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44 '브이아이피' VS '더 테이블'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번주 개봉하는 영화 중에서 전혀 다른 성향의 두 개 영화가 개봉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는 '한국형 느아르'를 주류로 올려놓았던 박훈정 감독의 또다른 남성중심 영화인 '브이아이피'고, 나머지 하나는 '서정 영화 마스터'인 김종관 감독이 대한민국에 내노라하는 여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더 테이블'이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영화에 대해 비교분석해보았다.

먼저 '브이아이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많은 이들 사이에서 '브이아이피'가 "불쾌하다"는 평이 많은데 두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다. 
ㄴ 양미르 기자(이하 양) :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형 느아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박훈정 감독이 들고온 신작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등장한 후 유달리 이런 영화가 매년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처럼 달려왔고, 대중의 평가가 인색해지고 있는 판에 그래도 박훈정 감독이면 무언가를 보여주겠지라는 생각은 초반 장면들로 무너졌다. 검은색의 워너 브라더스 로고처럼 강렬하게 시작한 영화는 5개의 챕터로 나뉜 가운데 등장인물 소개에만 엄청난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그 메인 포스터 속 네 명의 중심인물을 연결하는 이야기 플롯은 유기적이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중반부는 템포가 떨어지고, 답답해진다. 후반부 20분에 빠르게 휘몰아치는 급전개는 깔아놓은 판을 덮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조금만 나와도 그 캐릭터의 잔인성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피해 여성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초반부 장면은 체감적으로 길었다. 한편, 박훈정 감독은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각본을 맡았고, '신세계', '대호' 등의 연출도 맡았다. 지금 언급한 네 작품이 자연스레 녹아들어져 '브이아이피'가 완성됐기 때문에, 이 네 편을 보지 않았다면 감독의 의도처럼 장르적 카타르시스는 조금이나마 올 수는 있다.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양 기자와 달리, '브이아이피'가 개봉하기 전부터 우려부터 앞섰다. 지난해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던 '내부자들'을 시작으로 '아수라', 그리고 올해 개봉했던 '더 킹'과 '프리즌', '불한당'까지 남성 중심의 범죄영화들이 끊임없이 등장해서 관객들은 해당 장르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거부반응까지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 등장한 '브이아이피'는 관객들을 크게 만족시키지 못했고, 비난의 연속이었다. '브이아이피'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극 중 소재로 사용된 '여성 대상의 성도착 연쇄살인 사건'이었고, 이는 불쾌감과 짜증을 유발해 관객들을 '강제 불편러'로 바꿔놓았다.

 

혹자는 이 '브이아이피'를 여성들이 보면 화낼 수 있다고 하는데, 불쾌함을 느끼는 데에는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이 지나치게 잔인성을 부각하는 바람에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목적을 잃어버렸고, 관객들은 '브이아이피'를 '보기 불편한 영화'로 정의하고 있다. 그 외 기억에 남는 걸 떠올려본다면, 멋있는 장면은 죄다 장동건이었고, 이종석은 그저 '예쁘장한 VIP', 박희순에겐 그저 연민이 느껴졌고, 유일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 김명민은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와 무려 15회가량 걸친 흡연 장면뿐이었다. 끊임없이 줄담배를 태우던 그를 보며, 왜 흡연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담배를 찾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전혀 반대 성향인 '더 테이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두 사람에게 이 영화는 어땠는가?
ㄴ 석 : 94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해서 불편함을 안겨준 '브이아이피'와 달리, 김종관 감독의 신작 '더 테이블'은 '가성비 甲' 영화다. 어느 상업영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주연급 여배우 4명(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이 각각 에피소드 한 개씩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 중에서 정유미는 표정으로, 정은채는 눈빛, 한예리는 힘 있는 자세, 그리고 임수정은 자신만의 분위기로 에피소드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이들의 상대 배역(정준원, 전성우, 김혜옥, 연우진)과의 빈틈없는 대화 공방전으로 그 밀도는 한층 더 두텁게 만들었다.

 

물론, 이렇게 만들 수 있었던 건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것만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극대화하는 김종관의 마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작인 '최악의 하루'에 이어 '더 테이블'을 구성하는 4개의 에피소드 모두 실제 일어나면서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하지만, 공감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로지 두 사람의 대화만 보여주는 데도, 우리는 어느새 대화 속에서 저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유추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 상관없는 4개 에피소드가 하루 안에 벌어진다는 것을 상징하고자, 같은 자리에 각기 다른 인물들이 앉게 되고, 테이블 위에 있는 꽃을 시간대별로 비추는 등 알게 모르게 여러 장치를 설치해두었다.

양 : 김종관 감독의 전작 '최악의 하루'보다 밋밋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최악의 하루'는 남산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수시로 장소를 옮겨 다니기 때문이다. '하루'라는 시간 설정은 같지만, '더 테이블'은 한 카페의 한 테이블에 앉은 8명의 대화를 보여준다. '보여준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들의 대사도 보면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의 상황은 찾아내기 힘들다. 연극 무대로 옮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설정(심지어 미니멀리즘 연극이 가능하다)은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더 테이블'의 인상적인 포인트는 연극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촬영 구성이다. 카메라는 카페 바깥에서 원 샷 둘, 투 샷 하나, 카페 안에서 원 샷 둘, 투 샷 하나, 테이블 위에 하나를 주로 사용하며, 반복적으로 그들의 모습을 잡아낸다. 그러나 그 바라보는 카메라 구도는 제각각 다르다. 어떤 장면은 여성의 뒤통수로 시작한다거나, 정면을 바라본다거나, 대칭으로 자리한다거나, '캐롤'의 카페 대화 장면처럼 다른 방향으로 시점을 잡아낸다. 이런 변화를 찾아내어 관람한다면 좀 더 재미나게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결론? 이런 생각을 남길 한국영화, 드물어서 귀하고 소중하다.

'브이아이피', 그리고 '더 테이블'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 '브이아이피'
석 : ★★ / VIP를 모시는 게 항상 껄끄럽고 불편하듯이, 이 영화도 그러하다.
양 : ★★☆ / 부사만 나열한다면, Very Intensively Privately.

- '더 테이블'
석 : ★★★☆ /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마법을 부리는 김종관의 능력이란.
양 : ★★★☆ / 치킨만 먹을 때, 가끔 백숙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syrano@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