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7일 오후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뮤지컬 '벤허'의 월요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공연의 서곡(overture)을 시작으로 카이의 '희망은 어디에', 박은태, 안시하의 '카타콤의 빛', 아이비의 '그리운 땅', 박민성, 이정수의 '나 메셀라', 민우혁, 카이의 '죽음의 질주', 카이, 안시하, 서지영, 곽나윤의 '그 날의 우리', 박은태의 '골고다', 유준상, 박은태, 카이가 함께한 '운명'까지 총 9곡 시연과 미니 토크, 포토타임이 있었다.

▲ 토크 중인 장지후(좌), 박종배(우) 배우

뮤지컬 '벤허'는 '프랑켄슈타인'으로 국내 최고 흥행 반열에 오른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의 신작으로 루 윌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우리에겐 CG 없이 스펙터클을 보여줬던 1959년 대작 영화 '벤허'로 더욱 잘 알려졌다.

넘버 시연 후 이어진 미니 토크에는 스케줄상 '운명'을 제외한 시연에 참여하지 못했던 벤허 역의 유준상 배우를 포함해 박은태, 카이, 박민성, 민우혁, 최우혁, 아이비, 안시하, 서지영, 곽나윤, 이정수, 장지후, 박종배 배우까지 총 13인이 참여했다.

우선 토크에 앞서 인사에 나선 유준상 배우는 "몇 년 뒤에 할 거라던 '벤허'를 할 때가 됐다. 너무 영광스럽고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이 새로운 음악을 잘 만들었다.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연기,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시금 보시면 후회 없는 시간이구나 느끼실 거고 계속해서 관람하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미니 토크 중 장면.

이후 미니 토크가 시작했다.

남자배우들의 큰 주제는 '닭가슴살'과 '고생'이었다.

유준상 배우는 "이번 벤허에선 노예로 팔려가는 장면이 있어서 저희끼리 회의를 했다. 그 동안 어떻게든 (탈의를)잘 피해 다녔는데 이번엔 설정상 노예니까 옷을 안 벗을 수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별 수 없이 미친 듯이 몸을 만들고 있다. 여러분이 대단한 노래도 들으시며 호강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박은태 배우 역시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감독이 주인공을 혹사하려고 만들었다. 그런 작품의 1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드코어, 개고생 '벤허'를 보시게 될 거다"라고 밝혔다.

 

카이 배우 역시 "성경을 아무리 읽고 와도 두 분(유준상, 박은태)이 정말 쓰러질 듯 리허설 하는 걸 보면 저들의 열정에 내 벤허가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다시금 대본을 잡고 음악을 듣는 원동력이 됐다. 감히 말씀 드린다.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들 중 가장 몸을 혹사한 배우 셋이 모였다고 설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성환에서 이름을 바꾼 박민성 배우는 "메셀라 세 명 역시 벤허 못지 않게 개고생 중"이라며 웃은 뒤 "짧게 두 곡 밖에 못 보여드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악역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제일 섹시하고, 제일 남자답고, 제일 비열하고, 제일 멋있는 캐릭터가 되고 싶다. 말로 하기보단 여러분이 객석에서 공연을 보시면 그런 생각이 드실 것"이라고 밝혔다.

 

민우혁 배우는 메셀라 외에 탐나는 다른 캐릭터가 있는지 묻자 벤허를 거론하며 "벤허 비중이 크다 보니 모니터하는 시간이 많다. 한 번쯤은 저렇게 내 몸 불살라서 연기하고 싶다. (세 배우가) 너무 잘 표현하고 있어서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고 밝혔다.

 

최우혁 배우는 몸 관리 비법을 묻자 "특별한 뭔가는 없는 것 같다. 식단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며 닭가슴살을 많이 먹는다고 밝혔고 관리를 안 한다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도 '치킨'이라 밝혔다.

 

이 와중에 대학로에서 단련된 배우이자 '애드립의 신' 이정수 배우는 토크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선물했다.

이정수 배우는 "연습 중 에피소드"를 묻자 "사실 모두가 닭가슴살을 먹는다고 했지만 그런 전쟁터에도 잡초는 자란다"며 몸을 만들지 않는 몇이 모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몸을 만들 때 만들지 않아도 되는 몇은 모여서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한다. 작품 속 노예들처럼 닭가슴살만 먹어야 하는 이들을 내려다 본다. 누군가가 역삼각형이 된다면 누군가는 다이아몬드형이 된다"고 답했다.

 

한편, 여배우들도 '벤허'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밝혔다.

안시하 배우는 "노래가 참 좋다. 내년부턴 모든 오디션, 입시가 '벤허' 노래로 바뀔 것"이라며 우리나라 작품 중 이런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1막이 끝나면 기립 박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관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서지영 배우도 "우리 작품이 15세 이상 관람가인데 15세 이상 모든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아이비 배우는 "이번에 처음 창작 뮤지컬을 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며 "오랜만에 청순한 역을 맡았다. 그런 면을 잘 살리고 싶고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작품이기에 저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며 록시 하트, 글린다, 암네리스 등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왔던 역량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티르자 역의 곽나연 배우는 "뮤지컬 데뷔를 '벤허'라는 좋은 작품으로 하게 됐다. 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많은 선배님들이 정말 도움을 많이 주신다"며 "특히 배역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머니 역을 해주신 서지영 선배님이 계신다. 오늘 입은 옷도 선물해주셨다"며 입고 나온 드레스를 자랑했다.

 

유준상 배우는 미니 토크를 마무리하며 "저는 왕용범 연출, 이성준 감독과 '삼총사', '잭더리퍼', '로빈훗', '프랑켄슈타인' 등을 했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며 우리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싶은 지점에 부딪혔었다. 이번에도 극한 상황에 몰리고 배우로서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점에서 많은 눈물을 쏟았다.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지려면 너무 많은 사람의 피와 땀, 눈물이 흘러야 하는지 아마 여러분이 첫공 보러 오시면 '아 이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했구나'하며 큰 박수와 끊임 없는 환호를 보내시지 않을까 싶다. 정말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 앞에 나서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벤허'에 대한 사랑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쇼케이스는 많은 면에서 아쉬운 면이 보였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베일에 쌓인 뮤지컬 '벤허'의 넘버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지만, 현장에서 보컬의 소리가 너무 작게 들려서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못했던 것. 배우들이 여러 차례 '이 노래 좋지 않냐'며 질문을 던졌지만, 평소에 비해 훨씬 저조한 반응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또 미니 토크 역시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보니 질문들이 평이해서 작품에 관한 궁금증 해소보다는 배우들의 위트에 기대는 면이 컸고 덕분에 이정수 배우의 유머감각이나 데뷔를 앞둔 곽나윤 배우의 진정성이 돋보였다.

'벤허' 측에서는 본 공연을 통해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벤허'는 24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0월 29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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