른 가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이 가면을 통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었을까요.

영화에서 가면을 쓴 캐릭터들은 기존의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가면을 쓰고서 합니다. 가면을 쓰고 숨겨온 꿈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거나, 사랑을 대신 표현하는 인물을 기대할 수도 있죠. 하지만 때로 가면을 쓴 인물은 일탈, 그리고 더 나아가 범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면물'은 다양한 전개가 가능한데, 자아와 가면 쓴 자아의 괴리가 클수록 재미는 커집니다.

흔히 영화 속 가면과 관련된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가져옵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이 단어는 '가면을 쓴 인격'으로 해석되죠. 과감히 생략하고 말하자면 페르소나는 속마음, 내면의 성향을 대변하는 대리자, 대리물 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A감독의 페르소나: 배우B' 등의 표현은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이때 페르소나는 감독의 분신 혹은 그가 의도한 것을 표현하는 배우를 뜻합니다.

   
 

아이언 맨과 페르소나
이번 글에서 다룰 가면은 아이언 맨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글에서 아이언 맨을 토니 스타크의 페르소나/반페르소나로서 다루고 있었기에 더 생각해보고 싶었죠. 아이언 맨은 토니 스타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이 할 수 없는 것을 아이언 맨은 할 수 있습니다. 토니 스타크라서 표출할 수 없는 힘과 능력을 아이언 맨은 기꺼이 보여주죠. 이런 점에서 토니 스타크의 강철 가면은 페르소나로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시리즈를 통해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끌어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어벤져스2'를 통해 페르소나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아이언 맨 시리즈를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좀 더 확신했습니다. 우선 전작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이언 맨3'는 마블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액션, 스펙터클을 통한 볼거리로 경쟁할 것 같았던 마블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고뇌를 담은 훌륭한 드라마도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아이언 맨3'는 전작이었던 '어벤져스'에서 죽음 앞에 섰던 토니 스타크의 공포와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죠. 그리고 수트가 부서지는 상황을 통해 토니 스타크는 맨살로 세상과 대면하며 자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여기, 수트와 자신을 분리한 토니 스타크를 보며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끌어오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토니 스타크는 자신과 아이언 맨 사이의 거리감을 느끼죠. 두 존재가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지점에서, 가면과 가면 뒤의 괴리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줍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본다면 '아이언 맨3'는 가면이 부서진 자아의 위기, 그리고 이를 맨살로 극복하는 한 남자의 성장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전작들의 아이언 맨을 토니 스타크의 페르소나로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게 합니다. '아이언 맨3' 이전에 토니 스타크는 강철 가면 뒤에 숨어있던 존재고, 이번 편에서 자신의 본질을 확인하고 직접 세상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아이언 맨과 '반'페르소나
페르소나를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속성은 '괴리감'이었습니다. 페르소나는 본래의 자아, 인물을 숨긴다. (자아와 가면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페르소나는 본래 인물이 보여주지 않던(혹은 못하던) 성격과 성질을 표출한다. 본래의 인물과 괴리가 없다면 가면을 쓸 이유가,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가져올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이 그랬죠. 그런데 아이언 맨은 이 속성에 부합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선 토니 스타크는 이중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대중 앞에서 수트를 벗으며 얼굴을 공개하기도 하고, 역으로 공개된 공간에서 변신하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아이언 맨이라는 것을 결코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죠. 오히려 자신이 아이언 맨이라는 사실을 노출하고 즐깁니다. (그 결과 한 시리즈에서는 자신의 자택이 날아가는 위험에 처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는 수트를 착용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관된 성격을 보여줍니다. 그는 수트가 없다고 주눅이 들지 않으며, 늘 오만하다고 느낄 정도의 자신감을 보여주죠. 단적인 예가 '어벤져스'에 나옵니다. 수트가 없는 너는 뭐냐는 비아냥에 토니 스타크는 돈 많고 잘나가는 남자라며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죠. 이런 두 가지 속성과 섞이지 않는 토니 스타크/아이언 맨을 페르소나라는 개념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벅차 보입니다. 그렇다면 '아이언 맨' 시리즈를 페르소나라는 관점 외에 흥미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는 없을까요.

   
 

테크놀로지와 인간
'어벤져스2'에는 토니 스타크의 집착이 만든 빌런 '울트론'이 등장합니다. 죽음 직전의 순간을 경험한 토니 스타크는 더 완벽한 기술로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팀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위험한 시도를 하죠. 결국, 그 시도는 독이 되었고, 인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과학적 진보를 위한 도박 혹은 도전. 어떠한 의도가 되었든 토니 스타크가 관심이 있는 것, 있었던 것은 더 강력한 테크놀로지였습니다. '아이언 맨' 시리즈는 꾸준히 과학과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언 맨' 시리즈에서 토니 스타크가 고민했던 것은 자신과 아이언 맨이라는 존재의 괴리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더 강력한 수트, 테크놀로지를 추구하기 위해 애써왔던 메카닉이죠.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앞서 언급한 '아이언 맨3'는 테크놀로지를 상실한 인간의 속살이 대면한 위기, 고민을 보여준 영화로 읽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메카닉으로서 자신의 자리, 능력에 대한 믿음 등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리고 '어벤져스2'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의 위험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메카닉으로서 자신의 자리, 능력에 대한 믿음 등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리고 '어벤져스2'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의 위험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 맨' 시리즈를 통해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매혹된 인간, 인류를 구하는 테크놀로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상실한 인간의 고독과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거쳤으며 최근엔 인간의 손을 떠난 테크놀로지와 이에 패배한 인간의 모습까지 보여줌으로써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다양한 관계를 담았습니다. 토니 스타크에게 아이언 맨은 자신을 지키는 장비였고, 세상을 보호하는 기술이었으며, 더불어 인류를 없앨 위험한 불씨이기도 합니다. 아이언 맨은 토니 스타크의 가면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아이언 맨은 테크놀로지이며, 이 시리즈는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관계를 다룬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글은 '아이언 맨' 시리즈를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가져와 읽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러한 관점들과 더불어 영화를 좀 더 풍부하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제안하는 글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본만큼 다양한 읽을 방식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언 맨' 시리즈를 페르소나 외의 관점으로 본다고 해서 영화의 가치나 메시지 등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가면 뒤에 숨은 적이 없는 토니 스타크라는 인간, 그의 당당함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끝으로, 페르소나를 적용하기에 가장 흥미로운 히어로는 '스파이더 맨'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는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 맨 사이의 괴리감과 갈등을 잘 그리고 있죠. 더불어 피터 파커는 면으로 된 작은 가면의 유무만으로도 180도 바뀌는 흥미로운 캐릭터였으니까요.

 
[글] 아띠에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영화리뷰 웹진 '무빗무빗'의 에디터. (movitmov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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