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장기영 기자] 지난 2일 압구정 한 카페에서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앤톤' 역으로 출연 중인 기세중 배우와 만났다.

뮤지컬 '나폴레옹'은 샤롯데씨어터에서 10월 22일까지 공연되는 작품으로 제목답게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이다.

아시아 초연이라고 내건 작품의 스케일처럼 마이클리, 임태경, 한지상, 김수용, 정상윤, 강홍석, 정선아, 박혜나, 홍서영 등 화려한 주연 캐스트를 비롯해 김법래, 박송권, 조휘, 백형훈, 진태화, 김주왕, 박유겸, 임춘길, 황만익 등 탄탄한 조연들과 아이돌인 이창섭(BTOB), 정대현(B.A.P)까지 품었다. 

또 티모시 윌리엄스의 아름다운 음악이 '믿고 듣는' 김성수 음악감독과 만난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화려한 의상, 풍성한 무대와 만나 관객을 압도한다.

'나폴레옹'은 마치 어떻게 쓰이기 따라 다른 폭약처럼 시민들을 공격하기도, 적을 물리치기도 하며 부당한 정권에 대항하는 영웅적인 면모와 민중을 핍박하던 황제의 모습 등 입체적인 모습이 담긴다.

그런 그의 곁에는 병사 시절부터 '나폴레옹'과 함께한 충직한 부관 '앤톤'이, 배우 기세중이 있다.

배우 기세중은 '팬텀싱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후 대학로 소극장에서 보도지침 사건을 극화한 연극 '보도지침'에서 월간 독백의 발행인 '김정배' 역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재판장이자, 광장이자, 극장인 곳에서 '말의 힘'을 느낀 그가 이번에 찾은 것은 화약 냄새 가득한 1800년대 프랑스였다.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얻었을까.

 

뮤지컬 '나폴레옹' 개막 전부터 작품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대포가 객석에 설치되려다 빠지기도 했고, 어렵게 올라온 느낌이다.

ㄴ 만들어질 때 아무 문제 없이 좋게만 만들어졌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보여주기 이전에 노출된 것도 있다. 기대치가 낮을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고 우리가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래서)배우들이 정말 뭉쳤다. 배우들 서로 바쁘지만, 정말 시간 없어도 극장 와서 함께 살았다. 그래서 작품에 에너지가 생기고 보여줄 수 있는 것들도 생겼다. 물론 연출님도 많이 도와주셨지만, 배우들과 다방면의 스태프 분들도 최선을 다해주셨다.

배우들이 대본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게 있었나?

ㄴ 이렇게 얘기하면 조심스러울 수 있겠지만, 특히 제 캐릭터는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제가 '나폴레옹' 작업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이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었다. 대본에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충직한 부하1 정도다. 출연 장면도 짧다. (많아 보이던데?) 짧지만, 대신 임팩트 있는 장면들에 나와서 그렇고 극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배역 소화를 못 하거나 무난하게 하면 안 보이는 캐릭터가 된다. 입체적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살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보이더라. 씬 자체가 적기에 많이 보여드릴 수는 없었지만, (임팩트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죽음을 받아들이며 죽는 것으로 설정했다. 단순히 죽어가면서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일차원적이라고 생각됐다. 제가 보는 '앤톤'은 마지막 환영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기뻐하며 죽어간다. 관객들에게는 안 보일 수도 있다. 대극장의 방식인 것 같다. 내가 150%를 해야 30%정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말을 할 때, 무슨 생각에서 발화되는 것인지 고민하며 했다. 일반적인 것(평범한 캐릭터)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찾아야 하고, 관객에게 보일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게 힘들었다.

많은 이들이 '앤톤'의 비중을 높게 본다.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 아닐지.

ㄴ 공연이 끝났을 때, '앤톤'이 보였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프레스콜 때 전날 아파서 응급실 다녀온 다음 날이라 머릿속이 새하얗고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았다. 영상을 나중에 보니 무척 아쉬웠다.

이야기를 보면 연기에 상당히 욕심 있어 보인다.

ㄴ 원래는 노래 욕심이 많았지만, 작품 하나 둘 들어가면서 연기 욕심이 생기더라. 만약 둘 중 하나 선택하라면 연기를 택하고 싶다. 뮤지컬 배우가 노래만 잘한다면 무대 위에서 껍데기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다.

 

'뮤직 오브 더 나잇' 콘서트를 보니 확실히 성악가들과 뮤지컬 배우들의 차이가 느껴지더라.

ㄴ 동신 형(테너 이동신)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냥 싱어로 콘서트할 때 내가 힘들어했다. 노래만 하니 감정소모가 되는 것 같더라. 나는 무대서 소리 신경 쓰는 것보다 감정 신경 쓰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하니까 형이 '너 정말 배우구나' 하면서 자신은 발성을 굉장히 신경 쓴다고 하더라.

'집들이 지침' 때도 다른 선배들이 싱어라며 놀리니까 싫어하더라. 박정표 배우의 '센텀싱어'도 나왔고(웃음).

ㄴ 싱어로 노출되는 게 딱히 좋지 않다. 연기 잘하는 싱어가 아니라 노래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지만 사실은 젊은 배우로서 배우 일만으로는 경제적 풍족함을 느낄 때는 아직 아닐 텐데.

ㄴ 매년 이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방송 덕분에 배우가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저를 싫어하는 분도 계신다. 그러나 저는 '팬텀싱어'가 처음이었고 계속 무대에 있었다. 제가 생각해도 다른 분야의 사람이 우연치 않은 기회로 제가 좋아하는 분야로 갑자기 넘어오면 눈엣가시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팬텀싱어' 기세중보다 배우 기세중으로 노출되고 싶었고 '보도지침'이라는 쉽지 않은 극에서 칭찬을 받아내면 배우로서 얻어갈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더라. 중요한 건 동료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커리어를 보니 앙상블부터 차근차근 무대를 해왔다.

ㄴ 사실 보도지침 때 형들도 처음에는 그냥 뭐 '방송빨'로 넘어온 애라 생각했다고 마지막 뒷풀이 때 얘기하더라. 제가 주로 대극장에서 앙상블만 해서 잘 몰랐으니까. 대학로에 와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안다. 그 사이 제가 꼈으니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로 보는 게 당연하다. 나도 형들을 무대에서 본 이미지를 첫 이미지로 생각하니까 충분히 형들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도와줬다. 연기, 긴 독백, 어려운 단어 써가는 것, 무대에 오래 있는 것 모두 처음이었다. 의지할 사람도 없고, 대본도 어렵고, 누구에게 섣불리 말하기 어렵더라. (김)대곤이 형이 조심스레 도와주더라. 결과적으로 형이 종연 뒤풀이 때 제게 '무대에서 최고였다'고 얘기해주시더라. 그 얘기 듣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끝난 지 몇 달 지났는데 아직도 술 드시면 그 이야기하신다(웃음).

 

'팬텀싱어' 이후, '보도지침'과 '나폴레옹'을 연이어 출연했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이질적인 행보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ㄴ 원래 저는 꿈이 뮤지컬배우였다. 처음에는 무조건 대극장만 지향했고 오디션도 대극장만 봤다.그런데 '팬텀싱어' 이후 오히려 소극장 쪽으로 향해지더라. 함께했던 배우들을 대학로에 가서 관객으로 만나니까 나도 소극장에서 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심일 수 있지만, (대극장, 소극장)다 하고 싶다. 같은 뮤지컬이지만, 다른 느낌이다. 관객들도 그렇게 느끼실 텐데 하는 사람도 그렇다. 저는 대극장에서는 주로 앙상블이면서 주조연 커버를 했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계속 연습했는데 '보도지침' 하고 '나폴레옹'에 오니까 예전에는 쉽게 넘어갈 부분도 좀더 생각하게 되고 객석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게 되더라. 제가 그렇게 디테일하게 하면 100%중에 2%라도 객석에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대극장에서 선 굵은 연기, 큰 연기를 한다고들 하는데 그런 부분은 의외의 이야기다.

ㄴ 이 말이 꼭 하고 싶었다. 앙상블 중에 박스테반이라는 형이 있다. '앤톤'이 죽는 씬에서 죽기 전에 병사들을 만나고 돌아다닌다. 그때 스테반 형이 죽어가며 손가락과 눈빛만으로 세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형이 그렇게 해주니 저도 그걸 받아서 같이 연기할 수 있는 게 생기더라. 관객들에게는 형의 모습이 안 보이겠지만,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스테반 형 연기를 봐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객석에게 안 보인다고 해도 그런 것에 따라 연기의 밀도가 달라진다. 그렇게 접근하니까 예전에 갖고 있던 대극장과 소극장의 갭이 사라졌다. 굳이 나누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어디서든 좋은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리고 뭔가 계속 조금씩 바꾸려고 한다. 다른 배우들은 매번 똑같이 잘하는 배우들 있지만, 저는 감정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려고 한다. 무대, 조명 감독님들이나 상대 배우가 힘들어할 수 있는데 늘 제가 죄송하다고 하면 감사하게도 하고픈 대로 해보라고 말씀해주신다.

 

예전에 앙상블로서 연기할 때와 주요캐릭터로 연기할 때 다른 점이 있는지.

ㄴ 앞서도 말했지만, 무대 위에서 정말 많이 한다. 가만히 있을 때도 있는데,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서 너무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너무 조잡스럽다 생각하면 다시 다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시도한다. 얼마 전 지인이 공연 보러 와서 '좋다. 잘한다. 그런데 많았다'고 하더라. 저는 주변 사람들 얘기 많이 듣는 편이다. 조언을 기분 나쁘게 들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럼 '나폴레옹' 공연 초반의 '앤톤'과 지금의 '앤톤'도 많이 달라졌겠다.

ㄴ 많이 달라졌다. 뒤에 앉는 친구들도 알더라.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처음 했을 때는 조금 단단하게 보여주는 '앤톤'이었다면, 지금은 더 말랑말랑해졌다. 특히 '최후의 성전' 넘버 때가 '앤톤'의 야욕이 드러나는 부분인데, '나폴레옹'이 노래 부르기 전에 그의 감정을 대변해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처음에는 단단한 포부를 보여줬다면, 지금은 조금 더 나가서 야욕의 맛 정도만 보여주고 있다. 제가 하는 것에 따라 뒤에서 연기해주는 배우들도 표정이 바뀌더라. 그러다 보면 씬도 점점 살게 되는 것 같다. 근데 그렇게 되면 러시아에서 죽을 때, 관객들이 나쁜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해서 죽음에 대한 슬픔이 많이 반감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 선을 넘지 않게 조율하고 고민하고 있다.

'나폴레옹'이 돼보고 싶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아직은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ㄴ 개인적으로는 캐릭터가 매력 있는 게 좋아서, '나폴레옹'보단 '탈레랑'이 끌리더라. 사람들은 저를 볼 때 착하고 바른 이미지로 보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 방송 나갈 때마다 친구들에게 '학창시절 때 에피소드 푼다'며 문자가 왔다. 사람들이 날 너무 착하게 보고 있다. 착하고 그런 캐릭터는 사실 안 어울린다. 그래서 '앤톤'도 그쪽 노선으로 바꾼 것 같다. 욕심을 표현해보고 싶다.

'아직 소화하기엔 어렵다'며 겸손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데.

ㄴ 아직 어렵다고만 하면 정말 계속 어려워진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면 가능하다고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렇다면 배우 기세중이 보는 '나폴레옹'은?

ㄴ 굉장히 똑똑한 지략가지만, 정의롭고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에서도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죽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제겐 객석에서 무대 위의 배우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뭔가 우리와 다르고 높게 생각하고, 특별한 게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나폴레옹도 그런 것 같다. 자신의 병사들한테는 좋은 장군이었지만,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이다. 전쟁은 애초에 누군가를 죽이는 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건 완벽한 악인도 선인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뭔가를 위해서 나쁜 일도 선한 일도 할 수 있고, 그 일을 '나쁜 일', '선한 일'이라고 단정 짓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탈레랑'이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탈레랑'은 복잡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나폴레옹'이나 '조세핀'과 다르게 자신만 보는 가장 평면적이기도 한 캐릭터다. '앤톤'도 자기 신념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좋아하는 넘버가 있는지.

ㄴ 뤼시앙의 '폭풍 속의 고요'가 좋다. 유배가기 전에 '나폴레옹'의 야욕을 멈추고 싶은 동생의 마음이 잘 드러난 노래.

'뤼시앙'은 친동생이지만, 등장이 오히려 '앤톤'보다 적다.

ㄴ '나폴레옹' 속 캐릭터들은 공연에 모두 쏟아낸다. 저도 러시아씬 끝나고 나면 죽을 것 같다. 현기증도 오는데 소품 다 챙겨서 다시 커튼콜에 나가는 게 정말 어지럽다. 이 작품에 쉬운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모두 생각할 게 많은 캐릭터다. 뤼시앙도 많이 나오진 않지만 가벼운 캐릭터 결코 아니다.

'나폴레옹'의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2막에서 '조세핀'과 아이가 유산됐다는 것 때문에 분노하는 장면은 너무 '조세핀'을 기능적으로 희생시킨 것 같다.

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때 사람이 제일 무너질 때는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그럼 개인적으로 '나폴레옹'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ㄴ 내 노래가 적게 나온다는 점이다(웃음).

 

기억에 남는 비평도 있는지.

ㄴ '앤톤 왜 나오냐' 하는 비평이 있었다. 그런 말을 듣는 건 제가 잘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초반에 보셨을 거다. 지금 보러 오시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다를 것 같다.

'앤톤' 연기에서 실제 나폴레옹의 삶에서 참고한 점이 있는지.

ㄴ '앤톤'과 비슷하게 '나폴레옹'을 따랐던 실제 인물은 있다. 거기까지만 알고 '나폴레옹'에 대해 많이 알아보지 않았다. 그에 관해 찾아보면 혁명적 인물, 진취적 인물 등 여러 가지로 그려져 있는데 딱히 거기에 갇혀서 무대 위의 '나폴레옹'이 아닌 실제 '나폴레옹'을 보고 싶지 않았다. 뮤지컬 속 장면을 따라가고자 했다. 실존인물을 가지고 만드는 뮤지컬을 연기하기 위해 실존인물을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는다. '집들이 지침' 콘서트 때도 김주원 선생님이 직접 자신의 말을 독백으로 꺼내셨을 때 엄청난 울림이 있었다. 그건 김주원 선생님이 하셨으니까 슬픈 거 아닐까.

[문화 人] 기세중 "팬텀싱어 벗어나 뮤지컬 배우로"…뮤지컬 '나폴레옹'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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